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
어린 시절, <쥬라기 파크 1> 이 개봉했을 때를 기억한다. 나는 원래도 쓸데없는 기억력이 좋지만... 그때 부모님과 함께 어느 극장에서 봤는지 극장 이름도 기억할 정도니, 무척 기억에 남을만한 그런 영화였음은 분명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쥬라기 파크 1> 개봉 당시 받았던 비주얼 쇼크는 아직까지 입 모아 얘기한다. 그랜트 박사와 새틀러 박사가 쥬라기 파크에서 처음 공룡을 보게 되는 그 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지금이야 어떻든 스필버그는 대단한 창작자이고, 현재의 영화산업이 지금까지 오는 데 엄청난 일조를 한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파크> 시리즈를 영화화 한,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한 오마쥬가 가득하다. 물론 총괄 제작에 스티븐 스필버그 기도 하지만, 트레보로우 감독이 선배 스필버그 감독에 대한 존경을 버무렸다고 해야 하려나. 영화 곳곳에, 씬과 씬 사이에, 그리고 컷과 컷 사이에... <쥬라기 파크 1>을 연상케 하는 씬과 컷이 많았다. 그리고 아예 대놓고 대사로도 집어넣는 대담함...
어쩌면, 감독은 대놓고 관객들에게 얘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쥬라기 월드는 쥬라기 파크의 후속 편이고, 절대 쥬라기 파크가 이뤄낸 것들을 뛰어넘을 수 없어요! ”라고.
많은 관객들이 <쥬라기 파크 1>의 감동에 비해 <쥬라기 월드>가 가져다주는 시각적 쾌감이나, 작품성 등을 비교하는데... 절대 <쥬라기 파크 1>의 임팩트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게 주관적인 의견이다. 요즘이야 CG가 많이 정교해지고, 공룡뿐 아니라 실존하지 않는 이런저런 것들이 영화에서 쉽게 등장하지만... 당시는 그렇지 못했다. 1993년 당시 괴수영화를 생각하면, 당시에는 멸종한 생물체인 공룡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CG와 특촬 기술을 보고 관객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비주얼 쇼크’. 당시 관객들의 반응은 이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일단 <쥬라기 파크 1>이 개봉했던 당시에 비해 현재 2015년의 영화 특수효과 기술은 진일보했고, 공룡 같은 것들이 영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만약 <쥬라기 파크 1>이 조금 더 세련된 CG를 입고 지금 개봉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쥬라기 파크 1>이 93년 당시에 세운 기록들과 명성을 이룰 수 있을까? 수작을 넘어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1편을 넘어서는 후속 편이 그리 쉽게 나오나... 예전부터 시리즈물은 많이 제작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이길 수 있는 속편은 잘 나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부 2나 터미네이터 2 정도밖에 손에 꼽을 수 없지 않은가.
할리우드 영화의 메시지는 늘 한결같단 생각이 든다. 언제나 미국식 가족애가 등장하고, ‘자연 앞에 나약한 인간.’ ‘자연에 대한 경외.’ 그런 교훈적 메시지가 등장한다. 클리셰라고 하며 지겨울 법도 한데, 매번 그 메시지가 와 닿는 걸 보면 우리 현대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나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피해들... 강바닥을 파헤쳐 시멘트를 바르고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잔뜩 끼어 피해를 입는다. 안전 불감증. 괜찮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최면에 걸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않으며 드러난 문제만 덮으려다가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들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우리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은 어떤 이의 말처럼 다시 부활한 <쥬라기 월드>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가상현실 축소판이다. 가상을 빌어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 하나만으로도 영화가 가지는 가치는 충분하다. 비록 이 <쥬라기 월드>가 전작을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