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리카를 처음 만났을 때

머리에 닿을 듯한 하늘, 그것이 너를 처음 만난 순간

by 마포구타자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쯤이였던가. 처음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가게 되었다. 그 계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우리 집만의 전통(?)의 일환이었는데 자녀가 고생스런 입시공부를 끝내고 대학교에 입학해 정식으로 성인이 되면 아빠와 단 둘이 배낭여행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여행의 모든 비용은 아빠가 부담을 한다. 단, 출발하는 비행기부터 숙소, 식당, 그리고 교통까지 필요한 모든 세부 계획은 내가 담당해야한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아빠와 둘이 해외 배낭여행을 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아빠와 여행을 간다는 점도 물론 좋았지만 더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것은 처음으로 한국 밖을 나가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점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중국 땅을 조심스럽게 밟게 되었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북경 공항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한국어 표지판도 있어서 이곳이 인천인지 북경인지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곳은 과연 중국인걸까. 아직은 중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헷갈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공항을 나와 도심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막 올라탔을 때,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났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중국 사람들이 즐겨먹은 '산초'냄새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아- 나는 중국에 왔구나'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익숙한 세계를 떠나 새로운 세계를 만난 다는 것은 이처럼 언제나 두근대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처음 마주하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가 될 수도 있고 한국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독특한 향신료 냄새를 처음 맡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하늘'은 어떨까. 한 나라에 대한 첫 인상이, 한 나라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 '하늘'일 수 있을까?




너를 만나러 가는 길, 그리고 22시간의 기다림

케냐로 가는 길 역시 언제나처럼 두근대고 설레였다. 그토록 바라던 곳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 곳으로 가는 나의 여정은 6시간 방콕까지 비행+1시간 대기+9시간 케냐항공 비행으로 나이로비 도착+5시간 공항대기+국내 항공으로 목적지 도착 = 약 22시간 정도 였기에 비행기에서 쥐난 다리를 끌고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을 때면 두근거림이고 설렘이고 뭐고 그냥 빨리 땅을! 육지를! 밟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할 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지만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아닌, 5시간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1시간도 아니고 이정도 시간이면 공항 밖을 나와 여기저기 둘러볼법도 한데, 국내선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 환승 게이트로 직진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부터 갑자기 케냐 정부에서 환경보존을 명목으로 전 지역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해놓은 터라 입국시 내 짐에도 비닐봉지가 있으면 즉시 버리거나 상당한 양의 세금을 물어야 했다. 운이 안좋으면 경찰서에 끌려간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까지 들었던 터라 나는 한껏 쫄보가 되어 일단 게이트를 통과해야한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이로비에 도착하고 나서도 5시간 가량을 공항에서 무료하게 보내고 있자니 문득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케냐가 맞긴 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항에 많은 흑인들이 있긴 했지만 또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아서 크게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였다. 나는 언제쯤 케냐를, 그리고 아프리카를 마주할 수 있는 걸까, 기다림에 지루해져만 갔다.




머리에 닿을 듯한 하늘, 그것이 너를 처음 만난 순간

지루해 죽을 것만 같아도 째깍째깍 시간은 간다. 어느새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온 것이다...! 공항 벤치 구석에서 구기고 있던 몸을 펴고 드디어 비행기를 타러 갔다. 국내선 비행기는 규모가 작은 비행기라서 승무원들의 안내를 따라 직접 비행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야 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 게이트를 나선 순간,


IMG_1379.jpg 국내선 탑승게이트에서 나와 처음 마주한 케냐. 사진. Nam


IMG_1381.jpg 국내선 탑승게이트에서 나와 처음 마주한 케냐. 사진. Nam


나는 비로소 나의 첫 아프리카, 케냐를 마주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탑승 게이트를 나와 앞을 본 순간, 몸을 조금 숙여버렸다. 새하얀 구름 가득한 하늘이 정말 너무도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하늘이 머리에 닿을까봐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하늘을 통해 케냐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하늘'과 함께하는 일상은

첫 날, 손에 닿으면 정말 구름과자를 따서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하늘을 통해 케냐를 만나고 난 뒤, 나는 여전히 케냐의 하늘에 빠져지내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진행 중인 업무의 특성상 외근이 많고 그 지역도 하나같이 산골짜기에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일을 하다보면 쉽게 지치기도 하고 날씨가 조금 더운 날이면 내가 왜 이 개고생을 하고있나,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롯데월드 신밧드의 모험 실사판을 경험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산 비탈길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다보면 머리 위로는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하늘이 있다. 그렇게 잠깐 하늘을 보면 또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IMG_0688.jpg 외근 가는 길에 잠깐 멈춰서서 올려다 본 하늘. 사진. 작은흑염소.


IMG_1151.jpg 산 비탈길을 지나 드디어 나온 평지....! 헉헉. 사진. 작은흑염소.


일을 할 때뿐만이 아니다. 아침에도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출근길에 나설 때면 오늘 하루도 역시 터질듯이 광활한 그리고 너무나도 가까운 하늘이 있다. 그러면 또 언제 졸렸냐는 듯 절로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도 10분이라도 잔디에 누울 수 있다면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그 순간은 그냥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곳에 있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해가 질 무렵의 하늘은 그 아름다움을 글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고 아름답다. 한번은 저녁식사를 하다가 같이 사는 동료와 한동안 해지는 하늘만을 바라봤을 정도이다.



IMG_1243.jpg 매일 출근 길, 문득 옆을 보면 초등학교와 그 위의 손에 닿을 듯한 하늘이 있다. 사진. 작은흑염소.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케냐의 밤하늘이다. 줄곧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만 자라왔던 나에게 반짝거리는 밤하늘은 (CG 처리된)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셀 수 없이 많은 별들로 채워진 이 곳의 밤하늘은 나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밤하늘을 사진으로 전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IMG_1382.jpg 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케냐의 하늘. 사진. Nam.


서울에 있을 때는 하루 온종일 하늘을 한번도 올려다 보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매 순간을 하늘과 함께한다. 어느새 하늘과 함께하는 일상은 나에게 꽤나 소중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오늘의 이 글이 당신에게 아프리카를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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