#12 낯선 땅에서 겸손함을 배워가는 곳 - 인도이동수

Part 1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by 리니아니

Part 1 대안학교 8년차 엄마의 리얼 체험기

#12 낯선 땅에서 겸손함을 배워가는 곳 - 인도이동수업

큰아이는 4년전 친구들과 함께 남인도의 뱅갈루루에 8개월 동안 가있었다.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 인도의 땅은 해마다 별무리학교에서 9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이동수업을 떠나는 곳이다. 먼 타국으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정말 쉽지 않았다. 어떤 때는 아이가 안가겠다고 하면 그 핑계라도 대고 안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국 날이 다가올수록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방학 내내 무거운 짐을 꾸리고 이런 저런 준비들을 하면서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간절히 구하는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출국날 아침이 되었다. 인천국제 공항에 아이들과 가족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항 로비 한쪽에서 모두 함께 출국 예배를 드리는 데 마음이 울컥 했다. 전년도에 인도에 보냈던 1기 선배 엄마 한분이 공항에 아이들 배웅을 위해 나와 계셨다. 아이들이 두손 모아 함께 마무리 기도를 하고 부모님께 큰 절을 하는데 갑자기 그 선배엄마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출국하는 아이를 웃으며 배웅하기 위해 겨우 참고 있던 눈물이 나도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엄마가 우는 모습에 아이도 마음에 동요가 되었는지 게이트를 빠져 나가는 동안 얼굴을 손에 묻고 울고 있었다. 내가 눈물을 닦던 손수건을 건내 받은 아이는 8개월 간의 인도 생활을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인도의 어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양육시간에 선생님과 나눔을 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 밤에는 기숙사 밖 거리의 개들이 짖는 소리와 방 천장에 까맣게 붙은 모기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향수병으로 한동안 힘들어 하던 아이는 3개월 쯤 지나가자 잠도 잘 자기 시작했고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학교에서 늘 하던 대로 기타연주를 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함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나중에 물어보니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영원히 한국에 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가 잠을 못이루고 향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동안은 하루하루가 힘든 시간이었다. 매주 지역의 별무리 부모 기도모임에 나가 함께 울면서 기도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에게 이메일 편지를 썼다. 강아지 두부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가족들의 일상의 이야기를 매일 읽으면서 아이는 어느새 인도의 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새로운 경험들에 하루하루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는 더욱 단단해 졌다. 별무리에는 우스개 소리 같지만 인도이전과 인도이후로 아이들이 나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에서의 홀로서는 시간들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인도 현지의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한번은 어학원 선생님 중에 결혼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힌두식 전통 혼례예식에 참석하는 행운을 누렸다. 우리나라의 피로연과 같은 결혼전 리셉션에서 소꿉놀이를 하듯 다양하고 재미있는 의식을 모두 구경했다. 화려한 결혼식 음식앞에서 다른 아이들은 향신료 냄새 때문에 거의 음식을 입에도 대지 못했는데 예린이는 처음먹어보는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피로연장을 나오기가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인도의 공휴일에는 물감을 뿌리는 축제에 참여하기도 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한 지역에서 인도 최고의 부자집에 초대받고 영화를 촬영 현장에 함께 있기도 했다. 휴일에는 가까운 망고농장에서 망고를 사오기도 하고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도 있었다. 망고비가 내리고 나면 바구니 가득 노란 망고를 하루 종일 실컷 먹으면서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인도의 선교지나 고아원을 방문할 때면 인도인들의 생활 속 깊은 곳의 문화를 경험했고 현지의 다국적 기업이나 명문 대학 등의 견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혔다. 특히 남인도 뱅갈루루 지역의 기독교 학교인 SH 스쿨은 별무리와 MOU를 맺어 매년 우리 아이들이 방문하는 학교여서 이곳에서 인도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 복음의 씨앗을 심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생일 주간이 되면 양육선생님과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고 먹고 싶은 후식을 마음껏 먹는다. 한국식당, 쌀국수집, 스테이크 하우스, 페스트푸드 음식점 등 인도의 중심가에는 한국 쇼핑몰 못지 않은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주말에는 동네의 루루마트에서 과자와 과일을 잔뜩 사다 놓고 일주일동안의 간식으로 나누어 먹기도 했고, 두달에 한번 가는 피닉스 몰에서는 햄버거 와플등을 먹으면서 아이쇼핑을 하는 시간은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시간이다.

시티투어와 남인도, 북인도 여행은 인도생활의 꽃과 같은 시간이다. 인도의 동대문시장인 커머셜로드와 인도의 가로수길 인다라나가르 쇼핑거리에서 쇼핑을 하고 길에서 파는 뜨끈한 짜이를 마시기도 한다. 황토색 토기에 담아 파는 진한 짜이 한잔을 먹으면 그 자리에서 바닥에 던져 토기 그릇을 깨야하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브라만 등의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이 만진 그릇을 다시 만질 수 없다고 하여 생겨난 전통이라고 했다. 북인도와 남인도 여행에서는 인도의 대표적 관광지를 방문하는 시간이다. 좋은 호텔에 머물면서 모처럼 영어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남인도 여행에서는 우띠지역의 호랑이 보호구역을 방문하고 Jeep 사파리, 보타니칼 가든, 헤브론 국제학교, 그리고 녹차 초콜렛 공장 등을 견학했다. 그중에서도 마이소르 동물원과 궁전의 모습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북인도 여행은 뉴델리의 National Museum과 간디기념관 그리고 유명한 타지마할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평상시의 어학원의 빡빡한 학습일정으로 위축되었던 마음이 활짝 피어나는 시간이었다.

최상위 부유층 브라만의 삶과 불가촉 천민의 생활을 동시에 보면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 둘을 각각 4년 차이로 인도 땅에 보내는 동안에 나 역시도 그 어느 때 보다 하나님 앞에서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시간을 보냈다. 부모의 품을 떠나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야 했지만 그 안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도우심이 늘 우리와 함께 하셨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많이 것들이 부족하고 불편한 인도의 생활은 많은 아이들에게 각자 다른 온도차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학습의 효율을 위해 레벨별로 이루어지는 영어와 수학 학습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매 과정마다 치러야 하는 PET, IELTS 등의 시험 역시 아이들이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아이들은 주중에 영어 에세이 쓰기, 읽기, 스피킹 컨테스트 등의 소그룹별 학습을 진행했다. 이러한 영어 몰입환경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많은 부분 높이기도 했지만 간혹 인내심이 바닥이 나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때도 있었다.

별무리의 인도이동 수업은 부모 역시 자녀들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훈련의 시간이다. 책임교사 2명과 협력고사 4명 그리고 현지의 원어민 교사를 포함한 도움의 손길들까지 아이들의 생활과 학습 환경을 돕는 20 여 분의 어른들이 계시지만 부모님이 계시는 따뜻한 집의 품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옆에서 도와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한 없이 무력해 지는 경험도 했다. 그 때마다 아이도 엄마도 그런 환경가운데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법을 배워간다.

해가 갈수록 인도의 경험들이 힘이 되어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 시간들이 더욱 귀하게 여겨지고 기쁘고 힘들고 안타까움에 눈물짓던 추억들이 새록 새록하다. 큰아이는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그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좋은 기억들로만 필터링이 된 것 같아.”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를 연단하시되 단단하게 하신 후에 좋은 기억만 남기시는 주님,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언제나 선하십니다. 그 하나님을 끝까지 의지하면서 이 아이들을 잘 키워낼 수 있게 해주세요” 오늘도 나는 간절히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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