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류인하 Jan 15. 2020

하지 말아야 했을 리부트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관람 후기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 감상 한줄평이다. 트릴로지의 종결인 <에피소드 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보고 끝없이 올라가는 엔딩 스크롤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JJ 에이브럼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을 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처음부터 캐슬린 케네디가 루카스 필름 사장이 되어 모든 제작을 총괄한 게 문제였을까. 대체 어디서부터 이 트릴로지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 한국 시장에서 히트도 못 치는 이런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매료되어,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매료되어 끊임없이 소비해 준 나부터 문제인가...


내가 애니메이션에 게임까지 섭렵할 정도로 미친 빠는 아니었지만 수험생 시절에도 새 스타워즈 영화가 개봉하면 개봉날 오전에 보러 갈 정도였는데... 이렇게 기대가 안 됐던 편도 처음이고 이렇게 두근거리지 않은 것도 처음이었다. 개봉일 일주일 지나서라도 아이맥스 관에서 본 걸로 팬으로서의 의리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 시리즈 리부트 한다고 해서 극장으로 선뜻 쫓아가지 않을 거 같다. (루카스 필름 사장단 바뀐다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


시퀄 스타트인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에서 온갖 요소요소에 PC(Potlical Correct) 칠을 범벅해놨어도 이해했다. 광선검을 쥐는 주인공 레이가 여자인 것도, 주인공 중 한 명인 핀이 유색인종인 것도. 오리지널 시리즈에도, 프리퀄 시리즈에도 여자 제다이도, 유색인종 제다이도, 외계 종족 제다이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조연은 완전히 무게감이 다르니까. 그래! 시대가 바뀌었고 이데올로기도 바뀌었으니까!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에서 오리지널 세계관을 파괴하고 설정도 틀어버린 것도 이해했다.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면 세계관 확장을 해야 했고, 그를 위한 포석이었으므로. 


하지만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8편에서 벌여놓은 진창을 수습하는 데 정신이 없다. 주인공 감정선은 일관성이 없어서 맥이 뚝뚝 끊기고 스토리도 널을 뛴다. 중요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떠날 때는 자못 비장하기 그지없었지만, 처음 맞닥뜨린 조상들을 기리는 축제 같은 광경을 처음 본다며 설레어하는 레이는 조울증 환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최종 빌런일 것 같았던 카일로 렌은 전편에서 어머니 레아 공주가 탄 전함이 코 앞에서 파괴되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어머니가 숨을 거두는 순간을 포스로 느끼고는 동요하고, 자신이 죽인 아버지의 환영을 보며 개과천선 한다는 것도 웃기다.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엔 레아 - 카일로 렌(벤 솔로)이 유대감을 쌓거나 감정을 쌓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모자지간의 애틋함이나 애정 때문이라기에는 서사의 구조가 빈약하다. 마지막에 너네 키스는 왜 하는 건데? (이거 계속 쓰다 보니 화가 난다...) 게다가 최종 빌런으로 죽은 황제 펠퍼틴을 되살린 것 또한 어이가 없다. 아니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펠퍼틴이 이번에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 있나? 


내가 처음 스타워즈에 매료된 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처음 본 제다이의 전투씬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팬이라고 자처하게 된 것은 시간이 지나 나이를 더 먹고 다시 보니 여러 가지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인류의 다양한 인종 정도가 아니라 인간이 아닌 다른 모습의 외계 생명체를 등장시켜 평등의 메시지를 심어둔 것이나, 독재 체제인 제국에 대항하는 저항군과 연합국을 통해 자유와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심어둔 것들이라던가... 더 나아가 주인공인 레이의 부모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설정, 7편에서 광선검을 다루는 핀, 8편에서 포스를 다루는 어느 행성의 이름 모를 어린 캐릭터... 즉 Chosen one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가진 특별함 같은 것들도 좋았는데... (광속 점프해서 적 함대를 들이받아 이기는 전술 따위는 구렸어. 레알로 그건 팬들을 호구로 보지 않았으면 하지 못할 짓이었다... 외연 확장을 하더라도 기존 팬층은 안고 가야지...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로즈 캐릭터도 오버였어...) 하지만 9편에서 시리즈 최악의 에피소드로 꼽히던 8편이 가지고 있던 미미한 장점마저도 모두 버리고, 트릴로지를 수습하는 것에만 급급해, 결국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없이 7편과 8편, 그리고 9편 각각 자기 하고 싶은 말 하는... 자기 팔 자기가 흔들고 마는 결과물이 되었다. 트릴로지가 왜 트릴로지인가. 세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설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는 프랜차이즈를 이끄는 사장단을 비롯한 경영진이 얼마나 공들여 세계관을 구성하고 어떤 방향으로 제작할 것인지 확실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그 어떤 강력한 프랜차이즈도 망조가 든다는 좋은 예가 되었다. 왜 마블 배우들이 DC 코믹스 실사영화가 그 모양인 이유를 얘기하며 ‘워너 브라더스에는 케빈 파이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총괄 프로듀서 역할하는 사장이 누구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아! 수익적으로는 성공했으니 망하진 않은 걸까? ‘이렇게 쓰레기처럼 만들어도 소비해 주는’ 나 같은 팬들이 호구지. 암만.  


영화를 보는 내내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를 처음 극장에서 봤던 순간이 자꾸만 떠올랐다. JJ 에이브럼스가 연출했던 지난 7편에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애정과 세계관을 창조해 낸 조지 루카스에 대한 존경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밀레니엄 팔콘 다시 비행할 때 속으로 환호했던 그때가 그립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날 줄 몰랐어... 이런 결말일 줄 알았으면 그렇게 환호하지 않았을 거야...) 이번 9편은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고 나발이고 챙길 정신이 없었다 이거야... 완결 편인데 수습할 게 한둘이어야지. 어설프게 세계관과 설정 건드렸다가 팬들 들고일어났으니 전편 8편 감독인 라이언 존슨도 까야하지, JJ 자기가 7편에서 벌여놓은 떡밥도 회수할 정신도 없는데 뭘 바라... 진짜 총체적 난국이지...


근데 나만 라이언 존슨 감독 까는 대사(‘홀도 제독의 전술’ 대사) 불편했던 건가? 끝까지 라이언 존슨 감독만 욕받이로 쓰겠다?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연출한 라이언 존슨만 잘못한 건가? 라이언 존슨의 모든 결정을 승인한 것은 제작자들이면서...? 그리고 JJ 당신도 지난 8편은 연출자가 아니라 제작자라 이거지?


어쨌든 이번 시퀄 완결 나서 다행이다. 존 윌리엄스 옹 이제 스타워즈 음악 작업 때문에 다른 영화 작업 못 하시진 않을 테니... 이게 무슨 재능 낭비야. 왜 윌리엄스 옹이 이따위 영화에 음악을 맡아야 해. 


난 이걸로 내 의리 다 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징글징글하다.


(사족) 나한테 이렇게 갈수록 실망만 안겨주는 영화 시리즈 하나 더 있는데... 신비한 동물사전... 계속해서 망해가고 있는 거 같은데 그냥 버릴까...


#시부엉 #포스는나와함께가아니라 #루카스필름과함께했어야했어 #그렇지않고서야제작이이럴수가있나

매거진의 이전글 캐릭터와 코스튬의 상관관계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