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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Mar 22.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아홉째 날 ①

합스부르크 왕가의 도시, 예술의 도시 빈

Background Music -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E 플랫 장조 '황제' 中 1악장 알레그로
https://youtu.be/JO4UmbcBprw



이른 조식을 먹고, 쇤브룬 궁전으로 향했다. 빈 현지 가이드는 우리보다 먼저 쇤브룬에 먼저 도착해, 우리 입장권을 미리 구매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쇤브룬 궁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다. 아마 그 장소에 대한 인지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그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였기 때문인 것 같다. 주인공 중 하나인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로 시집가기 전에 머물던 곳 중 하나인 쇤브룬 궁전. 그곳에 도착했다. 궁전의 입구에는 합스부르크 왕가 문장인 독수리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슬비인지, 짙은 안개인지 모를 흐린 날씨였지만 전날 느꼈던 진한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상쾌한 공기 때문이었는지 기분은 무척 좋았다.



쇤브룬 궁전 내부 투어를 했으나, 사진 촬영과 동영상 촬영이 모두 다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사진이 없다. 쇤브룬 궁전 홈페이지에도 사진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쇤브룬 궁전 홈페이지 : https://www.schoenbrunn.at/en/ )

기억에 남는 것은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가족의 초상화들이 많이 걸려있었던 것, 그리고 마리아 테레지아가 사용했던 침대와 책상이 놓여있던 집무실, 중국풍으로 꾸며진 방과 연회가 열렸던 홀 정도...?


빈 현지 가이드가 마리아 테레지아와 마리아 테레지아 가족들, 그리고 궁전의 각 방에 대한 설명들을 해 줬는데 주된 내용은 여제가 다산하였다는 것과, 철의 여인이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워낙 그 가족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아 여러 책자를 찾아봤는지라, 여제가 총애했던 3녀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셋째 언니를 시기했던 여동생들의 이야기도 잘 알고 있었다. 여제와 생일이 같다는 이유로 총애받았던 마리아 크리스티나만 연애결혼을 허락해 줬던 여제. 그리고 그런 언니를 시기했던 여동생들. (마리아 테레지아는 셋째 딸을 제외한 나머지 딸들을 모두 정략결혼시켰다. 테센, 파르마, 나폴리, 프랑스 등으로... 몸이 허약한 자식이나 천연두를 앓아 얼굴이 얽은 자식, 일찍 죽은 자식을 제외한 모든 딸들을 정략결혼시켰다.)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여제가 좋은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왕실의 번영을 위해 다산한 것은 여제의 업적이고, 결혼 동맹을 통해서라도 나라를 굳건히 한 것은 제왕으로서의 업적이겠지만, 글쎄... 좋은 어머니는 아니다. 특히 자식 하나만 편애한 것은 더더욱. (브런치 작가이자 다음 블로거이신 엘(정유경)님 http://blog.daum.net/elara1020 감사드려요! 책 나오기 전부터 블로그 포스팅 애독자였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된 정보들을 떠올리며 즐거웠습니다!)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연회장. 예전에 유튜브를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와 그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동영상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내 그 동영상에서 봤던, 사람들이 왈츠를 추고 있던 홀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남자 친구나 남편이 있으면 그곳에서 정말 왈츠를 출 수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뭐... 현실적인 이유로 패스... (우리 팀에서 부부 동반으로 오셨던 어른분들이 왈츠 추는 흉내를 내시긴 했다. ^-^;)


https://youtu.be/IDaJ7rFg66A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Andre Rieu)와 그의 오케스트라가 쇤브룬 궁전에서 연주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푸른 도나우 왈츠 동영상. 왈츠를 추고 있는 그곳이 바로 연회장


성 내부 투어가 끝난 후, 40분 남짓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쇤브룬의 정원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이 찾아와 나무들이 헐벗고 있어 덜 아름답게 느껴졌지만 푸른 잎사귀로 뒤덮인 나무들과 피어있는 꽃을 상상하며 즐거웠다. 아침 러닝을 하는 빈의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고, 무리 지어 나는 새떼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정원 뒤쪽 언덕 풀밭에 자리 깔고 누워 맥주라도 한 캔 하며 노을 지는 쇤브룬을 만끽하고픈 기분이었다.


꼭 돌아와 이곳에서 다시 점프샷을 찍으리라.


짧은 자유시간 동안 정원의 끝까지 걸어갔다 오느라 숨이 차올랐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기는 빈. 그토록 내가 꿈꾸던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일정인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오이겐 폰 사보이(사보이 왕가의 오이겐)를 위해 건축된 궁전. 오이겐이 사망하자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 궁전을 매입하여 예술품을 수집하여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곳에는 오스트리아의 자랑인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하여 여러 그림들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이 곳의 그림 감상은 40€ 짜리 선택 관광. 나는 미알못(미술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한국에서도 가끔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곤 했는데, 클림트의 <키스> 원화를 볼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 미잘알(미술 잘 아는 사람) 이모가 좋아할 옵션이었는지라 선택했다. 이곳 또한 우리 팀이 오픈 손님... 우리가 그림들을 보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일본 관광객들이 들이닥쳤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조용히 볼 수 있었다.


나랑 이모, 클림트를 만날 생각에 표정이 무척 밝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벨베데레 궁전의 상궁(上宮)이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벨베데레 궁전 홈페이지 - https://www.belvedere.at/en ) 내부는 쇤브룬 궁전과 마찬가지로 사진 촬영과 동영상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플래시 세례로 인해 작품들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도 클림트의 <키스>가 삽입된 소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화풍도 아니고 딱히 애정이 있는 그림은 아니었던지라 사람들이 왜 이 작품에 열광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원화를 마주하고 든 벅찬 감격이란. 그 어떤 모조품도 이 색감을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 오묘하고 몽환적인 인물의 표정들, 금과 은을 현란하게 수놓은 솜씨는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으리라. 클림트 展이 세계 각국에서 열린다 하나 <키스>만큼은 벨베데레 궁전의 그 장소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그림이 오스트리아의 상징이자 자존심 같은 거라서 그렇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비엔나 가이드의 설명. 어쨌든 <키스>를 만나기 위해서는 빈을 찾아야 하고, 벨베데레 궁전을 찾아야만 한다는 거다. 원화를 본 후, 옆 방에 놓여 있는 모조품을 보고, 또다시 원화를 봤다. 그 색감이 확연히 달랐다. 스캔본? 사진? 원화의 색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어떻게 하더라도 그 색감을 구현할 수가 없다.


클림트 다음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 에곤 쉴레. 클림트와는 무척 다른 화풍에 파격적이고 어두운 화풍이다. 잘은 모르지만 무척 개성이 강한 화풍. 가이드 설명으로는 무척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내게는 클림트만큼이나 인상 깊게 기억에 남은 화가.


그리고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한 번쯤은 봤을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초상화도 벨베데레에 모셔져 있다. 프랑스의 말메종과 부아프레오 성과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도 진품이지만 벨베데레 궁전에 있는 초상화도 진품이라고 한다. 작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 나폴레옹의 지시로 같은 그림을 세 장이나 그리게 되었다고...



벨베데레 궁전에서의 짧지만 강렬한 경험. 내부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아주 어린 유치원 아이들이 궁전 바닥에 주저앉아 각자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예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익숙함을 키워 줄 것이다. ‘이 아이들은 클래식 음악도 이렇게 접하겠지...’ 그런 생각도 들고... 국영수사과 빡빡하게 돌아가는 시간표에 이런 예술을 누릴 자양분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한숨도 나왔다.


궁전의 정원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원의 스핑크스(?) 상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데 이런 믿거나 말거나 한 곳이 유럽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듯하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안 하면 섭섭해서 기념촬영과 함께 찰칵. 일행 중 어떤 아버님은 완전 그랩(grab)을 하셨는데...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



벨베데레가 소장하고 있는 모든 그림을 보지 못해 아쉬웠고, 머문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괜찮다. 다시 올 거니까. 훗날을 기약하며 바이 바이.


버스를 타고, 빈 시내를 돌았다. 일명 서클(Circle)이라고 불리는 지역을 버스로 한 바퀴 돌고 비엔나와의 안녕을 고해야 했다. 우리가 가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미술관, 호프부르크 궁전, 빈 오페라 극장 등이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한다.


버스로 도는 빈 역사지구(Innere Stadt).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짧지만 강렬했던 빈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체코로 간다.

여행의 막바지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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