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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22.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여섯째 날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Villa Nova의 아침... 호텔 바로 앞이 바다인데 밝은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될 것 같아 아쉬워했었는데... 다행히 조식을 먹고 나서 보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조식을 거의 마시다시피 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바닷가 산책로에는 개미새끼 조차 얼씬거리지 않고 카메라를 든 나만 있었다. 전날 밤에 생각했던 것처럼, 이 호텔은 일주일씩 머물고 앞의 바다에서 노는 일정이라면 정말 좋을 곳이었다. 호텔도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고... ^-^



하지만 우리는 두브로브니크에 가는 날! 우리 일정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날이었다. 인솔자는 첫날부터 이곳 투어는 날씨가 안 좋으면 정말 망한다며 제발 두브로브니크 가는 날에는 날씨가 좋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 가던 그 날은 정말 다행히도 구름 한 점 보기 힘든 완벽한 맑은 날이었다.







이 날 투어는 스르지 산 전망대 +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 = 60€, 두브로브니크 바다 유람선 탑승 30€ 로 두 개의 선택 관광과 자유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일정. 오래된 도시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고,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여행사에서 대여해 둔 미니 벤으로 갈아탔다. 스르지 산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하면 스르지 산 전망대까지는 2분이면 족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짧아 미니 벤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무척 좁고 가팔라 실제로 투어 버스가 오르지는 못할 길이었다. 우리는 두 대의 벤에 나눠 탔고, 전망대에 올랐다.


Background Music - 말러 : 교향곡 1번 <타이탄> 中 블루미네

https://youtu.be/xeEBVike2Vg


미니 벤이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아드리아해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두브로브니크 구 도시의 조화로움, 점차 바다의 면적이 도시의 붉은 지붕들 보다 더 크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겨우 10여분 남짓이지만 같이 차를 타고 있는 모든 일행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과연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릴 법한 풍광이었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오래된 도시는 절벽 끝에 붉은 지붕으로 한 몸을 이룬다. 억만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풍경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온 눈과 귀와 피부로 느꼈다.


전망대에 채 도착하기 전 미니 벤이 잠시 멈춰 섰다. 사진을 찍는 스폿 포인트라고 한다. 발 바로 아래는 가파른 절벽이 있어서 무척 조심해야 하고, 강풍이 부는 날 또한 낙상 사고를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바람 한 점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아드리아의 푸른 바다와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이 보색 대비를 이루며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도시와 바다를 배경으로도 한 컷, 그리고 도시와 인접한 로쿠룸 섬 앞에서도 찰칵.


잠깐의 포토타임이 끝나고, 다시 미니 벤을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서도 보이는 경치는 끝내줬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으니... 기온. 혹시나 전망대에 올랐을 때 강풍이 불까 싶어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결국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다.


전망대에는 케이블카 탑승동과 카페 겸 식당이 있었고, 건물 바깥에는 거대한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이 십자가에 대한 썰들이 몇 존재한다. 하나는 ‘나폴레옹이 정복전쟁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나무 십자가를 스르지 산 정상에 세웠고, 화재로 이 나무 십자가가 불타면서 돌로 만든 십자가를 다시 세웠다.’라는 썰, 그리고 ‘내전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기리기 위해 종전 후 십자가를 세웠다.’는 썰. 첫 번째 썰은 그야말로 썰에 불과하고, 두 번째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썰에 불과하단다. 원래 있었던 십자가가 내전에 파괴되었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세우면서 국가의 안녕과 희생된 영혼들에 대한 위령적인 의미도 담았다고... (하지만 우리 인솔자는 첫 번째 썰로 설명을 해 주었지요...-_-;)



전망대의 뒤편에는 병풍처럼 돌산 자락이 휘감고 있었다. 알프스의 자락이라고 들었지만, 알프스 산맥의 동쪽 끝은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 인접해 있으므로 그냥 산인 걸로... 현지 가이드도 그렇고 인솔자도 그렇고 그 설명을 100퍼센트 신뢰하면 안 된다는 오늘의 교훈.



다시 미니 벤을 타고 스르지 산을 내려가는데 다들 아쉬워하는 마음은 다 똑같았나 보다. 다들 눈망울에 아쉬움이 묻어나지만...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음 일정도 좋다! 성벽 투어!





산을 내려와 다음 일정인 성벽 투어를 시작했다. 이 곳을 투어 할 때는 현지 가이드가 붙었는데, 늘씬한 크로아티아 언니 ‘마야’가 성벽 앞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이렇게 단체 투어객들이 어떤 관광지를 방문할 때 꼭 현지 가이드를 붙여야 투어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전날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전도 현지 가이드가 붙었고... 이렇게 하루에 네 팀에서 다섯 팀 정도를 받아 안내를 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정부 정책으로 지정해 둔 거란다. 한국도 이런 건 좀 본받을만하지 않나 싶은데... 안 되나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잖아.


가파른 성벽의 계단을 헉헉거리며 오르니 아까 스르지 산 전망대에서 바라봤던 아드리아 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지나온 구 도심지의 스트라둔 대로(플라차 거리)도 한눈에 보이고... 저 멀리 우리가 다녀온 스르지 산 전망대도 보이고...



성벽 투어는 좀 힘들었는데... 내가 옷을 두껍게 입는 바람에 더워서 참 많이 힘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싸면서 여행지 기후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냥 입던 대로 짐을 쌌던 게 패착이었지... 그래도 전날 스플리트를 생각하며 안에 히트텍도 안 입고 얇은 폴라티만 입었는데도 더웠다. 폴라티가 목을 감싸니 더울 수밖에 없지만... 정말 땀이 뻘뻘 날 정도. 아니 바닷 간데도 어떻게 바람 한 점 안 부는지... 구경하긴 너무 좋았지만 더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마야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두브로브니크에는 큰 지진이 여러 차례 있어서 이 곳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세를 주고 다른 곳에 많이 이주했다고 한다. 성벽 투어를 하다 보니 이곳저곳에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곳이 방치되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성벽 투어가 끝나 계단으로 다시 내려오는데 예쁘게 가꿔놓은 화초들 옆에 기요틴이 놓여있어서 한 컷 찍어봤다. (여행 당시 서울 광화문에도 기요틴이 두 번이나 놓인 적이 있었기에... 괜히 반가워서.) 그리고 그 기요틴 옆에는 안 어울리게 아깽이 하나가 놀고 있었다. 그냥 바라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게 만드는 아깽이. 언제 어디서 봐도 아기들은 예쁨 그 자체다. 그 예쁨도 놓치기 싫어서 또 한 컷 찍었다.







다음은 유람선 투어. 성벽 투어를 하며 너무나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나는 빨리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배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제야 흘린 땀을 식히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선원이 어른들에게는 레몬 맥주를 한 잔씩 줬고, 아이들에게는 탄산음료를 한 잔씩 서비스해 주었다.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이모 몫까지 맥주 두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정신을 차려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바다에서 보는 두브로브니크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매캐한 기름 냄새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선착장에 배가 들어서고 배에서 내리자, 드디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두브로브니크 구도심지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일단 성당으로 향했다.



두브로브니크에도 수호성인이 있다고 한다. 성 브라이세. 두브로브니크의 사람들은 그가 건강과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어 배를 타고 출항하기 전에 그에게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또한 그의 왼손에 들려있는 것은 두브로브니크 도시. 그냥 봐도 이 도시의 수호성인에 걸맞게 만들어진 모습이다.



루자 광장에는 여러 건축물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이모와 내가 찾은 곳은 성 브라이세 성당. 이곳에는 화가 라파엘로의 성화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두 눈을 비벼 봐도 라파엘로의 화풍으로 보이는 그림이 보이지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라파엘로의 그림만 유료로 따로 모셔져 있다고... 에라이...



하지만 성당을 찾는 이유는 잠깐의 기도를 위함이니까 기도를 짧은 시간 동안 하고 나왔다. 그리고 루자 광장.
시계탑의 왼쪽에는 스폰자 궁전, 그리고 시계탑, 성 브라이세 성당. 성당 앞에는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두브로브니크를 지킨 롤랑의 동상, 성 브라이세 성당 뒤편으로 보이는 것이 두브로브니크 대성당. 시간이 마뜩잖아 두브로브니크 대성당은 못 들어가 봤다.



다시 플라차 거리를 지나며... 플라차 거리를 걷다 보면 오른쪽에 슬픈 피에타 상이 새겨진 문을 볼 수 있다. 바로 프란치스코 수도원. 두브로브니크를 파괴한 대지진에도 무사했던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도원 바로 옆에는 성 사비오르 성당. 그 앞에는 16 각형의 오노프리오 분수. 분수의 물은 식수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나 배탈이 무서워 먹지는 않았다.



두브로브니크는 골목골목이 예쁜 동네였다. 시간이 있으면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것도 좋을 듯.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에는 장미 크림이 유명하다고 해서 친구들 선물로 장미 크림을 둘 샀고, 피토 크림도 크로아티아의 특산품이라고 하지만 그땐 잘 몰라서 구입하지는 못했다. 장미 크림도 짝퉁이 많다고 하는데... 정품은 약국에서 판매하니 초록색의 약국 표지를 꼭 확인해야 한단다.



더워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두브로브니크는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을까? 이 곳 또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플라차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진 찍으라고 놔둔 난쟁이들의 썰매에서 사진을 안 찍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아주 해맑게 기념사진을 남겨보았다.







조금 늦은 점심 식사. 필레 게이트 바깥에 위치한 어느 레스토랑의 해산물 스파게티가 제공되었다. 알덴테와는 거리가 먼 퉁퉁 불은 면이었지만 워낙 시장했던지라 일행 모두 접시를 싹싹 비웠다. 식전 수프는 카레도 아닌데 카레 색깔의 무엇.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날이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다시 다섯 시간 이동해 크로아티아의 자다르 지역으로 향했다. 다음 날 일정인 자그레브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노을 지는 아드리아 해변가의 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 힘든 일정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기절했지만 나는 창밖 풍경을 보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곳의 모든 순간을.



해가 완전히 지고 깜깜해져서야 우리는 자다르의 숙소에 도착했다. 4성급 호텔인 Kolovare Hotel.


홈페이지 - http://www.hotel-kolovare.com/en/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kHoT1VCvvwq


우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석식을 먹었다. 4성급이니 만큼 식사도 꽤 괜찮았다. 그리고 나와 이모는 빠르게 객실로 이동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산책을 나갔다. 호텔 로비에 있는 기프트샵에서 무척 독특하고 예쁜 수공예품을 발견했는데 유로화 받냐고 물었더니 유로도 받는다고 대답했다. 딱 어울리고 좋아할 두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에  바로 귀걸이 두 개를 구입했다. 기프트샵을 나와 이모와 나는 호텔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싶었는데 인적도 드물고 너무 어두워서 무서워진 나머지 다시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호텔 뒤편에는 수영장이 있고, 그 수영장 너머에 또 해변가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에 여름에 방문한다면 무척 좋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여섯 번째 날 일정이 끝났다. 이날 일정은 오로지 두브로브니크 투어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날이었다. 스르지 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는 정말 아름다웠고, 그런 풍경을 가진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를 돌아보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면 역사 투어가 시작된다. 여행 중반부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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