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금지,연애금지, 화장금지,무슨 금지가 이렇게많아?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다른 기숙형 대안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별무리학교도 학교에서의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각자 부모님께 전화로 도착을 알리고 바로 담임 선생님이 핸드폰을 걷어 가십니다. 주중에는 수요일 점심 시간에 1시간 정도 핸드폰을 나누어 주시는데 처음에는 그 시간에 아이들이 열심히 부모님들께 전화를 합니다.
그러다 몇 달 정도 지나고 차츰 학교에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수요일 전화를 잘 안하는 아이들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 시간에 밀린 SNS도 확인 해야하고 하고 싶었던 게임도 해야하니 꿀같은 핸드폰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웬만하면 안부전화를 생략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남학생들 부모님은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점점 그런 상황에도 익숙해 지십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에게 수요일 전화를 꼭 하게 했어요.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는 날도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집을 떠나 있는데 전화하는 습관이라도 잘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우리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자식들 전화가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도 알 수 있었어요. 전화하는 일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주중에 핸드폰 사용을 하지 않는 부분의 장단점에 대해 부모님들 사이에 여러 의견도 있었어요.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핸드폰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력을 훈련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강제적으로라도 핸드폰 사용시간을 통제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들도 있었어요. 아이들의 의견도 분분했지만 대체적으로는 아이들 스스로도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일에 동의했고 그것을 통해 절제를 배워가는 훈련을 했습니다.
별무리학교의 약속 중에서 언제나 핫이슈는 ‘연애금지’였어요. 한참 이성에 관심을 가질 나이에 연애금지라는 약속은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가혹한 요구였는 지도 모릅니다. 여학생들은 맘에 드는 선배 오빠에게 쪽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고, 자기들끼리 수요일 핸드폰 시간에 카톡을 주고 받기도 했어요. 어떤 아이들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살짝 실내화를 바꿔 신기도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세상에 비밀을 하나도 없듯이 별무리에서 비밀연애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어요.
소위 아이들 사이에 ‘썸타는’ 분위기가 조정 되기가 무섭게 반나절도 안되어 선생님들은 모든 정황을 다 파악하고 계셨고 심지어 증거물인 쪽지까지 선생님 손에 들어가 있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바로 친구들의 제보 때문입니다. 친구에 대한 걱정을 가장한 질투라고 해야할까요? 어찌됐건 누구누구가 서로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기가 무섭게 두 아이는 선생님과 면담을 해야했고 순수하고 겁도 많은 아이들의 연애는 그렇게 하루만에 막을 내리곤 했습니다.
햇살 따뜻한 어느 봄날에 별무리 1호 커플인 홍하늘 선생님과 배진환 선생님의 영화같은 결혼식이 학교 강당에서 있었습니다. 별무리의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많은 부모님들이 두분 선생님의 결혼을 축하하고 축복하는 정말 멋진 날이었어요. 그 주에 아이가 저에게 갑자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왜 선생님들은 되는데 우리는 연애하면 안돼? 너무 불공평 한거 아니야?” 웃음이 터지려는데 아이의 얼굴을 보니 진지한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너도 연애를 하고 싶어?” “아니, 꼭 그런건 아닌데, 금지하려면 다 금지를 해야지 우리만 못하게 하는건 좀 아닌것 같아서.” 분위기를 보니 당장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억울하다는 뜻인 것 같았어요. 그랬던 아이는 스무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연애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이제는 남자친구가 있을 때도 된건 아닐까요?
별무리학교의 규칙은 모두가 함께 정하고 지켜가는 서로의 약속이었어요. 학생 자치회를 통해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스스로 정하고 교사학부모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하는 구조였어요. 어른들이 마음대로 정하고 지시하는 명령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약속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별무리 아이들은 스스로 별무리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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