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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li Apr 04. 2018

[채식의 끌림 1] 나도 몰랐던 나의 폭식의 시작

몸에 이상신호가 온다는 것은 마음에 문제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내 이름은 무무, 채식인이죠


    나는 서울에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25살 대학생이다. 하나 평범하지 않은 점이라면, 나는 채식인이다.

앞으로 채식의 유혹이라는 글을 통해 나의 가장 사적이고 아무에게도 말해본 적 없는 나의 '먹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뭔가 달라졌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먹는다'라는 게 뭘까? 사실 보통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크게 하고 있지 않다.

나 또한 23살까지 정확하게 말하면 23살 여름 전까지 모두와 같은 이유로 같은 음식을 먹어왔었다. 배고프니까, 점심 먹을 시간이 돼서, 약속이 있어서 등... 항상 때가 되어서 그 순간 먹고 싶은 음식들로 배를 채워왔었다. 나에게 있어서 식욕은 딱! 거기까지였다. 배고플 때 꼬르륵 거리는 배를 가라앉히고 기분 좋을 때까지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배불러!!! 할 때까지) 음식을 먹게 하는 욕구가 전부였지 더 먹고 싶거나 시시때때로, 매 순간마다 음식이 생각나거나 식탐이 강하게 있지 않았다. 그래서 23살 한 평생(?) 160cm 키에 평소에는 46kg 최대 몸무게는 48kg 이상 나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난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안 먹었으니까 안 쪘지...)


    이렇게 잘 살고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던 나는 1년 동안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핀란드~~!! 다들 북유럽은 뭔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삶의 질이 아주 높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꿈에 부푼 마음을 가슴속에 꾹꾹 넣어서 핀란드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재미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공부를 했다. 하지만 내 머리는 몰랐지만 내 몸은 이 어색하고 외로운 환경에서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를 받아 왔었다. 가족들과 오래된 친구들과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고 외롭고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 정착하면서 내 마음에는 나도 모르는 큰 덩어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설상가상으로 3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도 (카톡으로) 헤어지면서 나는 처음으로 느껴본 큰 외로움에 마음에 쌓였던 덩어리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무엇으로?? 바로 식욕으로!!!!!!!!!!!!


    이런 큰 식탐과 식욕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항상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싶은 음식들을 잘 먹어왔고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 당시에는 정말 내 몸이 이상하게 음식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 쉴 틈 없이 모든 음식들을 사서 먹어치웠다.


하루에 먹는양의 1/2정도.


   그래서 얼마나 먹었는데?

아침으로 빵 두 조각과 계란 프라이를 먹고 학교에 가서 오전 수업을 듣고 점심으로 학식을 접시에 튀어나올 만큼 받아왔다. 학교 음식은 뷔페식이어서 내가 원하는 만큼 받아올 수 있었다. 빵은 항상 식사를 다 끝낸 후 후식으로 몇 개 더 꾸역꾸역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점심을 다 먹고 수업이 끝나면 집에 와서 간식으로 와플 세 개에 크림치즈를 잔뜩 올린 후 코코아 가루를 산처럼 뿌려서 우유랑 같이 먹었다. 그리고 두 시간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친구들과 햄버거집에 가서 쿰쳑쿰쳑 감자튀김까지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전날 사둔 과자 한 봉지를 맥주 두 캔과 다~ 먹었다. (유럽 과자 사이즈는 한국의 2.5배 크기) 그 당시에는 칼로리 계산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하고 어림짐작으로 칼로리를 따져 봤을 때 하루에 적어도 2500칼로리는 꾸준히 먹었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다섯 달이 지났다. 한 학기만 공부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택배를 보내기 위해 체중계를 얻어 왔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몸무게를 재봤다. 그것도 내가 살이 쪄서라는 걸 느끼지 못하고 심심해서 한번 올라가 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결과는... 참혹했다. 5달 동안 6kg가 늘었다니.... 그때 처음으로 내가 비정상적으로 음식을 많이 먹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걸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역시 다이어트 식품을 사야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핀란드에서 다이어트용 단백질 가루를 샀다. 저녁 대용으로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큰 맘먹고 사서 처음 며칠은 열심히 먹었다. 정말 열심히 먹었지만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다들 경험해 봤듯이 저녁을 못 먹는다는 것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어쩔 수 없이 파티나 약속이 있는 저녁에는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만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다시 음식을 막 먹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폭식을 한 게 아니라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체중에 집착을 하며 음식을 먹는 습관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약속이나 파티에 가면 '오늘은 어쩔 수 없으니까 먹어도 되는 날이야. 그러니까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먹자! 내일부터는 못 먹으니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1-2시간 동안 미친 듯이 고탄수 고열량 음식들을 먹고 그다음 날 후회를 하며 절식을 했다. 항상 먹을 때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빠르게 먹고,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매번 턱끝까지, 불쾌감이 너무 심할 때까지 먹어서 가끔 화장실에서 몰래 손으로 목구멍에 손이나 칫솔을 넣고 억지로 토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억지로 토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헛구역질만 항상 하다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심하게 위염을 앓았다. 만성 위염이 있어서 일 년에 한두 번은 앓았는데 핀란드에서는 정말 자주 매번 아팠다.


절식 하는 날에 하루 식단


폭식하는 날에 한끼 먹는 음식


   그 이후에도 나는 계속 미친 듯이 먹고 절식하고 또 먹고 절식하고를 반복했지만 결국 남은 5개월 동안 2kg가 더 증가했고 한국에 귀국했을 때는 처음으로 보는 몸무게 처음으로 보는 눈 바디(눈으로 보는 바디)를 갖고 돌아오게 되었다.


    1년 1달 만에 엄마, 아빠를 만났는데 아빠가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살이 많이 찌긴 했구나"였다. 아... 나 진짜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구나... 이제 뚱뚱해졌구나 라는 생각에 귀국한 지 3일 만에 바로 다시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도 바로 복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신경 쓸 일은 다이어트와 아르바이트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공복 상태로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 1시간 근력운동 1시간을 꼬박꼬박 매일 하면서 식단 조절도 하려고 노력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식단 조절을 하는 건 정말 의지가 강하지 않고는 정말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던 나는 처음에 모든 식욕을 억누르며 계란, 두부, 야채, 닭가슴살, 고구마 등... 만 먹으면서 감량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다시 폭식과 절식의 굴레로 빠졌다. 빠져서 3개월을 허우적거렸다. 아 어쩜 이렇게 멍청했는지... 의지가 약했던 건지 식욕을 조절하지 못했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이겠지?


   아침, 점심은 식단을 조이고 저녁에 터졌다. 퇴근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바리바리 사 와서 밤, 새벽에 가족들 몰래 와구와구 먹었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이른 새벽에 벌떡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미친 듯이 하고 아침, 점심을 절식했고 저녁에 또다시 식욕을 참지 못하고 와구와구 먹었다. 이런 방법으로 3개월 동안 2kg을 감량했다. 그래서 내 몸과 마음은 끝없이 지쳐갔고... 왜 나는 운동을 이렇게 하는데 음식도 하루에 두 끼는 정말 적게 먹는데 살은 잘 안 빠질까,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라는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친구도 가족들의 조언도 다 귀찮고 듣기 싫어했다. 1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내 외모가 망가졌다는 생각에 내 자신감과 자존감마저 바닥을 뚫고 지하 끝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에.


   그때 나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다이어트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은 서로의 식단 운동을 공유하고 적절하게 건강하게 먹는 방법들을 알려주며 소통하고 행복하게 체중 감량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이어트가 닭가슴살 고구마 달걀 샐러드만 미친 듯이 먹으면서 헬스장에 다녀야 하는 줄 아는 정말 무지함에 끝을 달리는 다이어터였는데 세상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체중감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이 끝없는 과식과 절식의 식단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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