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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장준 Mar 16. 2017

나쁜 고객 골라내는 방법

리드 분류 단계에서 솎아내자. 


세일즈 리드가 유입되면 일반적으로 구매 가능성에 따라 4단계의 확률로 리드를 구분한다. 그래야 모든 리드를 놓치지 않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러하듯 잠재 고객 중에도 블랙맨이 있다.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처럼 다가 오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에너지와 리소스만 축내는 그런 나쁜 고객들이다. 이런 고객들은 매출에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경험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잘 솎아내야 한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은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력을 쏟아서 한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고객들에게는 소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세일즈 담당자는 나쁜 고객을 구별하는 노하우를 모른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도 역시 공부를 조금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나쁜 고객을 알아차리는 방법을 알아보자.  


- 지금 구매하는 것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 대기업 혹은 정부기관과 일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 유형, 무형에 대한 무상 지원을 요구한다.

- 지나치게 많은 리소스 투입을 요구한다.

- 지나치게 많은 가격 할인을 요구한다.

- 지나치게 많은 주문제작(customization)을 요구한다.

- 전화를 잘 받지 않고, 이메일 응답도 느리다.

- 구매 프로세스에 대한 타임 프레임이 없다.


나쁜 고객의 유형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too much'라는 부사가 자주 들어간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너무 많이'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전 세계에 통신망을 서비스하고 있는 보다폰(vodafone)에 납품할 수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메인 스폰서로 함께 참여를 하자, 미래창조과학부 국장과 친해서 이미 다 얘기가 되어 있으니 내가 말만 하면 다 되게 되어 있다, 국내 시장을 모두 잠식하는 거대 플랫폼을 구축하자, 최소한 6개월 간 다섯 명의 리소스를 최종 고객에게 파견을 보내야 한다, 물량이 많기 때문에 적어도 50% 가격 할인을 보장해야 한다, 올해는 사전 검토 기간이라서 진행이 되지 않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100% 진행이 된다, 3천 만원 가량의 현물 지원을 해 주면 내년도 지원사업을 몰아주겠다 등등. 만약 상대가 이런 식의 말들을 자주 언급한다면 일단은 경계를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 말들이 진짜일 수도 있다. 조금 어렵더라도 승부수를 띄워서 쟁취한다면 회사가 급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스타트업들이 다음의 이유로 이런 고객들은 조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즉 스타트업 초기에는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빅딜을 진행하다 실패하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며, 그러다 보면 다른 건들을 놓치게 된다. 작은 건들을 많이 처리하면서 하나씩 개선을 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초기 모델로서 좋다. 10억짜리 빅딜(big deal) 한 개 보다는 1억짜리를 10개 파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 그러한 반복적인 일 처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운영 노하우도 쌓이고 실패를 성공을 전환시킬 수 있는 동력도 쌓이는 것이다. 스타트업 초기에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질 보다 양으로 승부하자는 말은 부정적인 의견이 아니다. 


나쁜 고객을 골라내기 위한 추가적인 방법은 역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 당신이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는가?

- 구매하기 위한 시간적인 절차는 정해져 있는가? 아니면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인가?

- 구매하기 위한 예산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지금부터 기안을 올려야 하나?

- 본 구매 건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진지하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회사라면 구매 의사결정자, 구매 절차, 구매 예산 등이 정해져 있다. 마치 내가 이사 갈 집의 세입자가 빠져나가야 나도 그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로부터 물건을 사는 구매자 역시 그들의 최종 구매자 혹은 중간 구매자가 있다. 회사끼리 만나서 미팅까지 하면서 구매를 논하는 사람이 언제 살지도 모르고, 누가 결정하는지도 모르고, 예산이 얼마나 가용한 지도 알아보지 않을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그런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못 한다면 일단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그냥 한 번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잠재 고객과 대화를 중단하라는 말은 아니고, 그들을 앞서 세일즈 깔때기의 ToFu(Top of Funnel)로 인식하면 된다. 즉 그들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더 많은 콘텐츠와 정보를 제공하고 성공사례 같은 것을 잘 포장해서 들려주면 된다. 우리가 먼저 마음이 급해져서 가격이나 결제조건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없다. 이럴 때는 한 템포 쉬어 가라. / 스타트업세일즈연구소 유장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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