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리 아이들의 영혼 돌보기, 집밥의 위력
별무리학교 10년을 돌아보며
영어에 ‘soul food’ 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의 영혼을 감싸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자신만의 추억과 스토리가 깃든 아늑한 고향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힘든 삶 한 가운데에서도 소울 푸드 한 그릇이 가져다 주는 사랑과 따뜻함으로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난 10년 동안 기숙 대안학교에 다니는 동안 집 밥보다 훨씬 더 많은 밥을 학교에서 먹었습니다. 학교 급식이 아무리 맛있다해도 중고등학교 내내 세 끼 밥을 급식으로 먹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요즘엔 딸 아이들에게 가끔 이런 농담도 건냅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똑같은 밥을 6년 이상을 먹었잖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을 잘 해냈으니까, 이젠 앞으로 너희들 인생에서 아무리 어려운 일도 다 잘 해낼 수 있어.” 엄마의 활기 넘치는 말을 듣는 아이들의 미소 안에 그 동안의 고생과 뿌듯함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사실 아이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는 동안 제가 주말과 방학에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바로 집밥입니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묵은지 김치찌개나 구수한 시래기 된장국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음식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모두 직접 만들어 먹였습니다.
직접 장을 보고 미리 재료를 손질하고 정성스럽게 아이들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아이들이 식탁에서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며 먹는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모든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내렸습니다.
집밥을 해 먹이는 일은 아이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과도 같습니다. 소울 푸드라는 단어의 의미가 말해주듯이 일주일 내내 학교 급식만 먹던 아이들이 주말에 엄마가 만든 따뜻한 밥과 정성어린 음식들을 먹을 때 영혼에 평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따뜻한 밥상을 받는 것처럼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고 고양시키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정성 가득한 엄마의 집밥은 아이들이 스스로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삶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에서 따뜻한 밥상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재료입니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어느새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요리해서 먹일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을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라도 엄마가 만들어 주던 따뜻한 소울 푸드를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아이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돌보아 주는 귀한 일에 무엇보다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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