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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16. 2019

나는 잘츠부르크 병에 걸렸다

남들은 파리 병 걸렸다던데...

제목 그대로다. 남들 파리 병 걸릴 때 나는 잘츠부르크 병에 걸렸다.


두 번이나 찾았던 잘츠부르크. 나는 애칭으로 줄여서 ‘잘츠’라고 부른다. 빈이나 잘츠나 둘 다 좋아하는 도시라서... 만약 누가 나한테 ‘빈과 잘츠, 둘 중 어디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수준이라 무척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민 끝에 잘츠를 택할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60대가 되기 전에 잘츠에도 집을 하나 사서 일 년의 반은 그곳에 있고 싶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빈도 서울에 비하면 작은 도시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이니 만큼 규모가 크고 대중교통이며 여러 가지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다. 패스권 없이 돌아다니는 건 좀 무리다. 하지만 잘츠는 패스권 없이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작다. 반나절이면 시내 구석구석을 다 돌아볼 정도로 아주 작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회며 예술품 볼거리가 빈 보다 많은 것도 아니고, 놀기도 빈이 더 좋은데 왜 나는 이다지도 잘츠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향수병(鄕愁病)이 아니라 잘수병(잘츠부르크를 그리워하는 병)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맥북 배경화면도 내가 직접 찍은 잘츠부르크 사진이다. 이렇게 나는 매 순간 잘츠를 그리워하고 있다.






첫 잘츠부르크 방문 때 든 생각은... ‘엄마랑 다시 오고 싶다. 꼭 엄마랑 오고 싶다.’였다.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가 본 적도 없지만 이 도시는 왠지 엄마가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이서 시내 한 바퀴 돌고, 맛있는 식당 찾아서 식사하고, 카페 가서 커피 한잔 한 후에 미라벨 정원 산책이나, 잘자흐 강가 산책도 괜찮을 것 같았다. 특별한 일정 없이 엄마와 둘이서 에어비앤비로 아파트 한채 얻어서 한 사나흘 같이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눈 돌리면 알프스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엄마가 좋아할 포인트인 것 같았고.


두 번째 잘츠부르크 방문 때 든 생각은... ‘여전히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였다. 빈에서 4박 5일 머물고 이동해 잘츠에서 3박 4일을 머물렀는데, ‘만약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살게 된다면?’이라고 가정해서 그 삶을 한 번씩 상상해 봤었다. 빈에서의 나는 내 머릿속에서 잘 안 그려지더라... 지하철이나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내 모습,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 매주 주일미사를 보는 내 모습... 그런 것들을 상상하려 노력해봐도 이미지화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잘츠는 달랐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내 모습,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잘자흐 강변을 따라 운동하는 내 모습, 슈퍼에서 식료품을 잔뜩 사서 집에 돌아가는 내 모습, 잘츠부르크 대성당에서 주일 미사를 보는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쉽게 이미지화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츠부르크를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도시’로 알고 있고,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두 번의 잘츠 방문은 내가 가지고 있던 그 선입견을 깨 주었다. 잘츠는 모차르트를 빼고도 무척 사랑스러운 도시다.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흐르는 잘자흐 강도... 그 강변을 따라 심어진 가로수들도... 그 가로수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아침저녁으로 강가에서 조깅하는 사람들도... 눈 돌리면 보이는 호엔 잘츠부르크 성도... 카라얀의 집 인근에 있는 모차르테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도... 민트색 세 개의 돔이 보이는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그 안에 설치된 다섯 개의 파이프 오르간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라벨 정원과 그 옆 산책로도... 뭐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데가 없는 그런 도시다. 다만 ‘모차르트의 도시’라는 게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 때문에 이런 작은 매력포인트들을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칠 뿐...


매일매일 순간순간, 나는 잘츠가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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