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과 짐머. 두 사람의 전작 <인터스텔라> 중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과 한스 짐머. 이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과 음악감독인 두 사람의 신작 <덩케르크>의 개봉일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이면 이 세기 최고의 천재 두 사람이 또다시 수많은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새로 개관한 (멀티플렉스 기준)세계 최대 관인 용산 아이맥스관 예매에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만날 두 감독들의 예술품을 기다리는 이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빅 팬입니다. 소위 말하는 ‘놀란빠’라죠. 제가 놀란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볼 때마다 새로움’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제 인생 영화 중 하나는 매트릭스입니다. 워쇼스키 감독들은 그때가 리즈였던 거 같아 마음이 참 아파요...) 1차 관람에서는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보고, 2차 관람부터는 소품 하나, 앵글 하나, 대사 하나, 조명의 사용까지 곱씹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전 관람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인터스텔라>는 개봉 당시에만 극장에서 두 번을 봤고, 시간이 흘러 2회의 재개봉이 이뤄졌을 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 멀리 천호동까지 다녀오기도 했었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로는 몇 번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여러 차례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늘 새로운 영화입니다. 아마 놀란 감독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수가 저와 같은 이유로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들은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호불호가 무척 갈리죠. 빠가 많은 만큼 까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빌런과 맞서는 히어로 영화로 만들어도 될 작품에 인생과 철학을 녹이는가 하면...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이라는 소재에도 의미를 부여해줌으로써 심오한 작품을 만들어냈고... 또 단순한 우주영화로 만들어도 될 영화에도 철학과 인간에 대한 고찰을 녹여냈습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가 갑니다. 그의 영화는 단순 오락거리로 관람하기에 공부할 거리도 많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편이거든요.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음악감독이 있죠. 한스 짐머. 존 윌리엄스, 엔리오 모리꼬네, 히사이시 조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이름을 들어봤을 영화음악감독일 겁니다. 아마 지금 10대와 20대는 윌리엄스나 모리꼬네의 이름보다 짐머의 이름을 더 많이 들어봤을 테죠. 2017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감독일 테니 말입니다. 그가 참여한 영화들 중 하나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라이온 킹>, <이집트 왕자>, <글래디에이터>, <진주만>, <한니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쿵푸 팬더>,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 <맨 오브 스틸>, <배트맨 vs 슈퍼맨>, <인셉션> 등... 수많은 영화음악을 제작했지요.
한스 짐머가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놀란과 짐머, 두 사람의 바로 이전 협업 작품이었던 <인터스텔라>의 음악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일 겁니다. 영화 내용이라던가 제목마저 보안 때문에 얘기해 줄 수 없었던 놀란은 ‘어느 아버지가 어떤 중요한 일을 위해 떠난다.’는 영화의 설정과 쿠퍼와 머피의 “곧 돌아올게.”, “언제?” 달랑 대사 두 줄을 주고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짐머는 하루 만에 4분짜리 곡 하나를 완성해 놀란에게 들려주었다지요. 한정된 정보로 만들어진 곡은 <인터스텔라>라는 엄청난 규모의 우주 영화에 꼭 맞는 곡이었습니다. 음악에 만족한 놀란은 짐머에게 새로 기획하고 있는 영화의 설정이나 내용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는 이야기...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에피소드를 들으면 드는 생각... ‘한스 짐머는 그야말로 천재다.’
이 두 명의 천재가 다시 힘을 합쳐 새로운 작품을 선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실제 있었던 됭케르크 철수작전을 모티브로 새로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벌써 미국 영화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평단과 시사회 반응이 뜨겁습니다. 놀란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한스 짐머의 새로운 음악들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지요. 영화 <인터스텔라>의 첫 번째 관람 후 남겼던 감상평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한스 짐머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내일 <덩케르크> 관람 후 다시 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함께 들을 음악, 두 사람의 전작인 <인터스텔라> 메들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