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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Sep 18. 2017

제주를 꺼내 먹어요

첫 제주의 먹부림

“제주를 꺼내 먹어 보니 제주는 맛있다.”


처음 가는 제주도였던 만큼, 먹거리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더랬다. 평소에도 맛있는 음식을 먹길 좋아하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제주에서 먹을 한 끼, 한 끼가 무척 기대됐다. 3박 4일을 머물며 평균적으로 하루 두 끼를 먹으며 돌아다녔는데, 결과적으로는 제주에서 먹은 모든 것이 맛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제주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나 바로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제주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에서 5시로 넘어가던 시간이었고... 둘 다 한 끼도 먹지 않은 채 제주에 도착했기 때문에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겠다는 얘기가 딱 우리 얘기였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칠돈가 본점으로 갔다. 그리고 흑돼지 근고기를 시켰다. 고기가 두툼해서 빨리 익을까 했는데, 고기 구워주시던 서버분이 워낙 고기를 엄청 빨리 구워주셔서 재빨리 먹을 수 있었다. 처음 목살 익은 것을 소금에 찍어 입에 넣는 순간 육즙이 퐝퐝! 솔직히 서울 우리 집 근처에도 제주도 근고기를 파는 집이 있어 가끔 먹으러 가는데 이제까지 먹었던 돼지고기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 맛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먹던 제주 근고기는 다 가짜였어... 서버분이 고기를 구워 멜젓에 담갔다가 앞 접시에 던지듯 주셨다. 그리고 멜젓 안에 들어가 있는 청양고추를 찾아 또 앞접시에 던져주셨다. 그리고 사이드로 나온 깻잎 장아찌에 마늘과 앞접시에 놓아준 것들을 싸 먹어보라고 했다. 솔직히 음식을 던지듯 줘서 기분이 좀 상한 상태였는데 시키는 대로 먹었더니 감동의 맛이 내 입에 가득했다. 고기가 많지 않을까 했는데 둘이서 식당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근고기 한 근을 순삭 했다. 한라산 소주도 고기가 맛있어 그런지 전혀 독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잘 들어갔다. 한라산 한 병을 다 비우고 올래 소주를 한 병 더 추가했다. 고기를 다 먹어버려서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김치찌개도 무척 맛있었다. 둘 다 술이 올라 알딸딸한 상태가 되어 주전부리를 사서 호텔로 갔다. 제주도의 첫날 먹부림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둘째 날은 제주시 민속 오일장날이었다. 전통시장 구경을 하고 속을 풀기 위해 장터의 식당에 들어가 국밥을 시켰다. 좀 더 진한 국물을 기대했는데, 국물이 무척 깔끔했다. 그리고 순대국밥인데 시래기 같은 나물이 들어가 있는 것도 생소했다. 맛있었다. 하지만 다음에 오일장에 가게 되면 해물파전을 시켜볼 거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냄새도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났었다. 그리고 이번에 못 먹어본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막걸리도 먹어봐야지.




민속 오일장에서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거쳐, 애월항으로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걸었던지라 카페 봄날의 커피는 무척 시원했고 맛있었다. 기본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집이니 커피가 괜찮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옆에는 투명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건 무척 좋았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카페 정원은 왜 이 카페가 핫플레이스인지를 보여주었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봄날 카페에서 샘스제주캔들을 찾아갔다. 제주도 여행이 결정된 때부터 친구와 나는 캔들이나 제주도에서 살 수 있는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러 다니기로 했었다. 캔들샵에서 캔들을 사고, 바로 옆에 있는 리치 망고 본점에 들러 망고주스를 마셨다. 진한 망고가 걸어오느라 땀을 많이 흘린 내 속을 뻥 뚫어주는 맛...! 대기 번호표 대신 미남미녀 연예인들 이름으로 손님을 불러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소품샵 베리제주에 들렀다가 그곳 사장님이 추천해주셨던 하귀리 독립편의점 콘쿱(CONCOOP). 일몰이 예쁜 데다가 제주 위트 에일을 맛볼 수 있대서 찾아갔던 곳이었다. 일몰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캔으로 목을 축이고...

아, 일몰은 정말 끝장나게 예뻤다. 최고... 'ㅁ')b




역시 베리제주 사장님이 추천하셨던 동문재래시장 수산물 골목. 골목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던 동문 올레 수산에서 회 2만 원어치로 저녁을 먹었다. 회를 떠주시면 뒤쪽에 있는 식당에서 한 사람당 3천 원씩 장값을 내면 그 자리에서 회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올여름 들어 한 번도 물회를 못 먹어서 한이 맺혀있었는데 한치 물회로 소원 풀이했다. 정말 맛있었다. 여기서도 둘이서 소주 두병 순삭... ^-^;;




셋째 날,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12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제주 시내에 있는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시내로 나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추천해주셨던 호텔 건너편 밥집 골목에서 전복나라에 들어갔다. 둘 다 전복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싶어 했기 때문에 들어간 곳이었는데 엄청 맛있게 먹었다. 11시 즈음 식당에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손님이 우리뿐이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쯤 되자 가게가 손님으로 꽉 찼다. 전복 솥밥도 맛있었지만, 성게 미역국도, 나머지 찬들도 깔끔하니 맛있었다.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와 전날 다녀왔던 제주 북서쪽 반대편인 북동쪽 김녕으로 고고!




김녕으로 갔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산호상점 방문 때문이었는데... 하필 우리가 갔던 날이 산호상점 휴무일이었다... (이런...) 땀 뻘뻘 흘리며 산호상점에서 김녕 금속공예 벽화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가다가 벽화마을 입구 즈음 위치해 있던 말썽꾸러기 카페에 들어가 땀을 식혔다. 음료는 그냥저냥. 하지만 소품들이 예쁜 카페였다. 울 엄마가 좋아하는 다육이도 많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았더니 멀리 요트가 나가는 것도 보였다. 돌고래를 만나기 위해 나가는 요트였으려나... 나는 유자 애플티 아이스, 친구는 구름 라테를 주문했다. 요즘 이렇게 색소 들어간 시럽 넣은 커피들이 유행인가 보다. 서울에서도 이런 커피 본 적 있는데...




해가 질 때쯤 되자, ‘저녁 뭐 먹지?’ 하며 시내로 다시 돌아가려다가 들어간 김녕 해수욕장 앞 샤 키친. 해물이 잔뜩 들어간 나시고랭에, 차슈를 추가한 해물 라멘을 먹었다. 그리고 레드락 생맥주도 한잔... 밥 먹으면서 모기 엄청 물렸는데, 그래도 핑크빛 하늘이 너무 예뻐 그 조차도 좋았던 곳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이후 계속 먹고 싶다 외쳤던 고기국수! 호텔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올래국수가 있어서 마지막 날 아침으로 다녀왔다. 9시쯤 도착했는데 15분 정도 기다려 들어갈 수 있었다. 쫄깃한 국수와 맑은 육수... 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또 먹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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