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슝슝' 그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자 공주를 태운 뒤영벌의 몸이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다 '휙' 하고 웅덩이 속으로 내동댕이쳐졌어요.
'우당탕탕' '퐁당'
고인 물속에는 플라스틱 병이며 비닐봉지가 둥둥 떠다녔어요.
그때 '웽' 소리가 들려오더니 입이 뾰족한 모기떼들이 공주와 뒤영벌에게 무섭게 달려들었어요.
뒤영벌은 발버둥을 치며 날아오르려 했지만 비닐봉지가 몸에 감겨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공주가 있는 힘을 다해 외쳤지요.
두꺼비 한 마리가 눈을 꿈뻑이며 웅덩이 안을 내려다보았어요.
잠시 후, 두꺼비가 입을 천천히 벌리자 순식간에 혀가 날아와 모기를 '휙' 낚아채 갔어요. 공주는 이때다 싶어 손을 뻗어 두꺼비의 혀를 꽉 움켜주고는 뒤영벌과 웅덩이 밖으로 나왔어요.
두꺼비는 순간 너무 놀라 혀를 이리저리 마구 휘둘러댔지요. 그러자 공주를 따라오던 모기떼가 두꺼비 입속으로 '웽웽' 빨려 들어갔어요.
'휴우~'
둘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가도 가도 숲은 보이지 않았어요.
홀씨 공주와 뒤영벌은 배도 고프고 지쳤지요.
그런데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들려왔어요.
가만히 보니 길바닥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어요.
"길을 잃었나요?" 공주는 다가가 물었죠.
"나는 잣 까마귀야. 잣을 먹고사는데, 사람들이 잣나무를 다 베어 가서, 배가고파."
잣 까마귀는 힘 없이 '꼬르륵꼬르륵' 소리만 냈어요.
공주는 잣 까마귀가 불쌍했어요.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잣 세알이 나왔어요. 공주가 까마귀에게 잣을 던져주자 정신없이 한알을 까먹었어요. 그러자 금세 목소리가 돌아왔어요.
"고마워."'까르륵까르륵'
잣 까마귀는 나머지 잣을 입에 물고 멀리멀리 날아갔어요. 공주는 기뻤어요.
뒤영벌은 배도 고프고 겁도 났어요. 하늘정원에 핀 꽃들도 그리워졌지요. 갑자기 '부릉부릉' 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더 크게 우는 소리가 쓰레기 더미에서 들려왔어요.
‘엉엉, 꿍꿍꿍꿍 ’
두더지 한 마리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상자 앞에서 울고 있었어요. 그 속엔 아기두더지가 갇혀 있었지요.
공주와 뒤영벌이 애를 써도 상자는 꿈쩍하지 않았어요. 그때 멀리서 '까르륵까르륵' 소리가 들려왔어요. 잣 까마귀가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왔지요. 단단한 부리로 상자를 '콕콕' 찍어대자, 구멍이 나기 시작했어요. 금세 큰 구멍이 생겨 아기 두더지가 밖으로 나올 수가 있게 되었지요.
아빠 두더지는 너무 고마워서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울었어요.
‘엉엉'"고마워요." '꿍꿍꿍'
산과 들에는 꽃과 나무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널려있었어요. 동물들도, 곤충들도 모두 떠나고 꿀과 과일을 따던 사람들도 더 이상 오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