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

요리의 즐거움

by 꿈꾸는 앤

나는 요리를 꽤 좋아한다. 요리의 과정을 진심으로 즐긴다. 물론 내 입맛에는 맛있지만 맛에 대한 부분은 잠시 접어두고 요리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딸이 어렸을 때, 매일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을 때는 퇴근하자마자 저녁 준비를 했다. 아니다. 저녁 준비는 퇴근하고 집으로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오늘은 뭘 먹을까 생각하면서부터.


가능하면 매일 새로운 반찬을 만들었다. 그리고 재료와 요리법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메인 반찬이 고기라면 국이나 다른 반찬은 채소가 들어가는 것으로. 매운 음식과 맵지 않은 음식이 골고루 상에 올라오도록. 가능하면 그 계절에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은 꼭 먹으려고 했다. 봄과 가을 꽃게, 겨울 무와 굴, 파래, 가을 대하 등.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냉장고에서 모두 꺼낸다.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씻고, 자르고, 밑간 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재료 손질은 한꺼번에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찜이나 국이 있다면 먼저 불 위에 올리고 다른 재료 준비를 할 때도 있다. 재료 손질이 끝나면 껍질 등 쓰레기는 담아서 버리고, 남은 재료들은 다시 정리해서 냉장고로 넣는다.


다음 과정은 불 위에서 이루어진다. 요리를 구상할 때는 불의 세기, 조리 시간이나 재료를 넣는 순서, 소금이나 간장, 액젓 등 무엇으로 간을 할지도 미리 생각해 둔다. 재료들이 하나씩 불 위로 올라가 섞인다. 끓이고, 볶고, 데치고, 찌고 굽는다. 때로는 무치고 비빌 때도 있다. 하나씩 마무리될 때마다 보관 용기나 접시에 담고 정리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면 주방은 말끔하고 내가 만든 요리만 남는다.


누구에게 간섭받거나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내 머릿속 상상과 나의 움직임, 그리고 맛보는 혀로만 이루어지는 고요한 활동. 내가 상상한 음식과 완성된 음식의 싱크로율이 맞았을 때의 카타르시스.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요리의 과정이 실현될 때의 쾌감. 그렇다. 나는 요리의 결과보다 과정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J형 인간인 것이다. 사실 나에게 요리의 과정은 가족을 위한 엄마의 식사 준비라기보다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나를 위한 조용한 명상이나 수행에 가까웠다.


이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할 기회가 별로 없다. 지금은 오롯이 나를 위한 음식들을 할 때가 더 많다. 매일매일 명상하듯 했던 요리가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나는 요리가 즐겁다. 가끔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딸이 배고플까 봐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둘 때 설렌다. 내가 요리를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일용한 음식을 만드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임을 알 것 같다. 그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껏 상을 차리고 마주 앉아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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