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1
‘해리포터 시리즈’는 그야말로 평범한 소년 해리포터가 자신이 마법사임을 깨닫고, 아이에서 성인으로, 그리고 마법사로서 성장하는 성장 플롯과 절대 악의 상징인 볼드모트를 쫓는 추적 플롯, 그리고 그 추적으로 인한 모험 플롯을 기본 주축으로 한 이야기이다. 처음 ‘마법사의 돌’이 아이가 처음 마법세계를 접하고 가진 동경과 신비스러움을 표현해 영화 자체 색체가 밝고 반짝이는 것이었다면,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아이의 환상은 깨어지고 잔인한 현실들이 다가온다. 볼드모트와 해리포터,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언도 그러하고, 이미 해리를 대신해 죽은 부모님을 비롯, 호그와트 선배 케드릭 디고리, 대부였던 시리우스 블랙, 마지막으로 늘 해리를 지켜보고 지켜주었던 교장 덤블도어의 죽음을 겪으며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아름다웠던 동화를 빠져나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성인이 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영화의 색채도 점점 어둡고 침울해진다.
몇몇 사람들은 ‘해리포터는 애들용 영화인데 점점 색채가 어둡고 무서워지면 어떡하나’라고 말한다. 원작자인 조앤 K. 롤링도 밝혔지만 해리포터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단지 마법세계라는 그 배경 하나만으로 애들 얘기라고 단정하기엔 해리포터에는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개봉한 이후 거의 매 해마다 후속 영화들이 개봉했고 드디어 완결을 앞두고 있다. 그간 원작에 충실하지 못했던 ‘불사조의 기사단’이나 ‘혼혈왕자’의 내러티브를 보완하겠다는 심정이었는지 영화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는 마지막 편인 ‘죽음의 성물’을 part 1과 part 2로 나누어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구조를 완벽하게 담아내는 건 그 어떤 영화에서도 불가능하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를 제작했던 네 명의 감독 중 가장 원작 변형을 심하게 했던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이번 편에서 보였다면 그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 아니었을까 한다.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그가 그간 변형했던 스토리들 -그중의 최고는 바로 이전 편 혼혈왕자 편이 아닌가- 때문에 완결로 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내용들을 마지막 편에서 설명하고 보여줘야 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러닝타임 146분에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배려를 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영화가 아니라 시즌제 드라마였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 시리즈 중 가장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영상화 해 낸 것은 첫 번째 ‘마법사의 돌’ 편이었다. 1편과 2편을 제작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2편 ‘비밀의 방’을 제작할 때 따로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에게 각색을 하겠다고 이해를 구했을 정도로 1편에서는 원작을 영화로 고스란히 옮겼던 것이었다. -사실 시리즈를 보면 2편도 그다지 각색이 심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7편 ‘죽음의 성물 1부’는 1편보다 더 섬세하게 원작을 고스란히 영화 채로 옮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몇 디테일한 설정-그린델왈드와 볼드모트의 만남 씬이나 더즐리 가족의 도피 씬, 헤르미온느의 부모님 기억 지우는 씬 같은 경우는 원작과 조금씩 다르다-을 제외한 나머지 설정은 원작에서 영화로 그대로 옮긴 모습은 그간 시리즈에 불평불만이 많았던 원작 팬들의 입을 꾹 다물게 할 정도라 하겠다. 원작과 조금씩 다른 설정은 좀 더 효과적으로 영화만 봐 왔던 관객들에게 필요한 설명이기도 했고,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제한으로 인한 아주 사소한 각색이었기에 원작 팬, 그리고 영화 시리즈 팬이었던 관객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다. 전투씬은 하나도 없지만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하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고, 물고 물리는 이야기 전개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14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1부의 마지막이 뭔가 아쉽고 허무하다고 느끼는 관객들이 많았다지만, 어쩔 수가 없다. 1부의 완결은 이제 이야기의 허리춤을 끊어버린 것이니까. 그 허무한 얘기를 이어, 2부에서 삼총사의 모험과 마지막 호그와트 전투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