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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Aug 07. 2017

시력을 잃은 대신 얻은
천상의 목소리

테너이자 팝페라 가수인 안드레아 보첼리

“오페라 가수 중 누굴 제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여성 가수로는 조안 서덜랜드와 바바라 보니(바바라 헨드릭스, 엘리 아멜링... 도 좋아하는데 다 얘기하진 않고...), 남성 가수로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요나스 카우프만이요.”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보첼리도 테너로 쳐 준다면 말이죠. 한국에서 보첼리에 대한 인식은 아마 ‘Time to say goodbye’를 부른 남자 팝페라 가수 정도일 테니 말입니다.


https://youtu.be/4L_yCwFD6Jo

안드레아 보첼리 & 사라 브라이트만 - Time to say goodbye


하지만 저는 보첼리가 부른 팝페라 노래들도 좋지만 정통 오페라 성악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일부러 정통 클래식 음악들을 부른 보첼리의 음악들을 찾아 듣고, 영상들도 찾아보는 편입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아리아인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도 보첼리 버전을 제일 좋아하고요, 푸치니의 또 다른 오페라인 <라 보엠>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도 좋아합니다. (어쩌다 보니 푸치니 작품이 모두 꼽혔군요...)



https://youtu.be/9Q5XSGahHvA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건만’

https://youtu.be/jvby3s0I4jM?t=23m46s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에서 ‘그대의 찬 손’ (23분 46초부터...)


‘왜 보첼리가 좋아요?’라고 물으신다면... 음... 글쎄요? 목소리가 취향이라서? 저 미성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소프라노도 바바라 보니 좋아합니다. 故 루치아노 파바로티, 곧 은퇴하는 호세 카레라스, 여전히 활동 중인 플라시도 도밍고. 쓰리 테너라고 꼽히는 이 세 사람 중에서도 파바로티 보다는 카레라스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의 목소리가 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목소리가 제 취향이라서라고 해 둘게요. 


그의 목소리가 취향이라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처음에 목소리가 취향이라 음악들 찾아 듣고, 라이브 영상들을 찾아보는데, 영상들마다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겁니다. 집중하기 위해서 눈을 감는 거라고 하기엔, 여성 성악가와 함께 눈빛을 교환해야 할 순간조차도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더란 말이죠. 그때야 클래식의 키읔자도 모를 때라... 안드레아 보첼리 이름만 알았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이 분 사고로 시력을 잃어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래도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녹내장 증상이 있었는 데다가, 열두 살 때였나 축구하다가 머리를 다치면서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서 피사 대학 법대에 입학해 진학했고, 변호사로도 활동했었다고 합니다. 시력 상실한 채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참 대단하죠.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삭힐 수가 없어 늦은 나이에 새로이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존경하던 테너 프랑코 코렐리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습니다. 


1992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던 록 밴드 주케로(Zucchero)와 U2의 보노는 함께 ‘Miserere’ 음악 작업을 했습니다. 그들은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콜라보 하기를 원했죠. 그래서 파바로티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데모 테이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데모를 만들 때, 파바로티가 부를 파트를 안드레아 보첼리가 불렀고요. 파바로티는 그 데모 테이프를 듣고 콜라보를 승낙하였고, 앨범은 예정대로 파바로티와 함께 한 버전으로 발매되었습니다. 하지만 파바로티는 데모를 듣고 이 ‘Miserere’의 적임자는 보첼리라고 생각했고, 그의 목소리를 극찬하며 가능성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보첼리는 주케로와 함께 떠난 투어에서 파바로티 대신 ‘Miserere’를 부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였던 1994년, 이탈리아의 산레모 가요제에 출전한 보첼리는 대회의 우승을 거머쥐고 첫 번째 앨범을 녹음하여 데뷔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2년 뒤였던 1996년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한 ‘Time to say goodbye’가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스타 성악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안드레아 보첼리 내한콘 다녀온 인증샷


솔직히 말해서 보첼리의 유명한 곡들은 죄다 팝페라입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주었던 곡인 ‘Time to say goodbye’도 그렇고, ‘Mai piu cosi lontano’, ‘The Prayer’ 같은 곡들이 유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첼리를 성악가라고 생각하기보다 팝페라 가수로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가 부르는 정통 클래식 성악들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특히 오페라의 불쌍한 남자 주인공 역할이라면 매력이 엄청나죠... 일단 비주얼부터가 여리여리하고 애수를 자아내는 비주얼입니다...) 작년이었던 2016년에 그의 네 번째 내한공연이 있었는데 저도 다녀왔었거든요. 그 자리에서 가장 좋았던 노래는 단연코 그의 오페라 아리아였어요. 새로 발매한 Cinema 앨범 수록곡들이 아니라 말이죠... (그래도 E lucevan le stelle 못 들어서 넘나 서운...) 


안드레아 보첼리가 정통 성악가가 아니라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둥(영국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 양반이 그렇게 얘기했음) 그런 평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테크닉만큼 관객의 마음을 관통하는 노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아마 그의 목소리가 듣기 힘들 만큼 형편없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그의 노래를 듣고 싶을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보첼리 옹... 얼른 다음 내한... 현기증 나요... 어서요... (-_-)


https://youtu.be/gy4Tw4d_oSM

플라시도 도밍고 & 안드레아 보첼리 - 이탈리아 가곡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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