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리뷰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케빈 파이기가 발표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페이즈 3을 마무리하는 영화로서의 역할보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영화였다. 톰 홀랜드가 계약한 여섯 편의 영화 중 단독 다섯 편의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었고, 한 편의 단독 영화만 남은 상황.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더 기다려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연 톰 홀랜드는 소니 픽쳐스 + 마블 스튜디오와 추가 계약을 더 하게 될까?
이전 편인 <스파이더맨 : 홈 커밍>에서의 피터 파커는 학교생활보다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하던 철없는 고등학생으로 보였다. 그에 비해 이번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 평범한 연애나 평범한 수학여행을 꿈꾸는 철없는 고등학생이란 느낌이 든다. (이러나저러나 MCU의 피터 파커는 철없는 고삐리...^-^ 그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지질함이 맛이었고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은 상큼한 외모가 매력이었고, 우리 애기 거미 톰 홀랜드는 철이 없는 그런 맛이지...^-^;)
하지만 오래전 벤 삼촌은 말씀하셨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벤 삼촌의 말씀은 세계관을 달리해도 여전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영화는 벤 삼촌이 말한 그 책임감을 받아들인 애기 거미 피터 파커가 진정한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피터의 심경 변화는 스파이더맨 슈트. 일명 코스튬의 변화로 읽어낼 수 있다. 슈트란 각각의 히어로들을 상징하는 시각적 아이콘이자, 그들의 정체성... 더 나아가 한 개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작전에 임하기 전 캡틴 아메리카는 “SUIT UP!”이라고 얼마나 자주 얘기했던가. MCU 스파이더맨의 멘토였던 아이언맨 또한 <아이언맨 3>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아이언맨 슈트를 폭파한 후 아이언맨이 아닌 토니 스타크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심장에 박혀 있는 포탄의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슈트’ 그 자체라고 봐도 되는 아크 리액터를 바다에 던져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시작 부분에서는 ‘나노 입자 저장부’를 가슴에 달아 언제 닥칠 위기를 대비하는 ‘아이언맨’의 모습을 보였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또한 같은 맥락이다. 전편인 <스파이더맨 : 홈 커밍>에서 피터가 토니에게 “I’m nothing without THE SUIT(그 슈트 없이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얘기한 후 슈트를 뺏긴 것(이건 아이언맨 3편과 맥락을 같이 하는 모습이지만)과 슈트를 뺏기고 나서 벌쳐의 음모를 저지할 때 벌쳐의 계략에 위기를 맞고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보아도 슈트의 상징성을 잘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땐 허접한 옛날 코스튬 입고도 벌쳐의 음모를 저지했다.)
이번 편에서 피터는 자신이 가진 힘에 따라오는 책임을 회피하며 (‘저는 겨우 열여섯 살짜리 애예요... 차세대 아이언 맨은 저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요!’ 하면서), 닉 퓨리의 쉴드에서 제공한 검은색 슈트, 일명 ‘나이트 몽키’ 슈트를 착용한다. 이후 이야기가 계속 전개되고, 피터는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다가 그 책임을 직시하고 책임을 짊어지기로 하는데, 이때 그의 심경 변화는 슈트를 직접 만드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 준 것을 그저 얻어 입기만 했다면, 이제는 자기가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세팅하여 만들어 새 슈트를 만드는 것. 그 모습이야말로 '인턴 어벤져스' 혹은 '아이언맨의 멘티 스파이더맨'에서, '한 사람의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것의 은유다. 실제로 피터는 자신이 제작한 슈트를 빨갛고 까만 총천연색의 쫄쫄이 슈트를 입고 쿠엔틴 벡을 저지했다. 그리고 뉴욕으로 돌아와 해피와 메이 숙모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대중에 공개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긴다. (그리고... What the F...^-^;)
쿠엔틴 벡 또한 코스튬으로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진짜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는 정말 그럴싸한 히어로 코스튬으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가 쓴 헬멧은 그의 이름 ‘미스테리오’처럼 내부가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가려진 헬멧과 ‘미스테리오’의 이름,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홀로그램 기술은 캐릭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정체가 밝혀진 후에는 일명 ‘남성성이 사라지는 옷(feat. 마크 러팔로 a.k.a 헐크 – 러팔로는 CGI 처리를 위해 모션 캡처를 딸 때 이 옷을 입으면 자신의 남성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CGI 처리를 위한 쫄쫄이 옷을 입은 모습만을 보인다. 이는 미스테리오가 불러낸 엘리멘탈도 홀로그램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미스테리오의 실체인 쿠엔틴 벡이 슈퍼 히어로 파워가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피터에게는 한 주먹 거리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회 차 관람이기도 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화면에 집중을 제대로 못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놓친 것 같긴 했지만... 총평을 하자면 '마블은 역시 믿고 보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스토리 라인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미스테리오가 빌런이라는 게 예상대로라서 좀 싱겁긴 했지만... 솔직히 이거 몰랐던 사람이라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제이크 질렌할 정도 배우가 스파이더맨의 조력자 정도의 그저 그런 역할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면 정말 순진한 거 아닙니까...? ) 구성의 짜임새도 마음에 들었고... 역시 마이클 지아키노...! 음악도 잘 썼다... CG 처리 눈에 거슬릴 정도로 나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해피 호건 역할의 존 패브로의 연기가 좋았다. (대사 하나에 캡틴 생각나서 쿡쿡 웃기도 했음...^-^)... 베프인 네드나 여자 친구인 MJ 캐릭터는 계속 안고 가는 이유를 알겠는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점 하나. 도대체 플래시 캐릭터... 얘는 어떻게 써먹으려고 자꾸 떡밥을 안겨주는지 궁금하네.
곧 있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마블 스튜디오가 엄청 큰 부스를 잡았다고 하니... 코믹콘에서 마블 스튜디오가 발표할 제작 소식들 기다리며 이번 영화 리뷰 마친다.
결론!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오래오래 해 먹었으면 좋겠다! 마블에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별점 : ★★★☆ (3.5개 / 5개 만점)
한 줄 평 :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이제 피터 파커는 그 책임을 따를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