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일 년에 한두 번쯤 에너지가 고갈되고 한없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를 본다. 무모하리만큼 배구에 모든 것을 건 주인공 히나타.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에너지를 가진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 단원들. 다양한 캐릭터들이 모여 배구라는 운동으로 하나 되어 성장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다른 배구부원들과는 조금 다른 등장인물이 한 명 있다. 츠키시마이다. 카라스노 고교에 드문 장신 선수이며, 운동 신경뿐만 아니라 영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는 선수지만, 배구에 임하는 태도는 조금 냉소적이다. 훈련 시간이 끝나고도 남아서 연습을 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츠키시마는 쓸데없는 에너지는 조금도 더 쓰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여름방학 합숙 훈련을 위해 다른 학교에 원정을 가게 된 카라스노 고교 배구팀. 이 날도 훈련이 끝나고 남아 연습 경기를 하거나 평소에 익혀두고 싶은 기술을 연습하지만 츠키시마는 피곤하다며 숙소로 돌아간다. 그때 츠키시마를 추종하여 함께 배구부에 들어왔지만 주전으로는 뽑히지 못하는 타다시가 매번 연습이 끝나면 칼같이 숙소로 돌아가버리는 츠키시마를 불러 세운다. 그런 타다시에게 왜들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고작 부활동에 불과한 거 아니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뭐 하려 열심히 하냐면서 냉소적인 답을 한다. 그때 타다시가 츠키시마를 향해 소리친다. "자부심 말고 뭐가 있겠어?"
선발이 되어 경기장 안에 들어섰을 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팀원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대충 해.
월급 받는 만큼만 해.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안 알아줘.
그냥 못한다고 거절해.
어쩌면 이런 말들이 너무 마음을 써서 혹여라도 상처받을 수 있는 나를 지켜줄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그렇게 타협해 버리는 내가 못나 보인다. 그래서 나는 <하이큐>를 보는 것 같다. 무언가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쏟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