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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Dec 20. 2021

#09 길을 걷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들 별무리국토순례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가을이면 별무리의 모든 아이들은 하루에 한 시간씩 걷기 연습을 합니다. 해마다 열리는 국토순례 완주를 위해서 한달전부터 미리 체력 단련을 하는 시간입니다.  2박 3일 동안 하루에 6시간씩 친구들과 함께 국토대장정의 길을 걸으며 아이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길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시골길이나 강변을 따라 일렬로 걷는 아이들의 대형을 자세히 보면 맨 앞줄과 마지막 줄에 체력이 가장 좋은 친구들이 깃발을 들고 걸었습니다. 가운데 줄에는 상대적으로 걸음이 느린 친구들이 걸으면서 아이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끝까지 완주해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풍경이었습니다.


국토순례가 시작되는 첫첫째날에는함께 노래도 하고 종알 거리기도 하면서 마냥 즐겁게 걷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고 여기 저기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대열 옆에는 비상약과 간식을 싣고 아이들을 지원하는 차량이 함께 따라갑니다. 걷는 중에 너무 지쳐서 쉼이 필요한 아이들은 단 몇키로라도 차량에 탑승해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간 휴식 시간에는 길바닥에 그대로 앉아 물과 간식도 함께 먹었습니다.


하루 여정이 끝나면 숙소로 들어가 다음 날을 위한 재충전을 합니다. 아이들은 숙소에서 자유롭게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야식도 먹었고 에너지는 금새 재충전 되었습니다.

한 달 여 전부터 매일 걷기 연습을 한다해도 50km 에 까가운 길을 배낭을 메고 줄곧 걷는 다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었습니다. 별무리학교 입학 첫해의 국토 순례는 아이나 저에게 적지 않은 긴장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평발이 심한 아이는 평상시에도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했기 때문에 과연 아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진과 영상을 올려주시는 선생님들의 소식에 얼마나 집중했던지 첫해의 국토순례는 저도 마치 그 길위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밴드에 올라온 사진 속 아이들 모습은 가을 태양에 그을리고 땀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표정만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눈빛은 더욱 또렷했습니다.


2박 3일의 대장정의 마직막 코스는 별무리학교 앞 작은 광장이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단체로 사진을 찍으면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고 아이들은 전에 없던 자신감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온 아이는 완주증을 부터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작은 카드에 “김** 47km”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씻고 나온 아이의 발을 보니 엄지 발가락 발톱이 까맣게 멍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발이 잘 안 맞았는지 평발 구조 때문이었는지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근육이 뭉친 종아리는 단단해지고 얼굴을 까무잡잡 해 졌지만 첫 해의 국토순례는 아이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자리 잡았음에 틀림없습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었고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걸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는 온 몸으로 깨달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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