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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아니 Dec 27. 2021

당장 박물관에 가고 싶게 만드는 책

<한번쯤, 큐레이터> 를 읽고

누구나 고요한 공간에서 혼자 조용히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쾌적하고 아담한 자신만의 장소에서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마음을 다독일 수만 있다면, 끊임 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하는 수많은 질문들을 잠시 뒤로 해도 괜찮을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순간에 일상으로부터 멀리 도망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 그렇게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누군가에는 그 공간이 커피향기 그윽한 한적한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만 알고 싶은 외딴 마을의 작은 서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박물관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휴식을 안겨줄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해준 책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고요하게 공존하는 박물관에 머물다 보면 오래된 유물들에서 풍기는 시간의 향기로 인해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박물관 내부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모습은 외부와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박물관의 시간을 감싸안은 듯 존재 하고 그렇게 바라본 정원마저도 지구와 다른 행성 사이에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오묘한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어릴적 박물관에 갔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인솔을 받으며 단체 관람을 하고 큐레이터 - 당시에는 그 분이 큐레이터라는 사실조차 모르던 그 때에 -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보고서를 썼던 기억들, 그 때의 유물은 단지 그 곳에 존재하는 것일뿐 ‘나만의 유물’은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의 아이들을 박물관에 데려갈 때쯤 되었을때에도 나에게 박물관은 전시장의 팜플렛, 유물, 그리고 보고서 이런 기억들을 넘어서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기억들은 고스란이 아이들에게 다시 전해졌고 아이들이 자신만의 유물을 발견한 틈도 주지 않은채 스치듯 박물관을 졸업(?) 시켰습니다.


<한번쯤, 큐레이터>를 읽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역사 공부와 지식 쌓기의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곳이었던 박물관이 이처럼 살아있는 공간으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공간으로 다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물관을 찾는 시간 여행자를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수장고의 향기를 사랑하며 정답 없는 고민에 진심인 어느 큐레이터의 일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이렇게 빛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진심어린 눈으로 가만히 듣다보면 수집하고 싶은 소장품 같은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보이게 됩니다. 그들은 일찍이 ‘자신만의 유물’을 찾는 이들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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