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의 추억은 음악을 타고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는 동안 엄마인 저의 고집을 지켜내야 할 부분과 내려놓아야 할 부분들이 하나 둘 명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낼 때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을 내려놓을 수록 더 소중한 가치들에 집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주중에는 마음껏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율활동 시간이 있었어요. 그 시간에는 밖에 나가 뛰어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림을 그리거나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아이들 사이에서는 기타배우기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반 아이들 절반 정도가 자신의 기타를 들고다니며 자율시간마다 기타연습을 하는 바람에 교실 뒷편 공간에 기타가 줄을 서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딸아이도 저에게 기타를 사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같은 반에 박지훈이라는 남학생이 기타를 잘 쳐서 아이들을 가르쳐준다면서 자기도 배우고 싶다는 거였어요. 초등학생 때에도 아이가 간혹 저에게 기타를 사달라는 말을 하곤 했었고 이참에 재밌게 악기라도 배우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딸아이에게 잘 어울릴 만한 빨간색 기타를 하나 사주었습니다.
기타를 품에 안은 아이는 다른 어떤 선물보다 좋아했어요. 학교에서는 친구한테 기본적인 코드와 주법을 배웠고 집에와서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연주를 따라했어요. 정성하라는 기타리스트가 당시 아이의 유튜브 선생님 이었는데 그 기타리스트의 앨범과 악보집을 책상 위에 가장 소중하게 모셔놓곤 했습니다.
조금 하다가 말겠지 싶었던 저의 생각하고는 다르게 아이는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틈만 나면 기타를 안고 살았습니다. 주말이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방에서 연습하느라 잘 나오지도 않았고 토요일 아침 가족들이 늦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혼자 두어시간 일찍 일어나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기타가 저렇게도 좋을까?’ 해리포터 이후로 아이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가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때였어요.
연말이 되면 별무리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축제는 일주일 정도 계속되었고 마지막 대공연이 있는 날이면 금산 다락원에 일찍부터 부모님들과 별무리 마을 분들이 와 계셨어요. 한 해동안 아이들이 만든 작품 전시회와 동아리 프로젝트 전시회도 열렸고 먹거리도 풍성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준비한 춤과 뮤지컬 그리고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본 공연이 시작되면서부터 다락원공연장 안을 가득 채웠던 기쁨과 감동은 너무나 커서 공연히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좀처럼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 첫해 축제에서 딸아이는 기타 독주 무대에 섰어요. 평상시에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아이가 자신이 직접 공연을 신청했다는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어요. 우리 민요 '아리랑'을 멋지게 기타로 연주했는데요 그 날 공연을 위해 아마 수 백번 아니 수 천번은 연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수없이 연습하면서 직접 편곡도 해보고 다양한 연주법도 터득하게 되었어요. 평상시 작은 일에도 아낌없이 칭찬을 쏟아 부어주시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과분한 칭찬으로 아이는 그날 말할 수 없이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나도 잘할 수 있는게 있구나' 이런 자신감이 아이를 성장시켰고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첫 해 봄에는 별무리 오케스트라도 구성되었어요. 학생들이 몇 안되던 때라서 조금이라도 악기를 배워본 아이들이나 새롭게 배우고 싶은 아이들은 누구나 별무리 오케스트라에 지원할 수 있었어요. 딸아이는 바이올린 파트에 지원해서 합주연습도 열심히 했어요. 초창기 별무리 오케스트라를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은 지금의 교장선생님이신 이상찬 선생님이셨어요. 지금은 별무리 오케스트라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냈지만 창단 오케스트라 연주의 찐한 감동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아이는 자유로운 환경에 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스스로 가장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놀이하며 배우는 모습이 처음에는 보잘것 없이 보이지만 놀이를 통한 배움이 아이를 성장하게 하고 훗날 인생에 큰 의미로 자라는 씨앗이라는 사실을 1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깨닫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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