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수학이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보다 미미한

by 꿈꾸는 앤

딸이 종업식을 했다. 고등학교 3년 중 1년이 끝났다.


1학기 중간고사를 볼 때까지만 해도 햇병아리처럼 종종 거리며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더니 일 년을 보내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2학기 기말고사 때는 마음 잡고 열심히 했고, 성적이 많이 올라 스스로도 뿌듯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아쉬워했던 건 역시 수학.


공부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못하는 편은 아닌데, 시험을 볼 때마다 불안해서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는 것도 틀려서 점수가 안 나오니 속상할 수밖에.


딸 스스로 수학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해서 나에게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중학교 때 열심히 하지 않은 것, 나랑 안 맞는 학원을 다녀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 다른 과목이랑 달리 모르면 전혀 손댈 수가 없다.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

- 수학 인강을 추가로 들어야겠다.(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한다.)

- 수업이 끝나고 학원에 가면 너무 힘들어서 졸음이 쏟아진다. 수업에 집중되지 않아서 놓치는 것이 많다.


이제 고2가 되니 수학에 대한 문제를 더 미룰 수 없어 많이 고민한 결과일 것이다.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수학 공부의 레벨을 보면 중학교 수학이 부족한 것이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딸이 하는 말에 이미 해결 방법이 나와 있다. 수학은 자신이 개념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학교나 학원에서 하는 개념 설명이나 문제 풀이 강의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자기화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한 과목이다. 강의를 더 듣는 것보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새로 배우는 내용을 모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것을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시간이 필요한 건데, 배우는 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조급해하니 더 힘든 것이라고. 그러니 인강을 추가로 듣는 것보다 수업에 집중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라. 힘들어도 공부는 그렇게 하는 거다. 그렇게 말해줬다.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보는 시간만 조금 줄이고 집중해서 숙제랑 공부를 마치고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까지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가 말한다고 고쳐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활용의 중요성을 깨닫기 전에는 어떤 말도 잔소리다.


그래도 수학 때문에 성적이 안 나와서 대학을 못 가면 어쩌냐고. 묻는다.


대학 안 가도 된다. 천천히 가도 된다.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인생도 생각보다 더 길다. 좋은 대학 가면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나머지 인생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살아보니 그렇다.


수학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런데 삶에 필요한 것은 수학 공부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것.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혼자와의 싸움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수학 공부를 하면서 삶에서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태도를 배우는지도 모른다. 그게 수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이 단순한 조언을 알고 있다. 조급하고 눈앞의 결과에 급급해 자주 잊어버린다.


딸과 대화하면서 내가 하는 말이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도 엄마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작년 이맘때 다짐했었다. 아이는 일 년 간 자기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성장했다. 나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기웃거리기는 했지만 딱히 뭔가 이룬 것 없다고 해야 할까. 시작은 반이지만, 나머지 반은 거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나야말로 치열하게 싸우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모르겠다. 40년을 넘게 살아도 앞으로 남은 삶의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 말이다. 차라리 수학 100점 맞는 목표가 있었을 때가 행복한 거라고 딸에게 말한다면 매서운 눈으로 날 쳐다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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