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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10. 2015

애플, 체크포인트를 넘어서다

The only thing that's changed is....

애플이 9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신제품 행사를 열었습니다. 빌그레이엄 센터는 지난 1977년 컴퓨터 애플2가 발표됐던 장소이기도 한데요. 이날 행사를 위해 평소보다 두 배 많은 초청장을 보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빌그레이엄 센터에 줄지어 애플 신제품 행사를 기다리는 인파들

애플답지 않게 참 다양한 제품들이 다소 산만하게 발표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애플워치에서 시작해서 아이패드 프로, 애플TV, 아이폰이 공개됐죠. 발표가 끝나갈 즈음인 한국시간 새벽 4시 원모어띵은 끝내 나오지 않아 '헛봤다'는 탄식도 들리더군요.


더 기어에 객원기자로 깜짝(?) 등장한 최호섭 선배가 현지에서 남긴 평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시장과 기술은 성숙기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제품과 기업도 그 분위기를 타게 마련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웨어러블 기기 모두 성숙기를 논하는 제품군이다. 애플은 이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숨가쁘게 쏟아냈다. 지친 기색이 없다. 애플의 가장 큰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고 고민해서 만드는 제품에 있다. 이번 이벤트는 그 융합이 만들어내는 경쟁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던 자리다. 애플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장을 풀어내는 열쇠도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 현장에서 본 애플 이벤트 '물량 공세의 애플, 낯설다.'


역시 그는 훈늉한 앱등이(?)... 아.. 아닙니다. 저 역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같이 만드는 기업이 갖는 강점'이라는 평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신제품 발표에 담긴 애플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요.


작년 9월 9일 애플의 팀쿡은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미장셴을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냈죠. 당시 저는 '2014 애플, 체크포인트'라는 타이틀의 짤막한 소회를 남겼습니다.


내가 쓴 기사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애플은 단순히 애플워치를 공개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로 다시 시장을 선도하고자 할 목적으로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꺼내지 않았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애플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1976년 스티브잡스의 차고에서 ‘애플컴퓨터’가 탄생한다. 스티브 워즈니악, 로널드 웨인과 함께. 이들은 수많은 고초를 견뎌내며 애플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잡스는 9년 뒤 경영 분쟁으로 회사에서 쫓겨난다. 이후 망조를 거듭하던 애플은 1997년 잡스를 임시 CEO로 임명한다. 그는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며 음악 시장을 바꿨고,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가 죽었다. 2011년 10월 5일. 그의 마지막 유작 아이폰4S를 남긴 채.
이후 팀 쿡이 애플을 이끌어나간다. 그가 3년 동안 줄곧 듣던 이야기는 ‘혁신이 없다’ ‘잡스가 떠난 애플은 끝났다’와 같은 부류의 비판 혹은 비난들이었다. 그가 3년만에, 잡스 없는 애플에서 ‘One More Thing’을 외쳤다. 이날 애플의 선포는 원래의 애플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애플판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클라이막스에는 애플워치가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뒤를 아이폰이 받쳐준다.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거대 업체들을 연결하는 애플페이가 있다. - 2014 애플, Check Point APPLE Has Just Started Next ‘SPACE ODYSSEY’


작년이 비전을 선포한 시작점이었다면, 올해는 '어떻게'를 보여줘야 했습니다. 불행히도 애플페이는 기대감에 못 미치고 있죠. 애플워치는 올해 2분기에만 360만대를 팔아치우며 스마트워치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지만,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킬링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미래지향적이었습니다. 애플페이와 애플워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NFC를 인식하는 포스의 도입이 전제돼야 합니다. 마침 미국 카드업계가 작년 11월부터 라이어빌리티 시프트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라이어빌리티 시프트(Liability Shift) - IC칩 단말기에서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와 연관된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비자·마스터·아멕스 등 카드사가 책임을 진다. 반면에 IC칩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는 가맹점 책임이다.


애플이 애플워치로 보여줬던 키워드는 당장에 구매를 일으키는 무언가가 아니라 '넥스트 모바일'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페이, 노티피케이션, 애플워치 앱의 혁신을 만들어 보여주는 대신 '헬스케어'를 선택했죠.


캐런 포웰 박사는 애플워치로 현재 환자와 다음 환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간호사에게 노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신체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죠. 시계를 차고 있는 동안 자동으로 이러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워치로 태아의 상태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이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심장박동 초음파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의사와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태아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년 초에 아빠가 되는 상황에서 워치로 태아의 심박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먼 미래만 이야기할 애플이 아닙니다. 이제 곧 현실로 다가올 생태계도 준비했습니다. 그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의 변화였습니다.


팀쿡은 12.9인치 iOS 기반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합니다.


일반 랩톱의 80%를 능가하는 CPU, 90%를 높은 성능의 그래픽이 골자입니다. 스마트커넥터로 연결돠는 물리적 키보드도 선보입니다. 서피스가 생각나는 대목이죠. 그리고 삼성 갤럭시노트의 S펜의 향기가 물씬 나는 애플 펜슬을 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담당 부사장이 나와 문서저작도구 도구를 설명하며 회사 차원에서 애플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칩니다. 뒤이어 등장한 어도비 임원도 그렇고요.


iOS에서 파생된 TvOS 중심의 애플TV도 발표합니다.


이날 발표를 지켜본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는 아래와 같이 평가했습니다.


빌게이츠가 꿈꾸던 세상을 애플이 만들어주고 있다.


빌게이츠는 전 세계 가정마다 컴퓨터가 설치되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각 컴퓨터는 인터넷으로 연결됐죠.


애플이 체크포인트를 넘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의 중심에는 앱 기반의 모바일OS가 있었습니다.


팀쿡은 마우스 기반의 PC 환경과 이제부터 시작되는 시대의 패러다임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발표의 곳곳에 숨겨놓았습니다. 12.9인치나 되는 디스플레이+키보드의 조합에 맥OS를 넣지 않았고, 텔레비전에도 iOS의 연장선인 TvOS를 담았죠. 그리고 마우스 없는 빈자리를 애플펜슬과 3D터치로 채웠습니다.


팀쿡은 이날 행사에 말미에 "우리의 새로운 제품이 바꾸는 것은 모든 것"이라며 "우리에게 대단한 아침이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선언에는 잡스의 애플을 지우고, 새로운 포스트 모바일 시대를 준비하는 팀쿡의 애플을 만들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습니다.


애플은 기능과 아름다움, UI, UX를 최고의 조합으로 결집시킨 제품들을 만들어왔던 잡스의 시기를 지나, 웹(PC)에서 앱(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으로 위치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보우만이 가리킨 검은 돌기둥처럼. 인류에게 문명을 가르쳐준 검은 돌기둥, 그 안에 보우만 자신이 다시 태어나듯이요.


이렇듯 애플판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이제 1장을 지나 2장의 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The only thing that's changed is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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