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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02. 2015

디지털마케팅 시대 마케터로 살아남기

온라인->모바일->오프라인...마케터는 무얼 해야 하나?

<사진 출처: Flickr>


마케팅은 기업에 있어서 전략본부와 같습니다.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나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 SWAT 등에 기반을 둔 전략이 나오면 영업사원, 컨설턴트 등 일선 담당자들이 움직여 성과를 만들죠.


그런데



마케팅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박세정 전 SAP코리아 상무 역시 "기존 마케팅 기법으로는 적응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 구글(Google), 링크드인(Linkedin),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플랫폼이 마케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엄청납니다. 여기에 연동한 마케팅 솔루션 종류도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실무자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 시장이 대세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인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나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는 더이상 디지털마케팅 영역에서 통하지 않습니다.(중략) 모바일, 인바운드, 이메일, 콘텐츠, 소셜마케팅 솔루션 등, 매년 수도 없이 많은 마케팅 툴이 나옵니다. 이를 다 배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 [유재석의 데이터 인사이트] (28) "기술을 모르는 마케터? 고객을 잃는다"...박세정 전 SAP코리아 상무


디지털마케팅, 모바일마케팅의 시대가 열리더니 여기에 더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의 영역이 오프라인에 다시 진출하는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보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일선 마케터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고 사내에 적용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요.


“외주 직원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만난 데이터 분석가가 한숨을 내쉬며 털어놓은 말이다. 한국 디지털 마케팅 환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마디였다.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이 분석가는 누구나 알만한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숫자의 계열사 분석 업무를 대행하는 데에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다른 계열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입장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달라는 수치를 정리해 기한에 맞춰 돌려줄 뿐이었다. 괴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분석가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파트너에게 ‘당장 결과를 내놓아라’는 호통을 듣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 [유재석의 데이터 인사이트] (14) 스스로 분석하자


왜 이럴까요. 굳이 지금 돈이 되지 않는 모바일 마케팅에 리소스를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요.


모바일 광고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전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아직은 큰 수치가 아닙니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는 24%, 전체 광고 시장에서는 7%입니다. 즉, 남아있는 시장이 많다는 의미겠죠. 우리나라 온라인 광고 시장을 주도했던 플랫폼은 포털입니다. 이들은 검색 기반의 광고로 쏠쏠한 수익을 얻어왔죠. 그러나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 영역에서만큼은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모바일 시대? 이제 막 시작


큰 기업일수록 투자대비수익(ROI)을 책임지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 산업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당장에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을 추진한 뒤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관리자부터 일선 직원까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도비나 오라클의 디지털마케팅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에이전시를 고용하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디지털마케팅 환경에 들어서고 있는 정도입니다. 뭐 여기에 '빅데이터' 이런 키워드를 넣으면서 최신 트렌드에 적응한다는 이미지를 가져간 몇몇 기업들도 있죠.


개인적으로 알아본 결과 현대카드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CLM(Customer Lifecycle Management)실에서 합니다. CLM실에서는 고객의 카드 이용 패턴을 분석해 편의점 같은 곳에서 현대카드로 결제시 쿠폰이나 혜택이 담긴 문자메시지 제공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인데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마케팅적인 인사이트를 만든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아니면 소셜(SNS) 쪽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조금 들여다보는 정도였죠. 문제는, 이러한 고객관리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해 담당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모니터링’해서 특이사항이 발생할 때마다 보고하고 있는 게 전부라고 들었습니다. 즉, 데이터화해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 현대카드 사장의 말뿐인(?) 빅데이터론


오히려 넥스트 마케팅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경우는 스타트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4일 열렸던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데이터 인사이트 2015' 콘퍼런스에서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의 김지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발표했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잡플래닛이 한때 버스 광고로 브랜드 마케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000번 버스의 노선을 보고 그곳에 해당되는 기업명을 넣은 광고인데요. '00전자가 궁금하다면 잡플래닛으로' 식의 문구를 넣었죠. 해당 버스를 타는 직원들이 자신의 기업을 잡플래닛에서 검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광고였습니다.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광고를 시작하고 잡플래닛 페이지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검색이 얼마나 더 많이 일어나는지 체크했는데, 해당 노선에서 소위 잘나가는 기업에 대한 검색 수가 월등히 늘어나더군요. 사람들은 자신이 타는 노선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 광고를 본 뒤 잡플래닛에서 검색을 해 정보를 파악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 데이터 인사이트 2015 콘퍼런스 김지예 잡플래닛 COO 발표 멘트 정리 및 인용


굉장히 린(lean)한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고, 그 결과에 따라 즉각적으로 방향을 만든 셈인데요. 스타트업에서는 큰 기업과 달리 조직의 프로세스로 인해 할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고도 대부분 기업은 마케팅 전략에 따른 수익을 만들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여전히 방문판매가 위력이 있고, IT 전자 기업들은 연예인을 내세우며 광고 마케팅을 하면 성과가 나오죠.


SK텔레콤의 5.5인치 스마트폰 '루나' 보도자료 사진. 업계에서는 왼쪽 분이 예쁘다는 평가만...<출처: SK텔레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터전에 집중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는 건 이미 시장을 갖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케팅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1년 뒤, 2년 뒤 기존 마케팅 기법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마케터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솔루션을 이해하는 것에 머물면 안될 것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언제까지 계속 알을 낳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은으로 된 알이라도 낳는 거위를 찾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이 '사람들에게 제품을 파는 전략'이라는 마케팅의 본질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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