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삼성페이, 그리고 기어:애플워치
들<사진 출처: flickr>
삼성전자가 9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4일 서울 강남구 서초 사옥에서 기어S2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IT 미디어 더 버지의 영상으로 보시죠~
믿고 읽는 IT 전문 매체 '더 기어'도 <삼성 기어 S2, 가장 강력한 원형 스마트워치>라는 제목을 내세우며 간만에(?) 호평을 했죠.
삼성전자가 새로운 스마트워치인 '기어 S2'를 공식 발표했다. 모든 면에서 개선이 이뤄졌고, 무엇보다 이제 비로소 손목에 찰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 7개의 시계를 만들어 본 삼성의 노하우를 칭찬하고 싶다. 앞서 6개의 스마트워치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의 희생정신도 칭찬하고 싶다.(중략) 삼성 기어 S2는 삼성답지 않은 독창성과 높은 디자인 완성도, UI 완성도를 가지고 나타났다. 아마도 사각형 스마트워치의 해답이 지금까지 애플워치였다면, 원형 스마트워치의 해답은 기어 S2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실제 조작성과 성능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베젤을 이용한 워치 인터페이스, 무식한(?) 크기의 전작들보다 작고 정교한 디자인, 삼성페이 적용(NFC), 20mm 시계줄 교체 지원(클래식 버전), 애플워치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디자인에 더해 어쩌면 애플워치의 용두보다 뛰어난 물리적인 조작 요소 등, 오랜만에 괜찮은 스마트워치가 나왔다는 평이 대세입니다.
그간 삼성은 애플과 비교당하며 '패스트팔로어' 위치에 있다는 평가(혹은 비난?)을 참 많이 받아왔습니다.
패스트팔로어: 퍼스트무버(first mover, 선도자),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시대의 유행 등을 선동하는 자)인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으면, 이를 벤치마크해 1위 기업보다 더욱 개선된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식으로 이뤄진다. 1970년대 일본 기업과 9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이 이 전략을 주로 채택한 바 있다.
애플이 홈버튼과 네 모서리를 곡선으로 한 아이폰3G, 3GS를 출시하자 이와 유사한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유사성을 근거로 소송 싸움이 벌어졌죠. 국내에서 두 회사의 소송을 가장 잘 정리한 기자는 지디넷코리아의 김익현 선배입니다. 그의 글을 참고하시면 그간의 진행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 관련 기사 : '디자인 특허' 핵심 건드린 삼성-애플 소송(지디넷코리아)
삼성은 만년 애플을 따라했고, 애플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퍼스트무버일까요. 그러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이폰6와 6 플러스를 볼까요.
경쟁사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비견할만큼 화면을 키웠다. 아이폰6 플러스는 무려 5.5인치다. 4인치였던 아이폰5S와 비교하면 대각선 기준으로 3.8cm 만큼 커졌다. 그럼에도 기존에 돌아가던 130만개 앱은 그대로 구현될 수 있게 만들었다. 해상도를 따라 올려서다. 4.7인치 아이폰6의 해상도는 1334 x 750이고, 아이폰6 플러스는 1920 x 1080이다. 아이폰6 플러스의 경우 5S때보다 픽셀 수가 185%나 늘었다. - "몸집 커진 아이폰, 가격은 그대로"(마이크로소프트웨어)
아이폰은 4S 때까지 3.5인치라는 화면을 고수했습니다.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를 추구했던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영향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양상은 바뀌어 갑니다. 2012년 출시된 아이폰5부터는 화면이 4인치로 늘어나더니 2014년 아이폰6와 6플러스에서는 각각 4.7인치와 5.5인치로 크기를 키우죠. 갤럭시S 시리즈, 노트와 유사한 크기의 화면입니다. 그리고 효과를 톡톡히 봤죠. 두 제품은 출시 후 10개월 동안 글로벌 판매량 1, 2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놓고 베끼기보다는 필요한 기능은 더하고, 다른 킬러 콘텐츠를 가미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출시된 애플워치를 볼까요. 물론, 기획과 디자인은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보다 먼저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출시일을 기준으로 삼성의 기어나 LG의 G워치보다 1년 가까이 뒤처졌습니다.
애플워치는 기존 스마트워치의 기능을 충실히 답습했습니다. 이버즈 김태우 선배의 기사를 일부 인용합니다.
질문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기능입니다. 사실 애플워치 기능은 예전에 테스트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고, 알림 메시지를 보는 것이 가장 주된 기능입니다. 과거 스마트워치를 써보면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손목에서 간단히 알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애플워치도 주된 활용성은 알림 메시지 수신입니다. 다만 기존에 사용했던 제품과 다른 점은 어떻게 이를 풀어낸 방식입니다. - '애플워치'와 함께한 두 달 반(이버즈)
애플의 승부수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시계와 같은 디자인+디테일한 기능이었습니다. 애플워치는 '예쁜 디자인' '햅틱 진동' '시계줄' '애플페이' 등의 킬러콘텐츠를 필두로 시장에 큰 파장을 줬습니다. 올해 2분기에만 360만 대를 팔아치웠죠.
맨 처음에 언급했던 기어S2 역시 애플워치를 그대로 베끼진 않았습니다(출시 전 클리앙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요).
다만, 애플워치가 갖고 있던 킬러콘텐츠(디자인, 물리적 조작 버튼, 페이)를 모두 담았습니다.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을 필두로 내세운 삼성페이를 워치로 확장(근거리 무선통신:NFC)한 형태죠. 일단 MST를 내세워 시장을 점유한 뒤 후에 IC칩이 도입되는 판매관리시스템(POS)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오는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리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엽니다. 이미 뭐가 나올지는 거진 다 공개되긴 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애플, 아이폰 6S 프리뷰, '아이폰 이렇게 달라진다.'
이번 One more thing에는 무엇이 발표될까요. 애플의 혁신을 가장 기대하는 기업은 아이러닉하게도 삼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기업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놓고 경쟁(이라고 쓰면 애플, 삼성 유저들 모두에게 돌맞을 것 같지만, 아무튼 저도 앱등입니다...애플 만세!)하면서 발전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란 생각이 듭니다. 악어와, 악어의 입을 청소해주는 악어새의 관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