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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Jul 12. 2019

꿈꾸고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올여름 BBC Proms 2019를 보기 위해 영국으로...!


❝말이 씨가 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다. 특히 올 8월 마지막 주에 떠날 여행이 더 그렇다. 브런치에 여행기와 관련된 매거진을 개설하며 2017년 6월 16일에 남긴 글에는 “내후년에는 영국(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포함한)에 가려고 하는데 BBC Proms가 목적이다.”라는 문장이 남아있다. 그리고 정말, 그로부터 2년 후인 올해 8월... BBC Proms를 보러 가게 됐다. 아직 2017년 오스트리아 + 체코 + 헝가리 + 크로아티아 + 이탈리아 여행기도 다 쓰지 못했고, 작년 2018년 일본 후쿠오카 여행기도 쓰지 못했는데 이렇게 또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것을 밝히니 얼굴이 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


말이 씨가 된다. 진짜로...


올해 2019년은 내게 중요한 전환점 중에 하나였다. 3년 전 출판한 책의 후속작을 출간하기로 한 해로, 그 때문에 상반기에는 다른 일을 모두 접어두고 오롯이 책 원고에만 매달렸다. 모든 책의 저자들이 그렇듯 책 한 권의 원고를 완성한다는 것은 정말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책의 특성상 나는 또다시 자료와의 지루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이번엔 더 많은 영문 자료들과의 씨름을 했다.) 그리고 이전에 들어왔던 강의 요청들은 모두 9월 마지막 주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그래서 내게 허락된 자유의 기간은 8월에서 9월... 계약서 상의 마감일보다 원고가 늦어질 것에 대해 보험을 든다 생각하고 8월 마지막 주에 출국하기로 했다. 그리고 강의 시작 1주일 전에 돌아와 시차 적응을 하고 강의 준비를 할 시간을 확보해서 21일 (정확히 현지에 머무는 시간은 20일이지만 도착 시각이 저녁이므로 그날 하루 빼고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짜는 19일)의 여행 계획을 잡았다. 처음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영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다가, 더운 여름인 것을 감안해서 영국으로 확정했다. (어쩌다 보니 추석 연휴가 여행 기간에 껴버렸다. 본의 아니게 명절 맞선의 굴레에서 벗어나 버렸다... 만세...?! ^_^;)



❝인생은 될놈될.❞


인생은 타이밍, 인생은 될놈될(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인터넷 명언)이란 말이 이번 여행 준비기간처럼 와 닿은 적이 없었다. 비행기 티켓은 1월 초부터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미 내가 선호하는 외항사(핀에어, 루프트한자, KLM)는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였다. 각 거점 공항에서 1회 환승을 한다 하더라도 왕복 항공료가 120만 원 전후를 호가했다. 외국 사이트를 뒤지고 다른 외항사들을 찾았다. 베트남 항공이 80만 원 초반대인데 비행시간이 20시간이 넘었고, 카타르 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은 80만 원 후반 대였지만 비행시간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길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결제를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외국 예매 사이트(외항사 공식 사이트가 아닌 예매대행 사이트)라 환불 규정을 찾아보기 힘들거나 어렵게 규정을 찾는다 해도 환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 또 어찌어찌 찾아서 보니 취소를 하게 된다면 무조건 항공료의 절반이 취소 수수료로 나간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두 번째 이유는... 여행을 잘 다니고 거의 모든 항공사 항공편을 이용해 본 6촌 언니에게 에미레이트 항공과 카타르 항공에 대해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 때문이었다. ‘항공 서비스며 안정성은 괜찮은데, 너 그때 거기 경유하면 메르스 검역대상 된다?’ 평소라면 상관이 없었겠지만 귀국 1주일 뒤부터 10주간의 강의가 잡혀있었다. 출강 나갈 강사가 메르스 검역대상이 되고, 격리 대상자가 된다거나 하면 안 될 일... 결국 티켓팅을 포기하고 ‘올해도 유럽은 못 가나보다...’ 하고 낙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될놈될...!  아시아나 항공 창립 31주년 특가 이벤트가 떴고, 나는 인천 - 런던 히드로 왕복 항공편을 97만 원에 예매했다. 당시 가장 싼 직항인 영국항공 브리티쉬 에어웨이즈가 113만 원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그야말로 ‘개이득’이라고 할 밖에. 


그런데 예매를 하고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G마켓과 아시아나의 콜라보 이벤트가 오픈되었다. 검색해보니 이전보다 7만 원이나 더 싸게 예매할 수 있었다. 일단 예매를 한 후, 이전에 아시아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한 내역을 취소했다. G마켓 수수료 1만 원을 제하면, 항공료 가격만 89만 원... 그야말로 ‘될놈될’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될 놈이 나라는 거...^-^;) 다른 외항사들도 성수기를 맞이하여 특가 이벤트를 계속했지만, 내가 예약한 조건보다 더 좋지는 않았다. (중간에 스탑오버로 독일 들르고 싶어 루프트한자도 엄청 봤다. 하지만... 경유 편이 더 비싼 이유는... 뭐죠? ^-^;) 


그리고 무엇보다도 취소와 변경에 대한 조건이 확실히 명시되어 있었고 위약금과 수수료도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아서 일단 예약을 해 두고 언제든지 취소를 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영국항공 직항도 113만 원대인데 국적기 직항이 90만 원요? 이거야 말로 될놈될이죠!



❝꿈꾼 지 7년 만에 잡은 기회❞


2012년 여름, CBS 음악 FM의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에서 일하며 처음 알게 된 이름  ‘Proms’. 유튜브를 통해 공연 실황 영상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런 세상이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언젠간 저 장소에 나도 가리라’ 하는 꿈을 꿨었다. (물론 그때는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오래 잡고 살 줄 몰랐다.) 그냥 정말 막연한 꿈이자 목표. 이전에 역사에 관심이 많아 영국 여행을 가게 된다면 대영박물관에서 살다시피 하겠다고 했던 꿈에, Proms라는 작은 꿈 하나가 더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고, 의도치 않게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일을 계속하게 되면서 그 꿈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영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끊었다. 그것도 Proms 시즌 중에.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당연히 공연을 예매해야지.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었기 때문에 (2월에 끊음), 2019 시즌 프로그램과 일정이 공개된 4월에는 낙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가 보고 싶은 공연들은 모두 내가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포진해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바꿀 수도 없는 일정에 (비행기 편은 바꿔도 되지만 내 일정이 도저히 그 앞으로 당길 수 없는 일정이었으니... 크흡... T-T) 최대한 볼만한 공연들을 추려서 예약했다. 예약도 쉽지 않았고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괜찮다. 또 보러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인가... 예매 후기는 아래 링크로 남긴다. 


https://yoohwanj.blog.me/221535586537


링크된 페이지의 예매 후기에도 써 놨지만, 내가 영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은 9월 3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베르나르드 하이팅크, 그리고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의 공연이었다. 하지만 일정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예매일 당시에는 첫 영국 방문에 런던에서만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예매 오픈 전 장바구니에 공연을 담아두지 않았다가 매진사례로 티켓을 못 구했다. 


‘하이팅크의 빈필은 내가 볼 팔자가 아닌가 보다... 11월 1일에 있는 내한공연 예매나 열심히 해야지...’ 했는데... 내한공연 예매... 망했어요... T-T 43만 원짜리 R석과 34만 원짜리 S석을 제외한 나머지 ABC석은 모두 3분 컷... 오늘(7월 11일)에 있었던 합창석 추가 오픈도 3분 컷... ‘아... 진짜 빈 필하모닉은 내가 아직 볼 때가 아닌가 보다...’  그러고 있었는데... 9월 3일 예매 못한 공연, 아침 일찍부터 줄 서서 스탠딩석이라도 구해서 볼 각오를 하고 프로그램 확인하러 Proms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분명 얼마 전까지 예매 페이지로 넘어가는 버튼에 ‘Not Available’이라고 쓰여 있던 것이 ‘Find Tickets’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인생은 될놈될’이라니까요!


그토록 원했던 2019 Proms의 60번째 프롬, 추가로 예매했다. 가뜩이나 물가 비싼 영국 여행 준비하고 예약하면서 쪼들리는 살림, 허리띠 한번 더 세게 졸라매어야 하지만... 오늘 하루 이 티켓 구한 것으로 하루 반나절 동안 지상에서 2, 3센티는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2016년 가을 유럽 패키지여행을 가게 된 것은 ‘빈과 잘츠를 만나기 위한 여행’이었고, 2017년 가을 동유럽 3개국 + 크로아티아 + 북 이탈리아 여행을 간 것은 ‘신의 음성을 듣고 은총을 느끼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올해 2019년 여름 영국 여행은 ‘프롬스와 빈필을 느끼기 위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프롬스와 클래식만 계획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소중한 친구 Clayton 부부를 만나러 브리스톨도 갈 예정이고, 프롬스보다 더 오랜 시간 꿈꿔왔던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사치 갤러리 등 런던의 많은 명소와 인근 소도시를 다닐 예정이다. 처음 비행기를 예약할 때만 해도 3주가 넉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획을 짜고 예약을 하다 보니 봐야 할 것들도, 가야 할 곳들도 넘쳐나는 곳이 영국이더라. 이번 여행에서 별 다른 나쁜 기억만 만들지 않는다면, 아마 오스트리아와 독일, 체코만큼이나 자주 드나들며 머물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요... 나 꿈꾼 지 7년 만에 영국 여행 가요...! 

(가기 전에 원고 마감은 하고 가야 할 텐데요...?! ^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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