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Proms 2019
오늘 7월 19일 금요일. 드디어 BBC Proms 2019 그 58일간의 여정이 시작 됩니다. 그 어느 프롬스 시즌보다 올해의 개막이 더 떨리는 것은 아마 제가 프롬스 현장, 그곳에 갈 예정이기 때문이겠죠. 올해 7월에서 9월 중순까지 영국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 중 클래식 공연을 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 기준에) 볼만한 공연이다, 놓치면 안 될 공연이다 싶은 것들에 대한 정보와 함께 제가 볼 공연들도 자랑 좀 하겠습니다 ^-^
(참고로 제 공연 관람 일정은 시즌의 막바지에 몰려있다는 점...)
PROM 2: BOHEMIAN RHAPSODY
Saturday 20 July 2019
Starts: 7:30 pm
Ends (approximately): 10:00 pm
Joshua Bell violin
Bamberg Symphony Orchestra
Jakub Hrůša conductor
체코의 지휘자 야코프 흐루샤가 이끄는 독일 밤베르크 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협연이 있을 두 번째 프롬을 추천합니다. 프로그램은 체코의 대표 작곡가인 드보르작과 스메타나가 예정되어 있어요.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 A 단조> 그리고 베드르지히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개인적으로 라파엘 쿠벨릭이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를 좋아하는 <나의 조국>...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어떤 색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PROM 15: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I
Tuesday 30 July 2019
Starts: 7:00 pm
Ends (approximately): 8:55 pm
Bavarian Radio Symphony Orchestra
Yannick Nézet-Séguin conductor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젊은 캐나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겐(75년생입니다. 세겡이라는 발음이 저는 왜 더 익숙한지요...;;)과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가 있을 열다섯 번째 프롬을 추천합니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교향곡 2번 D장조>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D단조>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다음 날인 31일에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야닉 네제 세겡(저는 이 발음이 더 익숙합니다)의 연주는 이어집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 E단조>,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쉬빌리와 함께 할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2018년 11월 30일 예프게니 키신 & 주빈 메타와 함께 한 바방(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BRSO)의 내한 연주회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강추...!
PROM 27: THE SOUND OF SPACE: SCI-FI FILM MUSIC
Wednesday 7 August 2019
Starts: 10:15 pm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
Robert Ames conductor
요 프롬은 프로그램이 무척 제 취향이라서 넣어봤어요. 사이파이 영화. 소위 SF영화라고 말하는 영화들의 사운드트랙... 에일리언, 인터스텔라, 언더 더 스킨, 문, 그래비티, 선샤인, 이노센트의 OST들을 연주할 예정이랍니다. 영화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29 & 30 Prom도 괜찮을 것 같아요. 워너 브라더스 스토리라는 테마로 진행되거든요.
PROM 31: BRAHMS, BRUCKNER & STRAUSS
Saturday 10 August 2019
Starts: 7:30 pm
Lise Davidsen soprano
Philharmonia Orchestra
Esa-Pekka Salonen conductor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리사 데이비슨이 함께 하는 31번째 프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성 안토니 변주곡>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가곡>,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낭만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살로넨의 브루크너 4번이 궁금하군요...
PROM 34: WEST EASTERN DIVAN ORCHESTRA
Monday 12 August 2019
Starts: 7:30 pm
Martha Argerich piano
West–Eastern Divan Orchestra
Daniel Barenboim conductor
다니엘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위해 창단한 서동시집 교향악단과 함께 할 34번째 프롬을 추천합니다. 더구나 협연자로 마르타 아르헤리치 여사님께서 계시니 이건 ‘버들 픽’이 아니더라도 클래식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픽 할 거예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가 오남용 한 바그너의 음악을 금기시하는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의 풍토 속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은 그 풍토를 깬 인물 중 하나죠. 이스라엘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고 입국 금지까지 당했던 인물... 그런 바렌보임이 만든 오케스트라가 바로 ‘서동시집 교향악단’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반목을 더 연장시키지 말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음악으로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숨어져 있죠. 스페인 세비야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이전에도 프롬스에 초청을 받았는데 올해도 함께 하네요.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B단조 ‘미완성’>,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 플랫 단조>, 폴란드의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이 공연 인기 많아서 일찌감치 매진이었는데... 오늘도 매진이군요... 변함이 없어요.
PROM 44: BELSHAZZAR’S FEAST
Tuesday 20 August 2019
Starts: 7:30 pm
Gerald Finley baritone
Orfeo Catala & Orfeo Catala Youth Choir
London Symphony Chorus
London Symphony Orchestra
Sir Simon Rattle conductor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 상임 지휘자, 런던 심포니의 현 상임이자 음악감독이신 사이먼 래틀 경이 출연하시는 44번째 프롬을 추천합니다. 영국도 오케스트라가 무척 많지만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부터 시작해서 각 지역마다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들이 참 많아요.) 하지만 저는 래틀 경의 연주를 정말 강추한답니다!
프로그램을 살펴봤는데... 음... 래틀 경 답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풋 하고 웃었습니다. 전공자가 아닌 머글들에게는 생소한 프랑스의 작곡가 샤를 케클랭 <키플링의 ‘정글북’에 의한 반다르 - 로그>, 프랑스의 현대 작곡가인 피에르 불레즈 <아메리카>, 영국 작곡가 윌리엄 월튼의 <데니스 노블의 노래>... 아이고... 전혀 모르겠다... (버들이 눈 돌아가는 소리...@_@) 개중에 아는 게 월튼 밖에 없네요. 그런데도 추천해드리는 건... 래틀 경으로 인해 알게 된 이런 현대음악 레퍼토리들이 싫지 않더라고요. 베를린 필 계실 때 만드셨던 디지털 콘서트홀 시스템으로 접했지만, 래틀 경이 소개해 주셨던 곡들 예상 외로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레퍼토리들 다 잘하시지만 워낙 현대음악 레퍼토리에 능하시니까요.
PROM 47: LEIPZIG GEWANDHAUS ORCHESTRA
Friday 23 August 2019
Starts: 7:30 pm
Michael Schonheit organ
Gewandhausorchester Leipzig
Andris Nelsons conductor
하... 제가 이번 시즌 (못 봐서) 가장 아쉬워하는 공연입니다.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무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정말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죠. 우리가 잘 아는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도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출신이니까요.
프로그램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곡들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C단조>입니다. 프로그램도 이렇게 좋은데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봐요... 어헝헝... ^_T
PROM 50: ORCHESTRE DE PARIS
Monday 26 August 2019
Starts: 7:30 pm
Orchestre de Paris
Daniel Harding conductor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였던 故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수제자, 사이먼 래틀 경의 제자로 알려져 있는 1970년생 젊은 영국인 지휘자 다니엘 하딩이 그가 명예 지휘자로 있는 파리 관현악단과 함께 하는 공연도 좋겠네요.
프로그램은 슈만의 오페라 <게노베바>, 독일의 요르겐 비더만(현대 작곡가예요)의 <바빌론 모음곡> 런던 초연, 베토벤 <교향곡 6번 F장조 ‘전원’>
PROM 60: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I)
Tuesday 3 September 2019
Starts: 7:30 pm
Murray Perahia piano
Vienna Philharmonic
Bernard Haitink conductor
아! 드디어 제가 가는 공연이 등장했습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어의 공연. 아마 제가 보게 될 처음이자 마지막 하이팅크의 공연이 될 것 같네요.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은퇴를 하실 예정이라는 오피셜 뉴스가 떴거든요.
솔직히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제가 열두 시간을 날아 영국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영국을 방문하는 기간 동안 다섯 개의 공연을 예매해 뒀지만 이 공연만큼 보고 싶었던 공연도 없었어요. (그러니 제가 스코틀랜드 일정을 팍 줄여서 4일 만에 런던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세운 거 아니겠어요.) 좌석을 못 구하면 입석이라도 구하겠다며 새벽녘이라도 로열 앨버트 홀 앞에 줄 서려고 했단 말이죠.
하이팅크, 페라이어, 빈 필 3박자 모두 다 제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이유로 제겐 무척 보고픈, 듣고픈 공연이었습니다. 하이팅크는 2013년 런던 심포니와의 내한이 마지막. (그것도 36년 만의 내한이었는데...) 그리고 페라이어는 건강상의 이유로 2년 연속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 일정 전부 취소. 빈 필은 2년 3년에 한 번씩 오는데 이상하게 베를린 필이나 다른 오케스트라는 성공하는 예매를 매번 실패하곤 합니다. 올해도 11월 1일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 있는데 예매 실패했어요. 심지어 합창석 오픈 때도 망했거든요.
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G 장조>,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E장조>. 솔직히 어떤 레퍼토리라도 좋을 겁니다. 그냥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는 것 만으로... 그리고 하이팅크 옹의 은퇴 시즌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좋을 테니 말이죠. (그리고 작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 때 메타 옹을 영접하고 ‘진즉 클래식 좀 듣고 살 걸... 왜 대가들께서 은퇴하실 연세가 되어서야 나는 이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까...’ 하는 한탄 했던 것처럼 이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또 한탄을 하겠지요... 암요...) 아마 저는 엉엉 울고 눈과 코가 새빨개져서 공연장을 나올 게 분명하네요.
빈 필은 다음 날인 4일에도 공연이 있습니다. 안드레스 오로즈코 에스트라다와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함께 합니다. 드보르작의 교향시 <정오의 마녀>, 코른골드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그 외에도 제가 가는 공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PROM 68: WAGNER NIGHT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PROM 71: BACH NIGHT
PROM 74: BEETHOVEN NIGHT (하노버 NDR 방송 교향악단)
PROMS IN THE PARK 2019
솔직히 Proms가 제가 처음 알게 된 2012년에 비해 (사실 최강 캐스트는 그 무렵이었죠. 2011년 2012년...)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적지 않아 있지만... 사자의 이빨은 빠졌지만 이전에 사자가 내지른 포효는 남아 있는 것처럼 볼 만은 할 겁니다. 125회나 계속된 축제가 힘이 빠져도 전 세계 사람들이 아직도 찾고 있으니까요. (저 예매 오픈 한 시간 반 만에 예매했다니까요? ^_T)
올해 프롬스에 눈에 띄는 점, 한국인 피아니스트 둘이 초청을 받았다는 겁니다. Prom 7(7월 23일)에 손열음, Prom 48(8월 24일)에 조성진.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Prom 57에 상하이 심포니가 초청되었더군요. 한국 오케스트라는 (그나마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둔 빨로) 서울시향이 2014년에 딱 한 번 초청받고 그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고요.
개인적으로 손열음이나 조성진의 공연을 굳이(!) 영국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에 볼 게 없는 것도 아니고...(갤러리며 박물관이며 얼마나 잘 돼 있는데요! 심지어 입장료 없는 데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손열음, 조성진의 공연은 국내에서도 많이 해요. 물론 조성진 공연은 매진 사례라 티켓 구하기가 힘들긴 하지만요.
그리고 제가 위에서 언급한 공연들 뿐 아니라 다른 공연들도 좋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Proms에 초청되는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들은 세계 정상급이 아니면 초대가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볼 공연들 중 빈 필을 제외한 나머지 공연들은 프로그램 보고 제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공연으로 예매했습니다.) 아무래도 주최가 BBC 방송사다 보니 그 산하 심포니나 필하모닉이 연주를 많이 하는데, 그들 실력도 좋아요. 그러니 이 기간 동안 런던 가시는 분들이라면 공연 보시길 추천합니다.
많이 비싸지도 않아요.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 좀 넘게, 2만 원 정도 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일 싼 공연 티켓이 7.5 파운드인데 거기서 fee 2파운드 정도 붙어 대충 10파운드라고 쳐도 우리나라 돈으로 만 오천 원 정도예요. (물론 좋은 자리는 더 비싸겠죠? 젤 비싼 좌석이 75 파운든가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fee 제외 가격이고요. 그래도 싸죠... 우리나라에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제일 좋은 좌석이 40만 원 전후하거든요.)
2년 전에 유럽 여행 같이 갔던 친구가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요. 자긴 오페라나 클래식 같은 거 관심 없어서 빈 갔을 때 빈 슈타츠오퍼(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 아무 생각 없이 저 따라 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거기 기억은 참 생생하고 기억이 오래 그리고 짙게 남았다고요.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좋았던 감정이 느껴진다면서 말이죠.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 중에서도 제 친구 같은 분 생길 수도 있으니 정말 정말 강추해요. 여름 여행으로 간 런던에서 싼 가격으로 프롬 보시고, 그래도 좋으면 한국에서도 공연장 찾아주시고 클래식 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