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 빈에 도착하다.
Background Music -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中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https://youtu.be/1FP7NosLxkw
풍력 발전기가 가득하던 들판을 지나, 버스는 어느덧 빈 시내로 들어섰다. 간간히 보이는 고층 빌딩이 빈 입구에 들어선 우리를 반기는 듯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곧 캄캄해지겠지만 나는 차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미끄러지듯 빈 시가지로 진입하는 버스 창밖을 바라보는 내 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클래식을 알아가고, 클래식을 공부하고, 클래식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내겐 채워지지 않은 갈증 같은 게 있었다. 어쩌면 자격지심이라 해도 될 것이다.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이런 음악가들의 삶을 소개하며 더불어 유럽의 음악 축제들과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소개하곤 했다. 소개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가보지도 않고 말은 잘 한다.’
나에게 독일과 오스트리아, 영국은 클래식을 알아가면서 가 보고 싶어 진 여행지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음악의 도시 빈이 있었다. 그런 내가... 빈에 왔다. 내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손에 카메라도 잘 잡히지 않았다. 최대한 내 눈에 담아 가고 싶었다.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고, 소지품을 챙겨 버스에서 내렸다. 빈 현지 한인 가이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를 빈의 구시가지 쪽으로 안내했다. 성 슈테판 대성당으로 가는 것이다. 케른트너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거리에 가득한 건물들은 유럽 그 특유의 감수성을 지닌 오래된 외관을 지녔지만, 건물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은 무척 현대적인 브랜드샵들이 많았다. Zara나 Mango, The body shop 등...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우리는 성 슈테판 대성당 앞에 도착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콘스탄체 베버의 결혼식이 있었던 곳, 그리고 요절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던 곳. 비록 그 무덤과 유골을 오늘날까지 찾지 못하게 되었지만 장례식은 이 거대하고 화려한 대성당에서 진행되었다니... 뭐라 말로 설명하지 못할 감정과 생각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마 이 거리를 지나다녔을 수많은 음악가들의 기분이 이러했으리라는 생각에 미쳤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부르크너, 말러... 수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곳 빈... 유독 베토벤 생각이 많이 났다. 독일 시골인 본 출신의 베토벤이 처음 빈에 도착했을 때 그 기분이 빈에 도착해 감격한 내 기분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감상에 젖어있기에는 주변이 너무 소란스러웠다. 심지어 우리 여행팀을 타깃으로 삼아 소매치기를 하려고 주변을 알짱거리고 있는 남자 둘로 이뤄진 소매치기 패거리가 있었다. 비엔나 가이드는 우리에게 한 시간 사십 분의 자유시간을 주면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당연히 이모와 나는 슈테판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가이드의 안내처럼 눈감고 묵상하다는 소매치기당하기 딱 좋겠더라... 어둡기도 하고... 사람도 많아서 복잡하고... 성당 가운데는 미사 때만 오픈하는 모양. 빈에 다시 온다면 평일 미사라도 좋으니 꼭 이곳에서 미사 보고 성체 모시고 싶더라... 사진은 노출 최대로 열어놓고 찍은 것들... 내부 No Photo 안내문을 성당에서 나갈 때 봐서... 근데 뭐 너무 어두워서 사진 잘 안 나와서 얼마 못 찍었다... -_-;
복잡하기도 하고, 오래도록 머무르기에는 시간도 촉박했다. 성물방도 들어갔었는데 생각보다 성물들이 다양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하고 나왔다.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맘먹었던 것 중 하나가 세 대천사 상을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것이었는데 ‘큰 성당이면 큰 성물방을 가지고 있을 테고,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대천사상을 사 올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지나친 기대였나 보다.
성당을 나와 성당을 비잉 둘러싼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먹거리도 많고, 주로 판매하는 것들은 개성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맘 같아서는 상점을 통째로 털어오고 싶을 정도로 예쁜 것들이 많았다. 유리, 나무, 철물...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장식들... 이런 것들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럽을 여행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한 바퀴 돌고 성 슈테판 대성당 앞에 있는 상가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모의 팔짱을 끼고 이동하는데 아까 자유시간 시작 전 우리 팀을 타깃으로 삼은 소매치기 일행을 발견했다. 분명 아까는 두 명이었는데 이번엔 한 명 더 합류하여 세명... 그들을 지나치는데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Cannot find Korean.” 우리가 자유시간이라 모두 흩어지니까 찾기 힘들었나 보다. 슈테판 성당 근처에 여행 중인 여행자들은 우리 팀뿐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가지각색이니... 구분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들은 우리를 포기하고 지하도로 들어갔다. 자유시간이 끝난 후 가이드에게 얘기해줬더니 그들이 소매치기였을 확률 거의 100퍼센트라고 얘기해줬다.
슈테판 성당 앞 가장 큰 기프트샵을 구경했는데, 다른 건 사지 않고 귀여운 모차르트 인형이 꽂힌 연필 두 자루를 샀다. 각 5€... 살 때는 비싸다고 투덜댔지만 지금 돌아보면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귀여워서... ^-^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갔을 때 운동화가 망가졌고, 또 다른 하나도 오랫동안 신은 신발이라 여행이 끝나면 버려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운동화를 사고 싶어서 스포츠 매장 몇 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한국이랑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네... 물가가 한국이랑 비슷한 수준이라 그랬나 보다. 그래서 그냥 한국에서 사기로... 수하물 무게를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
자유 시간이 끝난 후, 조금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600년 가까이 된 레스토랑 린덴켈러.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도 다녀갔다는 레스토랑이다. 감자와 소시지, 돼지고기를 졸여 만든 호이리게가 이 날의 저녁 메뉴였다. 그리고 와인과 맥주를 추가 주문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먹었던 흑맥주... ‘여태껏 내가 마신 흑맥주는 흑맥주가 아니었어!’를 외치는 인생 맥주였다. 빈을 다시 가면 꼭 다시 먹어보고픈 호이리게와 흑맥주였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전체 일정은 모두 끝났다. 이 날은 음악회 선택 관광이 있었는데, 80€. 슈타츠오퍼(Staatsoper : 국립 극장)에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고, 그리 수준 높은 공연은 아니라 하길래 이모와 나는 그냥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음악회는 다음 여행에서 즐기기로... 선택 관광 다녀오신 분에 의하면 좋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빈이니까... 어디서나 기본은 하는 공연이었을 거다.
이 날의 숙소는 Lenas West Hotel Vienna. 빈 외곽에 위치한 3성급 호텔. 로비에 예쁜 그림이 많이 걸려있었다는 게 기억난다. 객실은 나쁘지 않았지만 침대 쿠션이 조금 물렁한 게 탈. 그래도 역대 묵었던 객실 중에서는 넓은 편에 속해서 캐리어를 둘 다 펼쳐놓을 수 있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나와 이모는 여행 직전 취소한 큰 이모 덕분인지(?) 서브 베드가 하나 더 있는 방을 받았다.
샤워를 하고, 얼굴에 마스크 시트 팩을 붙이고 자리에 누웠다. 나는 여기(빈)에 오기 위해서 이번 여행을 떠나왔나 싶어 감사했다. 다음 날 일정인 쇤브룬 궁전과 벨베데르 궁전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벅찼다. 빈 관광 이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인 체코로 넘어간다.
https://goo.gl/maps/LaKnvSKSE5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