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꿈은 뭐이가

나에게 묻는다면

by 꿈꾸는 앤

수능이 끝나고 딸이 예비 고3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고3의 무게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당사자가 아닌 나도 느끼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아직 고2 기말도 안 끝났는데 벌써부터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대신 짊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맨발에 돌밭길이라도 걷기를 마다할 부모가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안타까워도 자식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자식이 감당하도록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안다. 그저 시간이 지난 후에 미련과 후회가 남지 않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다른 지름길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뿐.


예비 고3 엄마라고 이제까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입시설명회라는 곳에도 다녀와봤다. 이번 겨울 방학에 수업 하나라도 더 듣게 해야 하는 건지, 입시 정보를 모아서 갈 수 있는 대학 입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머리가 복잡하다. 윈터스쿨 수강 신청하려고 피시방 갔다는 맘카페 게시글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내가 뭘 몰라서, 안 해서 내 아이가 뒤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하루에도 여러 번, 힘들어해도 더 아이를 몰아서 끌고 갔어야 했을까 돌아본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을 더 살아보니 대학 입시라는 것이 행복이나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삶은 길고 넓고 깊다. 진로를 규정하기에 아이가 지나온 삶은 아직은 우물안과 같다. 그러니 지금 당장 무언가 결정되지 않아도 불안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불안함의 원천이라는 것 또한 나도 그 과정을 겪어왔기에 알고 있다.


넌 뭘 하고 싶니?


그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지금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의 선택을 방해하는 그 어떤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런 걸 왜 해'

'힘든 걸 왜 해'

질문을 가장하고 걱정의 탈을 쓴 인생의 방해꾼들.

'거 봐. 내가 뭐랬어.'라는 말을 들을까 봐 주저하고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일들이 후회스럽다. 그래서 수많은 기회를 앞에 두고 있는 내 딸이 미치도록 부럽다.


대한민국 입시전선의 최전방에 왔다. 전투복을 갖춰 입고 총알을 장전하는 아이 뒤에 나도 섰다. 어느 순간에는 아이 혼자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아이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잣대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방임과 강요의 가름선이 어딘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좋은 부모였을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지막 날갯짓을 준비하는 내 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그래서 보여주고 싶다. 엄마도. 이 나이에도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려고 한다는 것을. 삶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아주 작은 실수와 실패가 내 삶을 망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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