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지프(시지포스)’는 신들의 비밀을 누설한 죄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게됩니다. 산비탈에서 바위를 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일을 죽는 날까지 되풀이한다는 것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삶입니다. 신들은 이렇게 무용한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스의 신화의 주인공 시지프의 부조리한 삶의 모습 속에서 ‘카뮈’가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바로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오는 잠시 휴식의 순간이었습니다. 무거운 돌덩이에 몸의 모든 체중을 옮기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끝없는 고뇌의 산길을 오르는 시지프의 얼굴은 이미 돌덩이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다시 돌을 굴려 올리기 위해 산비탈을 걸어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호흡과도 같은 삶의 부조리함을 의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카뮈는 시지프의 소리 없는 기쁨이 송두리째 이러한 인식의 순간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가 운명을 직시하는 순간 자신의 삶과 바위는 이미 그의 것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응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은 경이로운 승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게 됩니다. 그림자 없는 햇빛이 존재하지 않듯, 모든 부조리한 인간의 삶에 대한 대답은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 속에 그려볼 수 있게 됩니다. 시지프는 자신에게 놓인 형벌의 돌덩이를 직시함으로 오히려 그것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었고 끊임없이 자신의 바위를 들어 올리는 고귀한 성실성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신화 같은 존재 알베르 카뮈가 자신의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통찰력입니다. 부조리함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시지프의 운명에 빗대어 본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부조리함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부조리함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인정하고 성실함으로 삶을 되찾는 것, 비록 극소수 일지라도 그런 사람들만이 참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실 이 책의 첫장을 여는 순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인생이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하면서 시지프가 들어올린 돌덩이의 무게감 만큼이나 묵직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한 두번 고민이 들만큼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일단 완독 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힘겹게 돌덩이 하나를 산꼭대기에 올려놓고 내려오는 기분으로 서평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