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좋은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아이들이 대안학교에 입학하기 전 학교에서 주최하는 두번의 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체험캠프와 선발캠프입니다. 체험캠프는 2박 3일 동안 기숙학교의 생활을 실제로 체험해 보는 시간이었고 선발캠프는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기숙학교 생활에 적합한지 등을 교사들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종의 입학시험입니다.
짧은 며칠이라도 실제로 집을 떠나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면 아이들은 스스로 기숙형 대안학교가 본인에게 맞는지도 생각해보게 되고 주중에 친구들과 종일 함께 지내는 삶이 어떤 것인지도 경험하게 됩니다.
큰 아이는 운이 좋게도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함께 체험캠프에 참가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입학하던 첫 해에는 8학년이 최고 학년이었고 7학년 아이들은 대략 40명 남짓하는 인원이 모집되어 두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각 반에는 두 분의 선생님이 계셨고 담임과 부담임 교사였습니다.
학교는 충남 금산에 있었지만 중부권 보다는 오히려 서울과 경기권의 학생들 수가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의 설립배경 때문입니다. 별무리학교는 교사선교회에서 활동하시던 공립학교 교사들이 세운 학교입니다. 그 당시 선교회 본부가 인천에 있었고 선생님들도 대부분 인천의 공립학교 교사들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금산에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학교에 사직서를 내자 금산까지 선생님을 따라온 아이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좋아하는 학교 선생님이 산골짜기에 학교를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공립학교를 그만 두고 선생님을 따라 대안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부모님들이 계셨던 것입니다. 별무리학교 개교 첫해 1기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그렇게 학교를 찾아온 분들이셨습니다.
신도시의 학교부족으로 대안교육을 결정했던 저와는 달리 그 분들은 학교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별무리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1기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믿음과 열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뿐입니다. 학교 건물이 지어지기 전, 기초 공사를 위해 땅을 고르고 있을 때부터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의 미래를 위해 기도와 눈물의 씨앗을 심어주신 분들이었습니다.
입학 첫해 ‘교사 학부모 컨퍼런스’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오전 일정이 시작되기 전 학교 강당으로 전국의 부모님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강당 앞쪽 스크린에서는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교사들과 부모님들의 사진들 그리고 별무리학교 건축을 위해 첫 삽을 뜨던 교사선교회 교사들의 영상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10년 전 컨퍼런스가 있던 그날, 아침 영상을 통해 전해졌던 강렬한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 얼마나 많은 분들의 기도와 섬김으로 이 학교가 만들어진걸까’ 외형적으로는 산꼭대기 작은 마을 가운데 있는 시골 학교에 불과했지만 보이지 않는 별무리학교의 가치와 그 안에서 배우며 성장해 나갈 아이들이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곳에 계셨던 부모님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컨퍼런스는 신규 학생 모집을 위한 홍보나 훌륭한 교과과정을 설명하는 대신 함께 기도하며 만들어갈 좋은 학교에 대한 꿈을 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입시와 경쟁 그리고 성공만이 자녀교육의 지상 목표가 되는 세상에서 그보다 더 귀한 가치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된 많은 부모님들과, 공립학교 교사로서 보장된 모든 안정된 미래를 뒤로하고 다음세대의 교육을 위해 학교를 세운 교사들의 소명이 함께 어우러져 좋은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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