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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Sep 18. 2017

생애 첫 제주, (아마도) 생애 마지막 뚜벅이 여행

버스와 도보로 돌아본 제주도

“33년 동안 한 번도 제주에 가 본 적 없었다.”


남들은 수학여행으로 한 번은 다녀온다는 제주도. 나는 남들이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간다는 제주도 대신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촌년이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은 경주, 중학교 수학여행은 설악산을 다녀왔다. 심지어 고등학교 1년 후배인 아이들부터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시작했으니 제주도 수학여행이랑은 아주 인연이 없었던 셈이다.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지 않아 여행 다녀올 맛 난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5월, 새로운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으로 아주 잠시 한-중 간의 관계에 봄바람이 잠시 불어오면서 다시 중국인들이 한국 관광 문의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후 결심했다.


‘더 이상 제주 여행을 미뤄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 그런 결심을 했을 때, 마침 제주항공의 얼리버드 특가가 오픈됐다. 일반적으로 3개월 후의 비행기를 특가로 풀기 때문에 6월에 풀린 비행기 티켓들은 9월의 항공권이었다. 내가 제주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좋은 시간대의 특가 티켓은 이미 마감이 된 상태였고, 조금 어정쩡한 시간대와 아주 늦은 시간대의 티켓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아주 늦은 시간은 공항에 오가기도 부담스러웠던지라 어정쩡한 시간대를 선택해서 오기로 했다. 손이 느린 나 자신을 탓해야지 어쩌겠나. 어쨌든 특가로 편도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만원 할인쿠폰을 먹여 전체 왕복 가격으로 4만 3천2백 원 가격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드디어 떠나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 티켓팅을 할 때만 하더라도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지만, 동행하겠다고 나선 친구가 생겼고, 둘이 떠나는 여행이 되었다. 처음 제주도 여행을 결정한 후 돌아보려고 했던 지역은 성산 쪽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제주시 서쪽과 동쪽 바다 일부로 동선이 짧아졌고, 먹고 마시고 산책하는 콘셉트로 테마를 잡았다.


남들 다 찍는 이륙 동영상 나도 찍어보고 싶었어요


여행기라던가, 여행 후기 비디오 등을 많이 보면서 지냈던 지난 반년... 남들이 찍어 올린 동영상 중에서 나도 따라 찍어보고 싶은 것이 이륙 동영상과 비행기 날개와 구름, 하늘이 어우러지는 사진들이었다. 그래서 자리를 날개가 바로 보이는 날개 뒷자리로 좌석을 지정했다. 그런데 웬걸... 창문이 너무 더러워서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민망할 정도였다. ^_T 그래도 안 찍을 수 없으니 찍어봤다.



김포에서 이륙하기 직전까지 제주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좀 흐린 날씨였을 뿐 비도 오지 않았다. 다행히 돌아오는 날까지 비를 맞지 않았다. (우리 돌아오는 비행기가 뜨고 나서 제주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말 타이밍의 적절함!)


첫날은 다섯 시쯤 제주도 시내로 들어갔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주전부리를 사서 바로 택시 타고 호텔로 들어갔고,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은 택시와 버스, 도보를 이용해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마지막 날도 택시 타고 공항에 갔으므로 버스 투어 후기는 두 번째 날과 세 번째 날 이용한 것에 한정한다.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8월 26일부터 제주의 버스 체계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이전에 비해 배차 시간을 단축하고, 노선을 신설하며, 환승 시간이 30분에서 40분으로 조금 더 길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처럼 빨간 광역버스 노선 신설, 노란색 관광지 순환버스 개설... 그래서 우리는 ‘이 개편은 우리를 위해서 단행된 것이야!!’를 외치며 제주도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카카오 맵 앱과 카카오 버스 앱을 이용했지만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점들이 있었다. 버스 번호로 검색을 하면, 같은 버스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나왔다. 각 버스 정보를 보면 하루에 한 번 운행하는 버스, 5회 운행하는 버스, 8회 운행하는 버스 이렇게 나오기도 하고...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알고 보니 여러 개의 버스가 번갈아가며 운행하는 것인데... 이렇게 나눠놓은 이유는 왜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운행하는 버스회사가 다 달라서 이렇게 나눠 놓은 것인지... 그렇지만 대중교통 개편은 이용자들을 위한 것들이 아니었나. 그렇게 따지면 사용자 편의를 위해 같은 번호, 같은 방향이라면 합쳐서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희룡 지사님 일 좀 똑띠 하십시다 쫌!!!!)



그리고 버스 정류장마다 버스 시간표나 노선도 준비도 무척 미흡했다. 그래도 대중교통 개편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데 너무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제주에 간다 하더라도 운전 연수를 받고 렌트를 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때는 제대로 정리를 했으면 한다. 같은 번호, 같은 방향, 같은 종점이라면 묶어주고, 좀 더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주는 게 제주도청 도로교통 관리과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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