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스산하다.
저 멀리 부딪히는 파도는 먹구름에 가려져 소리 내어 울고만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을까, 차가운 아스팔트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게 젖어있다.
마음은 이미 차갑게 굳어버렸다.
언젠가 보이던 빛도 이제는 그저 희미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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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잠겨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목 끝까지 차오르는 해수는 비명조차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홀로 얼마나 떠내려 갔을까,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괴로움도, 슬픔도, 희망도, 기쁨도 모두 내려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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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