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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인하 Feb 14. 2019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다시 찾다

이전 해에 다녀온 그곳을 다시 찾은 이유

2016년 11월, 출간 후 번아웃에 시달리던 나를 보다 못한 엄마가 등을 떠밀어 떠난 첫 여행은 패키지여행이었다. 이전에는 해외로 나간다는 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패키지여행 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것을 느끼고 내 태도가 바뀌었다. 가보지 않은 곳이라서 두려운 것일 뿐, 도착해서 다니다 보면 다른 나라나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나 극한 오지가 아니라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새로운 여행 계획을 세웠다. 전에 다녀왔던 8개국(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14개 도시(숙박만 하고 바로 떠난 곳까지 합치면 더 많음) 중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오스트리아의 빈과 잘츠부르크를 끼워 독일-오스트리아 취재 여행 계획을 세웠다. 기간은 음악축제들이 한창일 7월, 8월. 브레겐츠 오페라 페스티벌부터 시작해 잘츠부르크 음악제와 뮌헨 오페라 축제, 바이로이트 바그너 음악제 일정까지 아우르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다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도서 도매업계 2위의 송인서적 도산으로 여러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나와 같이 일하던 출판사도 그 파편을 맞아 힘들어했고... 내 첫 인세 정산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할 시기가 한참 지난 후 인세가 정산되었고, 결국 나는 취재 여행 계획을 속절없이 미뤄야 했다. (언제 갈 수 있을까... 내년쯤엔 갈 수 있으려나?)


취재여행이 엎어졌어도 빈과 잘츠부르크는 다시 가고 싶었다. 원래 내 성격이 좋아하는 것은 몇 번이고 다시 하고 다시 봐서 더 깊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기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이전 여행 때 클래식 음악의 본향이라 하는 빈까지 가서 클래식 공연 하나도 못 보고 온 게 아쉽기도 했고, 모차르트의 생가 앞 까지 갔지만 이동시간 때문에 내부 관람을 못 했던 것도 아쉬웠고... 여러모로 오스트리아는 다시 가고 싶었다. 그리고 프라하도 다시 가고 싶었다. 여행 전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그곳이 어쩜 그리 좋던지... 프라하성 흐트라차니 플라차에서 내려다본 프라하의 풍경은 하루 종일 봐도 질리지 않을 그런 풍경이라, 프라하는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그런 곳이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스케줄이 비어 있었던 10월 즈음 오스트리아와 체코 두 국가에서 2주 정도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계획을 짜고 있었다. 


계획이라면 그런 것들이었다. 쇤브룬 궁전의 글로리에떼 언덕 풀밭에서 노을 보면서 맥주 마시기,  벨베데레 궁전에 전시된 그림들 보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궁전 바닥에 퍼질러 앉아 시간 상관없이 그 작품 앞에서 시간 보내기,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모차르트 하우스 투어와 모차르트 쿠겔른(초콜릿)을 파는 카페 퓌르스트에서 커피 시켜놓고 앉아 모차르트 음악 듣기, 프라하성 플라차 벽에 걸터앉아 맥주 마시기... 취재를 위한 여행 계획이 아니었으므로 오전 일정 하나, 오후 일정 하나 이런 식으로 잡아서 설렁설렁 관광도 하고 쉬러 가는 여행 계획이었다. 그래서 도시만 생각하고 구체적인 여행 계획은 짜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친구 하나가 합류하면서 일정은 3주가 넘게 늘어났고, 방문 국가와 도시 또한 더 늘어났으니... 



자유여행을 패키지여행처럼 할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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