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인하 Dec 13. 2017

시대의 아픔을 다루는 연금술사,
양우석

영화  <강철비> 무비 패스 시사 후기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 하반기. 브런치 무비 패스 작가에 선정되었지만, 이상하리 만치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와 스케줄이 맞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3주가 넘는 장기여행까지 다녀왔었죠...) 이러다가 단 하나의 시사회도 참석하지 못한 채 무비 패스 기간이 끝나버릴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시사회 공지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바로 입봉작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강철비>의 시사회 소식이었습니다.



극장에 도착해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면서, 이 영화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봐야 할까 무척 고민했습니다. 최근에 제가 본 한반도 정세와 남북의 특수상황을 다룬 영화는 올해 설 연휴에 개봉했던 <공조>였거든요. 아무래도 남쪽과 북쪽의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지라 <공조>와 비교하면 되겠다 싶었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감히 <공조>와 비교할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최근 몇 년간 본 한국영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영화였고, 완성도가 무척 높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한때 북한 최정예 요원이었던 엄철우(정우성)와 그의 이전 상사였던 총국장 리태한(김갑수)의 재회에서 시작합니다. 리태한은 군부의 쿠데타를 막는 것을 도와달라며, 임무를 완수한다면 엄철우와 그 가족들은 체제를 지켜낸 영웅과 그 가족으로 최고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설득합니다. 제안을 받아들인 엄철우는 임무를 위해 개성공단에 잠입하고, 자신이 제거해야 할 타깃 대신 최고 위원장(현실 세계에서는 김정은 정도로 대입하면 될)이 온 것을 확인한 후 당황하게 되죠. 한편, 쿠데타 세력은 미리 파 놓은 땅굴로 남한으로 침투해서 미군 포대를 접수하여 개성공단을 포격합니다. 이 포격으로 북한 최고 통수권자(영화에서는 북한 1호로 지칭)는 중상을 입고, 지도자를 환영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개성공단 여공들은 무참히 죽임을 당하게 되죠. 1호와 함께 했던 중국 고위 인사들은 급히 남한 정부에 SOS를 보내 남한으로 갈 수 있게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아수라장 통에 1호를 호위하게 된 엄철우 또한 중국 인사들과 함께 남한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곽철우(곽도원)는 청와대 외교안보 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이름이 같은 엄철우와 만나게 되고, 남측 정부가 도와줄 테니 위중한 북한 1호의 신병을 맡기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합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철우, 그리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위기 상황... 자칫하면 핵전쟁이 발발할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영화 <강철비> 중에서, 북한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 비서관 곽철우(곽도원)


영화는 남측의 정권 교체 시기에 일어난 북한의 군사 쿠데타, 그리고 한반도 위기 상황을 둘러싼 남북 양측 정부와 미중일 3국의 상황까지도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위 보수진영이라고 하는 이들이 걱정하고 주장하는 북한 땅굴, 드론을 이용한 폭탄 공격, 남파 공작원, 핵 무장론 등을 묘사하고 있죠. 한반도 긴장상황의 최악의 시나리오인 핵 미사일을 이용한 전쟁까지도 말입니다. 최근 안보 관련 이슈들도 많이 다룹니다. 또한 남한 정부 내에서도 전쟁 불사파와 전쟁 불가파의 팽팽한 기싸움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영화 전체를 요약하자면 현재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시, 가장 현시적인 전쟁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예정했던 대로 19대 대통령 선거일에 개봉했다면?’ 이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없는 상황에서 이 영화가 개봉했다면 <연평해전>이나 <국제시장> 같이 ‘국뽕 영화’라고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감독의 전작으로 인해 영화 배급사 및 제작사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건대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오히려 양감독이 의도적으로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가고, 오히려 더 극우진영이 주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밀어붙였을 때 불러올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 <강철비> 중에서, 현직 대통령 이의성(김의성)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 김경영(이경영)


영화의 만듦새 또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주인공들의 배경 설명에 할애된 초반 전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본격적으로 급박하게 사건이 전개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그렇게 형성된 긴장감을 영화 끝까지 잘 끌고 가서 몰입도도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남북 대치상황을 소재로 해 이렇게까지 현실적이며 진지하게 풀어낸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었다 평가하고 싶습니다. 초반의 지루했던 부분도 두 주인공 엄철우(정우성)와 곽철우(곽도원)가 함께 협력하기 위해 쌓아둔 감정선의 토대가 된 것이라 결과적으로 필요했던 부분이었기에 영화관을 나오면서는 끄덕끄덕하며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결말 또한 유치 찬란하지 않게 딱 현실만큼 그려줘서 좋았고요. 액션이며, 전투씬 또한 볼만해서 볼거리 또한 충분합니다. 음악도 잘 쓴 편이었는데, 빅뱅의 ‘삐딱하게’나 ‘Missing you’ 뿐 아니라 사건의 전개에 알맞은 음악들이 무척 좋더군요. 영화 속 곽철우(곽도원)가 던지는 개그들 또한 무겁고 어두운 영화 전체의 톤을 조금 더 밝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화 러닝 타임의 3분의 2쯤 지났을 때,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갑니다. ‘양우석 감독은 시대가 가진 아픔을 잘 이용해 시대에 필요한 화두를 잘 던지는 감독이구나.’ 이 영화가 양감독의 겨우 두 번째 영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대단한 감독이라 생각이 듭니다. 메시지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영화의 만듦새 또한 뭐 하나 놓치지 않고 챙겨 온 것을 보니 <변호인>의 성공이 그저 소재를 잘 골라 대박 터진 것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그것이 영화의 상징적 키워드가 되었건, 감독이 던져주는 주제 의식이 되었건, 그 무엇이 되었건 간에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가 가져다준 감정이나 여운을 다시금 곱씹게 만드는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 평가하거든요. <강철비> 또한 그랬습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며, 등장인물들이 대사로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영화에 투영된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 분명 제가 본 이 영화는 제 기준에는 좋은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거기에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영화였죠. (주연 배우의 연기가 살짝 아쉽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 영화 퀄리티에 그 정도는... 묻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최근 몇 년간 봤던 한국 영화 중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경쟁작들이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 <신과 함께> 같은 작품들이라 쉽진 않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철비>를 보고 이야기하길 바랍니다. <변호인>이 그랬듯,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이며 잘 만든 이야기니 말입니다.



강철비
별점 : ★★★★ (4개 / 5개 만점)
한 줄 평 : 시대의 아픔과 화두를 잘 반영한 잘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
겨우 두 번째 연출작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양우석 감독의 다음 작품이 빨리 보고 싶다.


https://youtu.be/4G8RU1y2Blc

영화 <강철비> 메인 예고편


매거진의 이전글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짝사랑 이야기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