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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01. 2015

삼성발 온디맨드 물류 플랫폼?

삼성SDS '첼로스퀘어' 출시...물류 시장 시너지 줄까

삼성SDS가 지난 8월 27일 모바일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를 출시했습니다. 어제 엄지용 CLO 기자가 올린 글을 보고 뒤늦게야 알았네요. 관련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이 설명하더군요.


첼로 스퀘어가 제공하는 서비스 특징 중 하나는 주요 물류 업무를 한곳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주가 이 사이트에 접속해 화물의 출발지, 도착지 및 예상운송 일정을 입력하면 전 세계 항공 및 해상 스케줄을 조회할 수 있다.(중략) 이 사이트에서 ‘베스트 매치’ 서비스는 화주가 출, 도착지, 일정 등 조건을 입력하면 고객의 선적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운임 및 운송일정을 추천해주고 예약 요청 및 화물 위치추적 등의 물류 업무를 실행할 수 있다.(중략) 삼성SDS는 첼로 스퀘어를 우선 무료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화진 전무는 “첼로 스퀘어를 통한 생태계 규모를 키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용건당 비용 등은 책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삼성SDS, 물류 플랫폼 ‘첼로 스퀘어’ 선보여…최적운임 조회 가능(디지털데일리) 

그러니까 첼로스퀘어 사이트 혹은 앱을 이용하면 화주의 물류 업무를 원스톱으로 연결해준다는 의미인가?



그렇습니다. 삼성SDS는 세계 각지의 지역과 기업을 망라하고 이들의 물류를 자사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첼로스퀘어를 출시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첼로스퀘어 앱 화면 캡처


잠깐, 이거 너무 유사한데?

 

고고밴 앱 화면 캡처
고고밴은 차주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2013년 7월 13일 홍콩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고객이 고고밴을 통해 배송을 요청하면 10초 내로 회신을 주고, 근처에 있는 화물차를 GPS로 연결해 배송 업무를 진행한다. 홍콩에서 3만5000대의 제휴 차량을 확보하며 배송 시장의 60%를 점유했으며, CNN이 선정한 ‘가장 핫한 아시아 스타트업 10’에도 꼽혔다. 이후 싱가포르, 대만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고고밴에 등록된 차량이 8000대를 넘어섰으며, 대만에는 6000대 이상의 오토바이가 고고밴을 통해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 - 로켓배송을 뛰어넘는 파괴적 혁신이 온다...'고고밴'


첼로스퀘어와 고고밴은 화주(차주)와 고객을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못해 똑같습니다. 다른 점은 고고밴이 개인과 퀵서비스를 중심으로한 고객간거래(B2C)부터 기업간거래(B2B)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첼로스퀘어는 B2B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SDS 측의 멘트를 좀 더 보겠습니다. 


김형태 삼성SDS SL사업부장(부사장)은 “첼로스퀘어는 회사의 글로벌 물류 운영 역량과 IT기술이 집약됐다” 며 “고객과 물류 실행사들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물류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고 이를 통해 기업에게 경쟁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샴 필라라마리(Shyam Pillalamarri) 삼성SDS 미주 연구소 전무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선진 물류시장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물류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며 “IT 기반의 물류서비스가 화주에게는 업무 간소화 및 돌발상황 예측 등의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SDS '첼로 스퀘어', 내일(27일)부터 본격 서비스


글로벌 사업부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래처 공장이 소재한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 천재지변, 해적 등의 위협 요소들이 있다고 합니다. 즉, 특정 국가에서 특정 원료를 발주받기로 했는데, 이 원료를 배송하는 배가 폭풍우로 인해 도착 날짜가 연기되는 순간 기업에는 막대한 손해를 준다는 겁니다.  


첼로스퀘어는 앱 서비스 뒷단에서 소위 '빅 데이터(너무 유행어이긴 하지만...)'를 분석해 이러한 위기 상황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고밴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의 영역이 겹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결국 앱을 중심으로 오프라인의 물류를 연결한다는 것인데, SDS 입장에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퀵서비스 시장까지 염두에 둘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SDS가 퀵 시장까지 진출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1. 영업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 있는가 

2. 퀵서비스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고고밴과 같이 영세 퀵 사업자와 이용자를 확보한 뒤 연결해주는 기업고객간거래(B2B2C) 형태를 위해서는 영업 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영업이 당연히 필요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O2O 산업의 이면을 살펴보면 영업은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서비스 자체의 핵심 역량입니다. 이러한 영역의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기업고객간거래(B2B2C)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음식집, 택시, 숙소, 택배기사 등의 오프라인 사업자(B)와 이용자(C)를 연결해주는 기업(B)인 셈이죠. - O2O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하지만 대기업에서 수익을 담보하지 못한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고밴이 그 영역에 수수료 0%를 내세우며 들어올 수 있던 것은 스타트업이기 때문이죠. 이 영역을 공략하기 위해 영업 인력을 보강하려면 두 번째 조건 '퀵서비스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답을 줘야만 합니다.


B2B 물류 영역에서는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역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일 위에 언급했던 엄 기자의 페이스북 글에 담긴 답변을 인용합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보안, 영업 정보 및 기밀 노출 등에 대한 우려로 클라우드 서비스도 사용 못하는데... 누가 삼성 플랫폼에 정보를 올려 사용할 수 있을까요? - 페이스북


첼로스퀘어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용자의 트랜잭션 데이터, 위치 데이터 등을 SDS에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업체, 구매 목록 등의 데이터는 대외비에 속합니다. B2B 영역에서 성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물류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사업이 성과를 잘 내지 못하는 점도 있죠. 


삼성SDS의 매출 성장을 이끌며 확실한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물류 업무처리 아웃소싱(BPO) 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삼성SDS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SDS가 물류 BPO 부문에서 거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한 6천437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1분기 매출 가운데 33.6%에 해당하는 규모다.(중략)문제는 이 사업의 수익성이 기존 IT서비스 분야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삼성SDS가 물류 BPO 부문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100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1.6% 수준이다. 반면, IT서비스 부문에서는 1조2천718억원의 매출과 1천2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9.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 삼성SDS 매출 효자 '물류BPO' 수익성은 바닥


의미가 없다는 거네?



그건 또 아닙니다(...). 삼성 그룹의 계열사에만 적용해도 막대한 데이터 수집 및 업무 효율을 가져올 수 있죠. SDS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안착시키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삼성SDS는 포스코, 두산, 동원 등의 기업과 첼로 솔루션 공급을 위한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로운 물류 플랫폼은 삼성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로의 플랫폼 도입이 예정된 상태로, SDS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계열사의 물류 경쟁력 향상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SDS 측은 해외 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해 해외법인도 확충할 예정이다. 현재 39개 수준의 공급망관리(SCL) 해외법인을 56개까지 늘릴 계획으로, 올해 초에는 페루 리마와 아랍에미리티연합(UAE) 두바이에 신규 거점을 확보했다. 또한, 유럽과 아프리카, 중국 등에 각각 2개에서 7개의 신규 SCL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 삼성SDS, 5000조 원 규모 글로벌 물류 시장 ‘정조준’


삼성 계열사가 첼로스퀘어를 이용할 경우 SDS는 이들의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최적의 루트를 추천해주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반을 마련하면 이에 참여하는 외부 기업들의 숫자도 늘릴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단순히 앱을 이용해서 발주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한다고 해서 이용자를 끌어당길 수는 없을 겁니다. 차라리 기업 입장에서는 원래 하던대로 전화로 주문, 발주하는 게 편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지역 상황을 어떻게 분석해서 최적의 경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가 첼로스퀘어의 핵심 포인트가 돼야 한단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가 SDS에 이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비스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물류의 영역도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과도기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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