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출근길
환경미화원이 청소차를 타고 버스 정거장 앞을 지나간다. 오토바이가 내는 굉음이 시끄럽다. 짐칸과 리어카의 결속이 엉성한 지 삐거덩 대는 소음이 겹치어 소란스러움을 더한다.
짐칸에는 '톤백(일 톤의 모래나 흙 등을 담을 수 있는 포대기)'이 실렸는데 톤백이 곧추서있고 입구 위로 쓰레기가 보일 정도로 가득했다. 그 뒤로 달린 리어카에도 사람 키보다 한 배 반은 더 높게 쓰레기가 실려 있다. 리어카의 사면에 합판을 덧대어 쓰레기를 더 높고 더 가득 담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리어카 뒤쪽에도 포대기가 달려있다. 그 안에도 스티로폼 류의 가벼운 쓰레기가 적지 않게 담겨있다.
'집채만 하다!'
캠핑카만큼 크다고 해도 조금 과장하는 정도였다. 내 앞을 지나치는 환경미화원의 어깨가 오늘은 처진 느낌이었다.
위쪽 사거리에서 버스가 좌회전을 하고 정류장에 섰다. 이곳 사거리 가로수는 수간(나무의 기둥 줄기)이 30에서 50 센티는 됨직한 제법 오래된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들은 좁은 보도 위에 전봇대와 신호등과 서로 걸리적거리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전봇대 전선들에 밀려 윗가지들이 잘리고 대형 차량들에 옆구리가 쓸리며 살아왔다. 가로수들은 와인잔 모양이다. 옆구리 한쪽이 찌그러진 와인잔.
길 건너편에 어제 보이던 낙엽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는 은행낙엽들이 건너편 차도 끝자락에 일 미터 정도의 폭으로 깔려 있었다. 다음 사거리까지 수백 미터는 되었다. 그렇게 깔린 낙엽들이 하루 만에 일소된 것이다. 은행나무 때문에 더러는 불편했다. 배차의 실패로 차라리 걸어갈 때 발에 밟히는 은행나무 열매는 번거로웠다. 열매와 낙엽이 잘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몇 번을 에둘러 지나가곤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너 번 정도였을 뿐인데 귀찮음의 강도는 횟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처음 낙엽이 떨어질 때는 정겹기도 했다.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은 가을을 느끼고 상념에 젖고 감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 낙엽이 사라졌다.'
다음 사거리를 지나며 교차하는 길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청소차를 보았다. 이 청소차는 앞의 것과 다르게 리어카가 없이 짐칸만 있었다. 짐칸은 텅 비어 있었다. 짐칸 모서리 네 군데에는 자기의 전공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대빗자루와 플라스틱 빗자루가 하늘을 향해 꽂혀 있었다.
'이 사람이군!'
어제 이 사거리부터 돌곶이역까지 한 블록의 길가에는 낙엽들이 마대 자루와 비닐봉지에 담겨 가로수마다 대여섯 개씩 놓여 있었다. 오늘은 반절 정도만 남아 있다. 내일이면 아니 오늘 안에 낙엽의 흔적은 사라지고 없겠다.
돌곶이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곳 가로수는 이팝나무다. 이삼 해 전 보도를 정비하며 가로수를 바꾸었다. 몇 년 지났는데도 이팝나무는 부실하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가지들이 풍성하지 못하다. 길 건너 은행나무는 대조적이다. 튼실한 기둥 줄기에 굵은 가지들은 마치 사람이 양팔을 들고 있는 것처럼 굳세었고 셀 수 없이 수많은 가지들이 하늘로 사방으로 쭉쭉 뻗어 있었다. 나목이지만 초라하지 않았다. 이곳 한 블록은 대형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마무리될 때 이 길가의 고목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내년에 한번 더 볼 수 있을 까. 낙엽 진 모습을. 몇 번의 불평했음을 미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