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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로라! 북쪽 하늘의 물결

오로라를 기다리며, 지구 북쪽 끝에 서다.

by 김유인

영하 35도, 나는 극점에 가까운 도시 옐로나이프에 서 있었다.

코 끝이 얼어붙고, 핸드폰이 꺼져 버리는 혹한의 밤이었다.


나는 왜 그곳에 있었는가?


캐나다의 겨울은 유독 길고 지루하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오후 네 시면 컴컴하다.

특히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라서, 아침에 해가 떠도 구름이 가득해 크게 밝지 않고, 어두운 날이 많다. 마치 굴속에 들어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여름에 맞이하는 태양이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 캐나다 겨울에도 특별한 일이 하나 있다. 더 북쪽으로 떠나서 오로라를 보는 것.

몇 년 전부터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생겼다.

친구에게 정보를 얻고 나니 정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추천해 준 날짜에 맞춰 남편과 함께 떠나게 되었다.

출발 전, 친구가 알려준 대로 핫팩을 사고 바라클라바도 준비했다.

바라클라바는 머리에 뒤집어쓰는 방한 마스크로, 눈과 코만 내놓는 구조다.

너무 추워서 돌아다니기 힘들 수 있으니 호텔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지라는 조언도 받았다.

조식이 포함되지 않는 호텔이라, 먹을 것도 싸가야 했다.

우리는 각자 노트북에 넷플릭스 영화를 다운로드하고, 햇반, 컵라면, 과자류, 밑반찬,

커피포트까지 챙겨 짐을 쌌다.


목적지는 옐로나이프(Yellowknife) 북극에 가까운 도시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원주민들이 황동을 이용해 칼을 만들어 이곳을 옐로나이프라 불렀다고 한다.

한때는 금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지금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곳이다.

옐로 나이프 공항 바닥에 우리가 얼마나 북극지방에 가까운지 알려주는 지도


새벽 6시 캘거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3시 반부터 준비해, 밴쿠버 공항에 5시에 도착했다.

짐 검사 중 핫팩 개수 제한으로 몇 개를 빼앗겼고, 캘거리를 거쳐 마침내 옐로나이프에 도착했다.


옐로나이프 공항. 밖에 보이는 비행기를 타고 옴


공항에서 여행사 직원이 우리를 맞이했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체크인까지 두 시간 이상 남아 있어 시내를 가보기로 했다.

시내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도전해 보기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영하 35도. 들어만 봤던 그 추위 한가운데 내가 서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 내 콧속에 털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밖에 나온 지 1분 만에 얼굴을 바라클라바로 다 뒤집어썼는데도 불구하고,

내 코털이 빳빳하게 얼어 있었다.

거리는 온통 눈 세상이었고, 사람들의 모습은 드물었다.

가까운 슈퍼에 들러 물을 사고 이것저것 가격을 보니, 30% 정도 더 비쌌다.

그래서 친구가 물 외에는 미리 사가라고 했던 거였구나 싶었다.

호텔로 돌아와 미리 주문해 둔 방한복을 받았다.

속옷과 스웨터 위에 주문한 잠바와 바지를 입어보니,

평소 겨울엔 입을 일이 없는 두툼한 차림이라 몸놀림이 둔해서 바야바가 걷는 것 같았다.

10시 30분에 버스가 오기로 되어 있어, 방에서 저녁을 먹고 쉬었다.

출발 30분 전부터 완전 무장하고 로비로 나가 기다렸다.

바라클라바까지 쓰고 나니 몸이 꽉 끼고 답답했다.

버스에 탑승했는데, 갑자기 속이 메슥거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30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남편에게 말했다.

“나 토할 것 같아!” 그리고 버스에서 뛰쳐나갔다.
가이드가 놀라 달려오고, 남편도 따라왔다. 비상약을 먹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가이드는 좋은 관측 장소를 알려주었고, 티피(Teepee)라는 곳도 보여주었다.

티피(Teepee): 원주민 가옥으로 안에는 화목난로와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다.


전통 원주민 가옥인 티피 안에는 벽난로처럼 불이 타고 있었고,

커피, 코코아 같은 따뜻한 차도 준비돼 있었다.

밖에서 추우면 안에 들어와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나는 몸이 안 좋아 티피 안에서 쉬다가 밖으로 나갔다.

기온은 영하 35도 이하로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핸드폰 배터리는 순식간에 0이 되어 꺼졌다.

그때 저 멀리, 회색 먼지 같은 것이 물결치듯 다가왔다.

사람들이 말했다. “저게 오로라예요.”

회색인데? 사진을 찍으니, 화면엔 선명한 초록색 띠가 나타났다.

한참 활동 중인 오로라

그날은 마침 보름이었다.

보름달이 뜨면 달빛 때문에 오로라의 색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존재하지만, 눈으로는 흐릿했다. 조금 서운했다.

그래도 사진 속 오로라는 아름다웠다.

그 외에도 끓인 컵라면이 입에 넣기도 전에 얼어버리는 장면,

뜨거운 물을 하늘로 뿌리면 눈처럼 흩어지는 퍼포먼스를 준비해서 보여줬다.

인상적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가이드가 따로 불렀다.

“아까 속이 안 좋으셨으니까 앞 좌석으로 자리 따로 준비했어요.”

기사님 옆 빈자리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첫째 날 호텔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방 안의 히터 조절을 잘못해서 히터가 꺼진 채로 옷을 다 입고 잤다.

워낙 추운 곳이라 그런 줄 알고 참다가, 새벽에 로비에 전화하니 아침에 직원을 보내줬다.

히터를 고치러 온 현지직원과 이야기하다가,

오로라는 꼭 한겨울에만 보이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갔던 건 2023년 1월이었는데,

2022년 10월 Thanksgiving Day에 오로라가 정말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울엔 오지 말라고 했다. ( 참고로 캐나다 Thanksgiving Day는 10월에 있다.)

남은 이틀은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3일 중 하루만 보면 성공이라 했기에, 한 번 본 것으로도 만족했다.

둘째 날 밤엔 꽁꽁 언 호수 위에 의자를 놓고 보름달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가운 공기 속, 눈 위로 내리는 달빛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오로라는 없었지만, 그 고요한 순간이 너무 좋아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시아 대부분 관광객들은 겨울만 고집한다.

실제로 그날, 관광객의 90%가 한국·중국·일본 사람이었다.

어쩌면 비수기 관광을 채우기 위한 마케팅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덜 춥고, 하늘이 더 맑은 10월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애초에 선택지에서 지워버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인 오로라. 나도 이제 그 경험을 해본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밴쿠버에서 오로라가 보일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밤중에 남편과 함께 근처 산에 있는 공원(Burnaby Mountain Park) 쪽으로 향했다.

공원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주차되어 빈자리가 거의 없어 겨우 주차하고,

오로라 관측하기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6월 초의 밤은 아직 서늘했고,

변에는 우리처럼 오로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밤 12시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돌아왔다. 이번에도 눈으로는 못 봤지만…

언젠가, 꼭 맨눈으로 보고 말 테다. 오로라!

참고로, 여기서는 그것을 Northern Light라고 부른다.

환상적인 오로라 폭풍(auroral substorm)도 반드시 내 두 눈으로 담아낼 것이다.

오로라를 배경으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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