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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Apr 12. 2017

동유럽 5개국 + 발칸 2개국 여행기 - 아홉째 날 ③

아름다운 프라하의 밤

Background Music - 드보르작 : 오페라 <루살카> 中 달에게 부치는 노래
https://youtu.be/Jd-4QenPs8I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여행지. 프라하에 도착했다. 아홉째 날의 마지막 일정은 프라하 시내의 중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후, 프라하를 관통하는 블타바(Vltava) 강 (내게는 독일어인 몰다우 Moldau 가 더 익숙하지만)의 야경을 본 후 호텔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찍이 유럽 3대 야경(파리, 부다페스트, 프라하) 중 하나였던 부다페스트 야경에서 약간의 실망을 했었던지라 조금은 걱정을 했다. ‘내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라는 걱정... 사진으로 봐 왔던 프라하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실제보다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걱정이었다.


프라하에서는 정말 많이 걸었다. 이 날 야경투어에서도 많이 걸었고, 다음 날인 프라하 성 투어와 틴 성당 인근도 엄청 걸었다. 프라하 구시가지 쪽은 아예 차가 다니지 못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전체가 문화재로 보존을 하다 보니 버스를 정차하는 곳도 아주 비좁은 데다가 정차시간도 무척 짧았다. 체후프 다리 근처에 버스 정차지점에 차가 선 후 우리는 우르르 내려 다리를 건넜다. 예약되어 있는 식당까지는 잰걸음으로 15분 이상 걸렸다. 가는 길에 프라하 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있었는데 그 일대가 소매치기들의 주요 활동무대라며 그 앞을 지나갈 땐 극도로 조심했다. 일행이랑 떨어지지 않게, 다들 다닥다닥 모여서...


식당에 가는 길에 프라하 국립극장을 지나쳤다. 체코의 국민악파 창시자인 베드르지히 스메타나와 그의 후배뻘인 체코의 대 작곡가인 안토닌 드보르작이 만난 국립극장 프로젝트! 두 사람이 함께 하던 때는 이 국립극장이 이 자리에 완공되어 있진 않았지만 국립극장 건립 계획과 함께 만들어진 오케스트라에서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 건물과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스메타나는 음악감독으로, 드보르작은 비올라 연주자로 만났고 비올라 연주자였던 드보르작은 선배 스메타나의 음악들을 연주하며 이전에 추구하던 바그너나 리스트의 스타일에서 새로이 민족주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었다. 만약 이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기억하는 드보르작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드보르작 특유의 음악 스타일은 스메타나에게서 큰 영향을 받기도 했었기 때문에.


지난 추석, 프라하를 찾았던 친구 강율이 생각난다.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현존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연주를 봤다며 내게 사진을 보내왔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런 경험을 하지는 못했다.


체후프 다리에서 본 카를교 방면(좌측), 체후프 다리 끝(중앙),  프라하 국립극장(우측)


저녁은 프라하 인터컨티넨탈 호텔 근처의 중식당에서 먹었는데 매번 중식당에서 먹는 메뉴들이 비슷해서(쌀밥에 몇몇 중국 음식을 곁들임.) 여행 후반부에는 사진을 안 남겼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다른 여행사 투어객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상황. 아마 프라하 오는 한국 단체 관광객들 절반 이상은 오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먹어치우고 야경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다시 식당을 나와 걷기 시작한 지 10여분... 드디어 블타바 강을 흐르는 프라하의 많은 다리 중 유일하게 도보만 허용이 된 카를교가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마침내 사진으로만 봐 왔던 프라하의 야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블타바 강과 프라하의 야경


프라하 야경의 첫인상은... ‘사진에 비해 조명이 약하네. 소박하네...’였다. 이전에 봤던 부다페스트의 야경에 비해 조명이 약했고, 사진으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조금 실망했었는데... 카를교를 걸어 구시가지로 향하면서는 이 과하지 않은 조명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강 건너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과 카를교. 고요한 프라하의 밤. 걷고 또 걸어도 이 길이, 이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카를교의 양쪽에는 여러 동상이 세워져 있다. 30개의 동상은 거의 다 보헤미아의 성인들을 기리기 위해서 세워져 있다. 여기 세워져 있는 진품들은 다 국립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현재 남아있는 것들은 거의 다 모조품이라고 한다. 서른 개의 동상들에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얽혀있지만... 내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피에타상과 예수 수난상, 그리고 얀 네포무츠키 상 정도. 여기도 이 상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포인트 스폿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청동 녹이 슬지 않은 반들반들한 곳은 사람들 손이 타서 그런 것이라 한다.


피에타상(좌측), 예수 수난 십자가상(중앙), 체코의 성인 얀 네포무츠키(우측)


걷고 또 걸어서 카를교 반대편인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이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차가 다닐 수가 없다. 예외는 있는데 아주 작은 전기차가 유일하게 다닐 수 있다고 한다. 구시가지의 쓰레기를 거둬가는 역할이라고... 거리가 모두 돌바닥이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닐 시 돌바닥의 훼손이 염려되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한다. 이런 면은 우리나라도 본받아야 할 텐데...



구시가지 내에 위치한 성 니콜라스 성당의 지붕이 보인다. 모차르트가 생전 연주를 위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성당을 찾을 수도 없고 구시가지를 더 돌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팀원들과 약속된 시간까지 다시 카를교를 건너기 위해서는 더 지체해서는 안됐다. 발길을 재촉해본다. 다시 카를교 건너편으로 건너가는데, 강의 지류를 낀 주택가 사이에 백조들이 모여 휴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 나는 백조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이번 유럽 여행으로 인해 백조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져버렸어... 그렇게 크고 징그러울 줄이야... 우아하긴 하지만... 일단 크니까 무섭단 말이다...



집합장소였던 카를교 박물관으로 향하는 도중, 한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청년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었다. 걷는 내내 음악을 듣지 못해 아쉬웠던 내게 자그마한 선물과도 같이 느껴졌다. 잠시 서서 그의 음악을 들으며, 드보르작과 스메타나를 떠올렸다. 그들이 걸었던 그 거리를 걷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그들의 삶을 아주 작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멀리 왕관을 쓴 듯한 지붕의 프라하 국립극장과 그 국립극장을 바라보고 있는 연인들도 보았다. 한국인인 것 같았는데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온 부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 뒷모습이 아름다워 한 컷 남겼다. 부러우면 지는 거랬는데 솔직히 좀 많이 부러웠다. ^-^;



집합장소에 갔더니 일행들이 칼같이 돌아와 있었다. (단체 여행에서 첫날 둘째 날 집합에서 뭔 일이 생기면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키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예방주사 효과와 같은...) 친해진 몇몇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도보로 10여분을 걸어 체후프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우리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프라하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Best Western Amedia Praha Hotel에 묵게 되었다.


https://www.bestwestern.com/en_US/book/hotels-in-prague/best-western-amedia-praha/propertyCode.89620.html



체크인을 하는데 호텔 로비에 바가 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룸에 들어가 보니 역대 묵었던 호텔들 중 방이 좀 좁은 편이었지만 깔끔하고 괜찮았다. 화장실에는 확대경도 있고... 짐을 풀고 나니 이모가 ‘이모가 사 줄 테니 내려가서 맥주 마실래?’ 했는데... 나는 정말 너무 피곤해서 씻고 자고 싶어서 그냥 쉬자고 얘기했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와 발에는 휴족시간을, 얼굴에는 마스크팩을 붙이고 바로 기절했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있었던 사건을 생각한다면 그냥 쉬는 것을 택한 내 선택은 탁월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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