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출근길
새소리가 없다. 마을공원을 옆으로 스치며 정거장으로 걷는다. 아무런 새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슨 이유일까? 무엇 때문에 새들이 아직 잠을 자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디로 모두 가버린 것일 까. 적막한 가운데 도시 소음만 울려 퍼진다.
버스 정류장에 눈에 띄는 복색을 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무릎길이의 카키색 모자 달린 파카를 입고 검은색 운동복 느낌의 바지를 입었다. 흰색 스니커즈는 찍찍이 운동화였다. 감색의 두툼한 등가방을 메고 엉성한 니트 목도리를 둘렀다. 목도리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과 회색 줄들이 여러 줄로 겹쳐 있는 체크무늬로 풍성하게 목을 감싸고 있었다. 머리에는 연하늘색 야구 모자를 썼는데 챙이 검었다. 반면 챙 아랫면은 주황색으로 눈에 띄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귓불에 팥알 만한 귀걸이를 했다. 중년은 넘어 보이는데 나이에 동떨어지게 복색을 꾸민 모양이 신선했다.
열차는 배차가 늦었는지 승차인원이 많았다. 두세 정거장을 지나가니 출입구까지 꽉 차게 되었다. 아이보리색 파카를 입은 한 여자가 전화 통화를 하며 승차해서는 출입문을 등지며 간신히 자리 잡았다.
"응, 맞아."
"응, 흐흐 흥 -"
"전철 탔어, 사람 많아."
"운전 조심하고."
"흥흥흐-응."
콧소리와 웃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는 복작거리는 상황의 답답함을 조금 깨어 주었다. 여자는 어느새 휴대전화를 열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큼 -"
"크음."
눌린 기침소리를 하며 휴대전화 조작에 열심이었다. 언뜻 보이는 휴대전화 화면에는 풍선들이 움직이고 커지더니 터지고 있었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2호선으로 향했다. 2호선 승강장 근처에 있는 가게는 어느새 업종을 바꾼 모습이다.
'사장님이 미쳤어요'
'발에 맞으면 20,000원'
주로 양말을 팔던 가게였는데 신발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2호선 열차도 승객들이 많았다. 열차가 다음 역에 들어서는데 안쪽에 있던 한 남자가 사람들을 헤집으며 나가려 했다.
"내릴게요..., 내릴게요 -"
검은색 코트를 입은 청년의 목소리는 높거나 급하지 않았다. 대화하듯 차분하게 소리 내며 열차에서 내렸다.
'저 정도로 얘기해도 내리는데 문제가 없네…'
열차가 서는 막간의 시간, 승객들은 서로의 움직임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었다.
출입구 하나 건너에 한 여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핑크색 밍크 반코트에 미색의 보들보들한 목도리를 둘렀다. 목도리를 한번 감고 밑으로 해서 교차했는데 휘감은 형태가 우아해 보였다. 팔목에 걸친 핸드백도 핑크색이었다. 회색의 모직 미니스커트를 입고 검정 스타킹 아래로 코끝이 빛나는 검은 구두를 신었다. 핑크 빛은 과한 듯 보였지만 자기를 한껏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꼭 몸 전체를 꾸민 모습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다들 뭔가 한 가지씩은 있네…'
옆 자리에 선 청년은 양모 칼라의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무난한 모습이었다. 그가 뽐내고 싶은 한 가지는 머리에 걸친 보* 헤드폰일 것 같다. 회색의 긴 모직 치마를 입은 저 여자는 치마 아래 도드라진 앵클부츠 같다. 그 옆의 여자는 연푸른색의 풍성한, 모자의 테두리에 넘실넘실 흔들거리는 털이 달린 파카가 이 여자의 드러냄일 것이다.
몸 전체로, 전체가 아니더라도 한두 가지로 자기를 얘기하고 픈 것, 그런 모습들이 회색 빛 열차 속에서 숨통을 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