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안가도 된다? 대학은 천천히 가도 된다!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봄이 되면 마을 전체가 연두빛 풀냄새로 가득했고 이름 모를 들꽃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은 언덕위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부서졌습니다. 아이들은 3월 한달 동안 동아리도 정하고 선생님과 양육시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아침 묵상 시간에는 말씀 저널쓰기를 하고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다큐나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썼습니다.
그때 아이들이 봤던 영화들 중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스텐리의 도시락> <메타인지> 등이 있었는데 부모님들에게도 과제가 주어졌어요. 아이들이 그 주에 봤던 영화나 다큐를 집에서 보고 주말에 아이와 같은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들도 대부분 열심히 과제를 했어요. 별무리 첫 해에는 학교에서 부모 필독서로 추천해주신 책도 정말 열심히 읽었고, 총회나 컨퍼런스에서는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 강의도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강연들이 12년을 넘게 공립학교를 다니며 굳어졌던 저의 가치관들을 하나씩 깨주었고 참교육이란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이 왜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관이 흔들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가끔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학교의 교육의 방향을 배우고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된 것들은 하나같이 맞는 말들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말이 되고 집에 와서 마냥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 한구석 불안한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렇게 놀기만 해서 괜찮을까?’ 이런 걱정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날이면 아이에게 여지없이 잔소리가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집을 들고와서 풀게도 시키고 주말반 영어 수학 학원이라도 보내야 하는게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공부와 대학입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고 의미있는 학창시절을 보내게 하려면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기로 한 것 이상의 마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입시교육과 대안교육 사이에서 우왕좌왕 해야할까?’ 자녀 교육에 대한 정답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엄마인 제가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를 그때 절실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저를 바꿔야 할 부분은 대학진학에 대한 고정관념 이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에 대한 MZ 세대들의 가치관이 정말 많이 변했지만 2013년 당시 제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던 때만 해도 대학에 대한 인식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인들과 어쩌다 아이들 학교 얘기를 하게 되면 호기심어린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좋은 교육의 취지인 것은 같은데 내 아이는 보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들이 지배적 이었어요. 전통의 가치관을 고수해야 하고 사회 속의 공동의 합의를 깨지 않아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것이 우리의 입시교육을 절대 흔들 수 없는 굳건한 주춧돌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가 당장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 라는 생각을 정면으로 받아 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어요.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가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대학이라는 것이 저나 아이의 발목을 잡지 않으니 마음껏 생각하고 경험하고 고민해도 문제 될 게 별로 없었습니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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