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를 아프리카로 떠나게 하였는가

by 마포구타자기

"나 또 나가게 되었어. 이번엔 아프리카로."

세계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내가 이번엔 아프리카 케냐로 잠시 나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참으로 다양했다. ‘너무 축하해! 아프리카라니!’하고 놀라움과 함께 축하를 해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 돌아와야 해…!’ 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이도 있었다. 사파리와 마사이족 이야기를 하며 꼭 놀러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한바탕 놀라움+걱정+호기심 가득한 발표가 끝나고 나면,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물어오는 질문이 있었다.


“근데 왜 가는 거야?”


사실 이 질문에 대해 나는 “그냥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서” 라고 간단히 대답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정말로 예전부터 가보고 싶기도 했거니와 그 이외의 굉장히 복잡한 여러 동기들을 술자리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기 뭣해서 였다.


그러나 사람은 말하는대로 된다고 했던가. 많은 사람들에게 저렇게 간단히 말해버리고 나니 본래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여러 동기들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케냐 현지에서 보낼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깜짝할새 지나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글을 통해 나를 아프리카로 향하게 만든 여러 동기들을 다시 한 번 되세겨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나의 지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왜 아프리카에 가는거야?"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죽기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그 곳, 아프리카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하듯, 나에게 아프리카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미지의 대륙’정도였던 것 같다. 왜 다들 아는 그런 게 있지 않나. 터질듯한 석양과 드넓은 황야를 가로지르는 야생동물들. 그것을 눈앞에서 구경하는 사파리체험. 마사이족처럼 아직 남아있는 부족문화에 대한 호기심까지. 그때까지 나에게 아프리카는 딱 그 정도였다. 막연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 하지만 이러한 호기심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관심으로 바뀌게 된다.


다들 아는 그런 이미지... 예를 들면 이런거....! 출처) 구글 이미지


아니면 이런 거라던지...! 출처) 구글이미지


아프리카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당시의 나는 이제 막 국제개발협력분야의 존재를 알게 되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던 국개협 쌩입문자로서 내가 관심있는 분야를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제NGO 더프라미스 산하의 청년사업단 WitH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고 이 곳에서 국제개발협력에 관련된 여러 분야의 강의를 듣고 있던 중이었다.


문제의 그 날은 NGO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허성용 대표님의 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강의 주제가 ‘진로’였던 만큼, 그 분이 어떻게 국제개발협력분야에 종사하게 되었는지, 왜 NGO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었던 약 5년동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아프리카를 도와주는 국가들이나 NGO들 그리고 아프리카를 대하는 우리들 모두가 아프리카를 너무 편향된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아프리카를 접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미디어들은 전쟁이나 빈곤, 기아와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아프리카를 전할 뿐, 그 이외의 다른 다양한 모습에는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프리카도 우리가 사는 한국처럼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대륙임에도 말이죠.”


“국제기구와 NGO들이 만들어내는 모금광고 역시 이러한 부정적인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한몫을 하는데, 현지의 열악한 상황만을 극도로 부각시키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일관하는 ‘빈곤 포르노그래피’를 통한 모금은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남겨 결국 모금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전하는 다양한 도움들이 100% 현지에 전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모두가 아프리카를 수평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원조국과 수원국의 상하관계가 아닌, 같이 성장하는 파트너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정확히 그 분의 말씀을 인용할 수는 없지만, 대략 위와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날의 강연도 끝나는가 하였는데, 강연이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해 주신 말씀이 나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날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도 그 내용을 계속 되새기게 되었다.


아프리카인사이트의 허성용 대표님. 출처) Young Samsung 열정기자단 인터뷰.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포인트는 '세계 각 국에서 아프리카로 전하는 도움들이 100% 온전히 현지에 도달하려면 도움을 전하는 우리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없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한번도 이러한 관점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생각해본적도 없거니와 강연을 듣는 나 스스로조차도 아프리카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다양한 모습들을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던 아프리카의 이면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들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 뒤로 아프리카에 대한 폭풍 리서치를 시작했고 이곳저곳 아프리카와 관련 있는 국제기구, NGO, 연구소, 사회적기업, 그리고 미디어까지 정말 다양한 기관들과 그들이 배포하는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아프리카' 키워드와 연관된 다양한 뉴스기사들도 훑어보았다. 그렇게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때쯤, 운이 좋게도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한 NGO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모니터로 연결된 세계와 그 아쉬움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컨선월드와이드라는 아일랜드계 국제 NGO였다. 나는 커뮤니케이션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원래는 단체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계기아지수 리포트'에 관한 리서치를 돕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갈 때 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극심한 피해 소식들이 전해지게 되었다. 우리 단체의 지부가 있었던 시에라리온도 그 중 한 곳이었다. 단체는 국내에서 긴급모금을 준비하기로 했고 우리 팀은 그와 연관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다.


사실 콘텐츠를 제작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수 있을텐데, 하나의 정성들인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정말 말그대로 수 백장의 사진과 수 천개의 글을 봐야한다. 우리가 핵심으로 잡은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사진을 고르고 또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고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하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단체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해 수 많은 현장 사진들을 보았고 현장으로부터 전해진 리포트들을 읽었다.



'아프리카에 진짜 가보긴 해야겠다'하고 느낀 것은 바로 이때 쯤이였던 것 같다. 아프리카 현장의 사진을 보고 현장에서 전해진 글들을 읽으면서 이를 잘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글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이 스스로 동경하던 그 곳에 대해 아는 것이 이토록 없을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글을 쓰는 나 자신부터 이런 생각이 드니 나 스스로도 내가 쓰는 글들이 만족스러울리가 없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두 달간의 짧은 인턴생활을 마쳤다. 나는 학교로 다시 돌아왔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렇게 6개월을 내내 아프리카에 대해 고민했다.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고 과제에 치여살면서도 새벽에는 늘 모니터 앞에서 아프리카를 만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니 이미지와 텍스트로만 접하던 아프리카가 이제는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막학기 내내 아프리카행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나는 노트북 모니터로만 연결되었던 그 세계를 향해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미디어로 전해지는 아프리카가 아닌,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아프리카를 글로써 전하기로 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지만 누구에게도 가까울 수 없었던 아프리카라는 광활한 대륙에, 나의 이 짧은 글을 통해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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