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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li Apr 14. 2018

[채식의 끌림 3] 베지테리언 아니고 플렉시테리언

아니... 나는 고기 안 먹는 게 쉬울 줄 알았지.


채식을 시작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2월 초부터 채식을 해보기로 생각했다. 사실 그전부터 다이어트를 해오면서 외식을 거의 안 하게 되었고, 고기를 먹는 횟수는 현저하게 줄어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나도 모르게 해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닭가슴살 폭식 이후 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의식적으로 육류 섭취를 더 극단적으로 줄이면서 채식을 실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스타그램 다이어트계정에서는 내가 고기폭식을 하는 사실 때문에 채식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


   이 사진을 올리면서도 너무 부끄러웠던 것은 저렇게 아름답고 샤랄라 한 이유로 채식을 시작한 건 아니어서 참... 그렇지만 여하튼 저 이유도 아예 틀린 건 아니다. 첫 글에서 말하다시피 내 폭식과 절식의 반복, 그 이유로 채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한 적은 브런치에서가 처음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빵을 못 먹는다는 사실이 가장 슬퍼서 비건 베이킹, 밀가루 버터 설탕을 안 쓰고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번 시도로 성공한 이후 빵에 대한 갈망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서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2월 9일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채식을 선포한 날 난 저렇게 아름답게 내 이유를 포장하며 고기를 안 먹기로 결심을 했다.


   첫 번째 목표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절대 절대 유제품을 사랑하고 계란을 찬양하는 나는 비건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생각도 못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는 페스코나 조금 더 욕심낸다면 락토 오보까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뭐야? 락토 오보?' 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채식주의자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채식의 단계


출처 : http://www.mr-nature.co.kr/magazine/content1.php


   비건이 아마 모두가 알고 있는 베지테리언 즉 채식주의자일 것이다. 모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채소와 과일, 견과류, 곡물, 구황작물 등... 식물성 음식만 먹는 사람들이다. 그 하위단계로는 우유나 달걀까지만 먹는 락토, 오보,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이 있고 페스코 베지테리언부터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라는 분류로 들어가서 생선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폴로 베지테리언은 많지는 않지만 붉은 고기는 먹지 않고 가금류까지는 섭취하는 사람들을 명칭 한다. 사람들이 가장 편하게 채식을 접할 수 있고 시작하기 좋은 단계는 플렉시테리언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단계가 바로 플렉시테리언이다.



나도 채식하기 어려웠다. 모든 처음이 어렵듯이


     지금(4월 중순)은 최종 목표가 비건으로 바뀌었지만 (이유는 앞으로 쓸 글에서 나올 것이다.) 처음에는 아직 고기를 먹던 상황이라 페스코 혹은 락토 오보가 내가 목표로 잡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실 나는 해산물보다는 육류를 훨씬 좋아해서 생선이나 바다생물에는 큰 미련이 없었기 때문에 페스코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채식을 시작하겠다!!! 당찬 포부였지만 결론은 몇 주 만에 무너졌다. 집에는 너무 많은 닭가슴살이 냉동고를 차지하고 있었고, 가족들과의 식사, 회식이 생각보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방해를 했다. 부모님께서는 고기를 안 먹으면 건강이 더 나빠진다, 단백질은 고기로 먹어야 한다며 말리셨고, 회식은 늘 고깃집에서 했다. 물론 지금은 고깃집에 가도 고기를 안 먹고 다른 음식을 먹지만 처음 채식을 시작한 나는 눈앞에 고기를 두고 안 먹을 수가 없었다.

     고깃집에 가서 평소보다는 적게 먹긴 했지만 고기를 구워 먹고 집에 와서 '아... 채식을 한다고 마음먹은 내가 고기를 먹다니... 내 의지가 이것밖에 안됐나?'라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쫌 더 일찍 플렉시테리언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고기를 먹으면 일반인, 안 먹으면 채식인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많은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플렉시테리언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내가 지금 그 단계에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을 때 먹는 육류들에 회의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2월에 먹던 식단. 해산물은 먹고 고기를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한다면 한 두점 먹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 남들보다 고기를 먹고 싶다는 식욕은 없어서 편하게 줄여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식을 하다가 채식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바로 육류를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시작할 엄두를 못 낸다. 일단 간단하게 예시를 들면 삼겹살, 치킨, 족발, 보쌈, 닭발, 곱창, 바비큐, 소고기, 스테이크 만해도 모두 직접적인 동물성 식품인 육류다. 내가 다이어트를 하지 않던 상황에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이런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면 당연히 채식에 반감을 갖거나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은 간헐적 채식이나 플렉시 테리언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잘 모르거나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아 나도 채식을 해볼까?'라고 다짐을 하다가도 한 두 번 고기를 (식욕을 못 참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먹고 '에잇! 내가 무슨 채식이야 그냥 살던 데로 살자'라고 생각하고 포기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2월 육류 섭취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25년간 평생 가지고 있던 만성위염과 소화불량, 더부룩함이 많이 사실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었다. 과식의 횟수도 4번 정도로 줄었고 그 이외에는 실보다 득이 많았던 한 달이었다. 

아침엔 보통 요구르트와 과일로 시작을 하고 점심과 저녁은 유동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으로 골라 먹었다. 보통 두유나 병아리콩, 구황작물, 다이어트 가공식품,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 계란 위주의 음식을 먹었다. 사실 다이어터가 아니라 식습관만 계선 하고 싶다면 야채튀김이나 쌀떡볶이 여러 빵 종류 베이글이나 치아바타 같은 음식이나 키슈나 국이나 찌개를 먹을 수 있다. 채식을 한다고 절대 샐러드만 먹는 게 아니라는 점!


     앞으로 평생 가지고 갈 내 식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나도 채식을 시작을 해서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지만 모든 일에는 다들 넘어지고 다치는 것처럼 채식도 천천히 자기 몸에 맞는 방향으로 실천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쓰는 글들이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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