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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재 Nov 19. 2024

배차의 실패는 용서 못 해!

11월 19일 출근길

  아침에 운동을 했다. 거의 2주 만이다. 감기 기운에 몸상태가 좋지 않아 그냥 한 주를 보냈고 OTT를 늦게까지 보며 또 한 주를 넘겼다. 며칠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서야 오늘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운동결과는 노곤함이 깔린 개운함이다.


  사거리에 섰다. 대각선으로 건너편에 옆 집 애를 봐주는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탄 채 서있었다. 정면에서 약간 비켜서있어 마주 보는 상태는 아니었다. 신호등이 바뀌었다. 나는 대각선으로, 아주머니는 직진과 대각선의 중간쯤으로 움직였다. 자전거의 속도에 둘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진 채로 교차되었다. 고개를 돌려 인사할까 하다가 그냥 걸었다. 마주치는 상황이 편치 않을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마을공원의 가을빛, 아니 이제는 초겨울 빛을 살펴봤다. 대왕참나무의 이파리들이 많이 떨어졌는데, 반절이나 삼 분의 일 정도 매달려 있는 것들도 있었다. 열두 그루 중에 네 그루 정도가 그런 모습이었다. 느티나무 이파리가 많이 떨어졌고 다른 나무나 관목들은 여전했다.

  '나목을 보기엔 아직 이르군!'

  비와 눈과 바람이 뒤섞인 혹한의 시간이 아직 오지 않아서 일 테다.

  '이런!'

  ○○○번 버스의 도착시간이 11분 후였다. 마을공원을 살피느라 확인이 늦었다.

  '11분이라니!'


  위쪽 사거리로 지체 없이 움직였다. 사거리에 도착해 버스 하나를 보내고 길을 건너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300미터를 걸었다. ◇◇◇번 버스의 도착시간이 삼 분, ○○○번 버스는 육 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겨우 삼 분 차이...'

  길 건너 자동차정비소는 오늘도 열려 있었다. 사장은 대빗자루를 들고 보도를 쓸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옆의 철물점은 어떤 지 돌아보았다. 인기척이 없어 보이더니 이내 사장이 나와서 빗자루질을 한다. 여기도 대빗자루다. 사장들은 보도를 쓸고 가로수 주변을 쓸고 차도 경계를 쓸고 마무리한다. 모은 낙엽은 알아서 처리되는지 따로 주워 담지는 않는다. 가게 주변이 단정해졌다.

  ◇◇◇번 버스가 다가왔다.

  '이런, 이런!'

  버스는 만원이었다. 승객들이 출입문에 버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그래도 버스로 몰려들고 나는 그런 모습을 뒤로하고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오늘 일진은 엉망이군!'

  '돌곶이역까지, 가자…’

  속도를 내서 걸으며 생각이 이어졌다.

  '오늘은 운동까지 했는데…!’


  걷기 시작해서 얼마 안 되어 횡단보도가 나타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자가 있었다. 발걸음을 빨리하며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옆눈질로 보았다. 남자는 중년 후반의 나이 먹은 느낌이었다. 남자도 늦었는지 걸음이 꽤 빨랐다. 보도가 좁아서 나와 근접하여 걸었다. 바로 옆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어깨가 스쳤다. 십여 미터를 남자와 어깨를 붙이고 걷는 꼴이 되었다.

  '이거… 뭐지…?'

  둘 다 서두르는 발걸음에 속도가 비등했고 앞서 걷자니 거의 뛸 듯 걸어야 하고 해서 같이 걸어가는 우스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좀 더 속도를 올려 이 상황을 벗어났다.

  그 사이에 ○○○번 버스가 지나갔다. 십 분 넘게 지체된 버스인데 버스 안이 꽉 차 보이지 않았다.

  '뭔 조화인가…?'

  계속 걸어 다음 정류장에 다가섰다. 정류장 전광판은 ◇◇◇번 버스가 일 분 후에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됐다! 그냥 걷자…'

  이젠 그냥 오기다. 사거리를 건넌 후 완만한 언덕을 걸었다. 내 옆으로 꽉 찬 마을버스가 버거운 엔진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언덕을 마저 오르고 다시 내려가며 저 멀리 이백 미터 정도 앞에 정거장이 보였다. 때마침 ◇◇◇번 버스가 거의 실내가 빈 채 정거장으로 치달렸다. 정류장에 내린 사람들이 시꺼멓게 잔물결을 일으키며 복닥복닥한 모습으로 멀어져 갔다.


  정류장까지 왔다. 여기까지 칠백 미터를 걸었다. 오늘 버스와 뒤척이다 걸은 거리는 천 미터. 집에서 이동한 것까지 치면 천 이백 미터를 걸었다. 그냥 걸어서 이곳까지 왔으면 구백 미터면 족했다. 구백 미터. 이 정도는 그냥 걸어 다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 건강도 챙기고.  돌곶이역 지하철 출입구에 거의 다다랐다. 왼쪽으로 푸른색 버스가 나타나 신호등에 걸리면서 멈추었다. ○○○번 버스였다! 이번 ○○○번 버스는 정말 속이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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