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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Sep 05. 2017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짝사랑 이야기입니다.

영화 <저수지 게임> GV in 압구정  CGV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 하반기에는 영화를 볼 시간이 통 나지 않네요. 여태껏 브런치 시사회는 한 번도 참석을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브런치 시사회는 한 번도 참석하지 못한 채 무비 패스 기간이 끝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씨네타운 나인틴의 압구정 On Air 행사 또한 아주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관심이 있었던 <공범자들> GV를 비롯해서 몇 번의 GV를 건너뛰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군요. 때마침 시간이 되는 날이었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시절부터 주 기자님 팬이었는지라 GV에 다녀왔습니다.


https://youtu.be/zpuVksH6 u54

영화 <저수지 게임> 예고편


영화는 처음부터 ‘주진우 기자의 이명박 비자금 추적 실패기’ 임을 밝히고 시작합니다. 비자금이 흘러 들어가 모여 있는 곳을 저수지라고 명명하며, 그 저수지에 도달하기 위해 사람들을 접촉하고,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서 들은 파편화된 정보를 가지고 퍼즐을 맞추는...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와 케이멘 군도로 달려간 모습들이 영화 속에 담겼습니다.


간간히 관객들의 웃음이 유도되는 장면들이 있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기보다는 화가 나고, 영화에서 제공된 정보에 더 나아간 의문들이 더 강하게 들더군요. 영화는 농협이 날려먹은 210억과 토론토 샌트러스트 분양사기 사건을 중점적으로 보여주지만, ‘과연 그들이 해먹은 게 농협뿐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그 외에도 신한, 하나, 산은 등 시중 은행의 장들이 모두 하나 같이 MB 라인이었으며 특히 하나은행은 MB 시절 외환은행을 흡수 합병한 바가 있었는데 그때 하나금융지주의 대표이사가 MB 절친, MB 베프인 김승유였거든요.


<저수지 게임> GV를 함께 한 이승훈 PD, 김훈종 PD, 주진우 기자, 이재익 PD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의 세 PD 님들이 등장하시고, 주진우 기자님이 소개되어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셨습니다.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내내 느낀 것은 ‘이 시대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은 주진우라는 한 기자에게 정말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주 기자님은 자신이 다치는 것은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으셨지만, 자신에게 정보를 준 사람이나 자신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다칠까 봐 두려워하면서 거대 권력과 우리 사회의 만악(萬惡) 보스와 대적하고 계시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그저 내 개인의 행복만 좇으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 자신의 개인적인 삶은 하나도 없이 꿈에서까지 MB를 쫓을 정도로 MB만 생각하고 MB만 짝사랑하고 계셨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들은 저 작은 양 어깨에 얼마나 많은 무거운 짐을 지워둔 것인가 하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저 짐, 우리가 함께 나눠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저수지 게임>의 만듦새를 따지기 앞서, 한 사람이라도 영화를 더 보게 만들고, 이번 주 기자의 신간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를 한 권이라도 더 사보게 만들어서 여론을 만들고, 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이 MB의 비자금을 추적하게 만들고... MB 시절 있었던 그 무수히 많은 미스터리 한 금융사고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우리 가카 비자금 뺏고 무상급식 드시게 해 드려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주 기자님의 저 작은 양 어깨에서 짐 하나 덜어드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듭니다.



아,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주 기자님은 농협 210억 투자 실패와 토론토 센트러스트 콘도 분양사기 건만을 영화와 책에 담았지만, 그것이 농협에 국한되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다른 은행에서도 농협과 비슷하게 보이는 금융사건들이 많았지만 굳이 이 사건을 중점적으로 얘기하시는 것은 피해자가 확실히 있고, 소송을 걸게 될 경우 비자금으로 가는 길을 찾기 가장 좋은 케이스가 이 케이스이기 때문에 이 얘기를 대표적인 샘플로 얘기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농협 - 토론토 센트러스트의 수사가 진행되어 성과가 있다면, 다른 금융사고들도 수사의 길이 열리겠지요? 100 퍼센트 그 모든 비자금을 회수하진 못하겠지만, 수사가 되고 처벌이 된다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겁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가와 사회를 망치고 사기를 치는 인간들에게는 경고가 될 것이고, 돈이면 그 어떤 범법과 비윤리적인 일을 저질러도 된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조 또한 주춤해질 겁니다.



네, 영화 <저수지 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짝사랑 이야기입니다. 짝사랑의 주체가 주진우 기자님이시고, 짝사랑의 대상이 우리 MB 가카이신 셈이죠. 그리고 이 짝사랑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떠들어 주어서, 꼭 이 짝사랑에 결실을 맺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MB 구속, 불법자금 국고 환수라는 결실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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