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달 전 제가 사는 동네의 한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영어시험 범위로 고1 아이들에게 두 개의 연설문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설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연소 환경 운동가로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문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게 하려는 선생님의 의도는 이해되었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었습니다. 만일 그 선생님이 기후 변화에 대한 여러 관점을 좀 더 조사한 후에 자료 선정을 했더라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그레타 툰베리처럼 비관적인 시나리오로만 점철된 환경주의자들의 연설문만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과 중립을 중시하는 교육기관에서조차 교사의 치우친 편견으로 선정된 자료들이 전체 학생들의 시험 준비 학습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한편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책들을 골라서 읽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지구 종말을 외치는 극단적 환경 운동의 비과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죄와 파멸이라는 담론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스스로 일깨우고 어떻게 하는 것이 실제로 지구를 위하는 길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목적으로 쓰인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셀런버거’는 2008년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 영웅’입니다. 그는 지난 30여 년을 환경 운동가로 살아오면서 기후 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를 조사하고 글을 쓰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을 쏟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지금 당장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온 인류가 전멸할 것이다”와 같은 말로 우리를 겁주지 않습니다. “지금 채식하지 않는 당신은 기후 변화의 공범이며 유죄”라는 식으로 죄책감을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기후 변화는 현실이며 우리 인류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하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환경 종말론’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요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후진국 개발 문제, 멸종 위기, 신재생 에너지, 플라스틱, 원자력 발전소, 채식주의 등등 기후 변화와 환경에 관련한 모두 이슈들에 대해 ‘기후 양치기’들의 극단적인 외침들에만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닌, 보다 이성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관점을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은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딸아이가 저보다 먼저 읽고 저에게 추천해 준 책입니다. 작년에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막연히 떠도는 정보들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자료를 찾던 중 눈에 띄었던 책이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었습니다.
<침묵의 봄>을 독서 목록에 올려놓고만 있던 중에 둘째 딸아이로부터 소개받은 이 책을 먼저 읽기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두 권의 책 이외에도 우리의 관점을 넓혀주는 책들을 더 많이 읽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