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남겨보면 조금 마음이 후련해질 것 같아 적어보는 이야기.
소중한 우리 둘째 아기가 벌써 9개월을 맞이했다. 아기는 자기의 속도를 지키며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첫째 때보다 발달이 느린 것 같아 살짝 걱정을 하는 날이면 보란 듯이 해내 보이는 둘째였다.
둘째를 임신 중이었을 때 뇌에 작은 혹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혹은 97% 확률로 자라면서 사라질 것이라고 하셨고 말씀해 주신 대로 임신 중기가 지나자 자연스럽게 소멸했다. 담당교수님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태아가 태어나면 뇌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출산 당일 아이는 급속분만으로 태어났다. 힘주는 과정에서도 1시간 여를 힘주기를 하며 꽤나 힘들게 태어났다. 그래서였을까. 태어난 아이의 머리에는 두혈종이 있었다. 신생아실에서는 아이가 힘들게 태어나면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며 경과를 지켜보고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아이가 퇴원하고 첫 예방접종을 맞으러 다시 병원에 갔던 날, 산부인과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뇌초음파 검사를 예약했다. 뇌초음파 결과 혹은 사라졌고, 다만 아이의 머리가 좀 큰데 유전적인 요인일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뇌출혈이 마른 흔적(진행완료)이 있고, 경미한 뇌실확장이 있으나 정상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어 큰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셨다. 아이의 머리가 다른 아이들보다 부쩍 커 보였지만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불안감만 커지는 이야기들 뿐이라 애써 외면했다.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했으니 정상이려니 했다.
그 이후에도 아이는 머리둘레가 99백 분위가 넘는 상태로 계속 자랐다. 태아일 때에는 머리둘레가 늘 평균정도였는데, 조금 이상했다. 그래도 아이가 키도 몸무게도 95백 분위가 넘는 큰 아이여서 그런가 보다 했다. 소아과 교수님도 내가 계속 불안해하자 머리둘레를 주기적으로 재어보자고 하셨다. 그러다 8개월이 된 날, 아이의 머리둘레가 계속 크니 뇌초음파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
별일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뇌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똑같이 유전적 요인일 수 있다고 말씀하시다가 부모의 머리둘레를 보고는 유전적 요인이 아닐 수 있겠다 하셨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뇌실확장으로 뇌척수액이 고여있어 머리둘레가 평균보다 급격히 커진 것이었다. 다만 2개월 차에 찍었던 초음파사진과 크게 차이가 없어 현재로서는 뇌실확장이 진행 중인 것이 아니라며 역시나 정상소견을 주셨다. 다행인 것은 뇌에 별다른 손상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뿐이었다. 현 상태와 원인을 더 자세히 보려면 MRI를 찍어야 하는데 그건 부모가 결정할 일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자 이 병원은 안 되겠다, 다른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내내 뇌실확장과 뇌척수액을 검색해 보고, 관련 질환 카페에 가입하고 나오는 모든 글들을 전부 읽으며 밤을 새웠다. 발달이 잘 되고 있고 정상소견을 줄 정도라면 정상일 것이란 희망적인 생각이 들다가도 눈에 띄게 큰 아이의 머리를 보면 '급속분만 때문인가? 제왕절개 했으면 괜찮았을까? 힘주기를 오래 한 탓일까? 2개월 때 큰 병원에 바로 갔어야 했을까? 내가 자연분만을 너무 고집했나? 두혈종이 있었으면 더 꼼꼼히 살펴볼걸 그랬나?' 이런 끝없는 후회들이 머릿속을 뱅뱅 돌아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글들을 읽으면 예후가 좋은 편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아이도 다른 질환으로 인한 뇌실확장이 아니라 아마도 출산 시 발생한 뇌출혈로 인해 경미한 뇌실확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급속분만, 난산의 경우 신생아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확실한 사실은 큰 대학병원에서 MRI를 찍어야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추측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더 이상 진행 중이지 않은 경우, 일명 정지된 수두증이라고 하는데 약간의 운동성 발달지연 외에는 크게 이상이 없이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리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방긋 웃으며 눈 마주치고 (무거운 머리이지만) 열심히 잡고 스스로 서려고 노력하는 아이를 보며 어떤 결과여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