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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11. 2015

쿠팡의 린스타트업

로켓배송 성공 후 물류 인프라 준비

린스타트업 - 우선 시장에 대한 가정(market assumptions)을 테스트하기 위해 빠른 프로토타입(rapid prototype)을 만들도록 권한다. 그리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기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프랙티스(폭포수 모델 같은)보다 훨씬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진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쿠팡이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로켓배송은 이커머스를 넘어 물류 시장에까지 영향을 줬습니다. '친절' '속도'를 킬링콘텐츠로 담아 이용자들에게 큰 반향을 줬죠. 이윽고 로켓배송은 회사의 브랜드로 자리잡게 됩니다. 2014년 5월 세쿼이아캐피탈에 1100억 원을 투자받을 때만 하더라도 내세운 키워드는 '제품 관리'였습니다. 쿠팡은 고객서비스센터(CS) '쿠니'를 내세우며 24시간 365일 판매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품질을 관리했죠. 당시 보도자료를 볼까요.


마이클 모리츠 회장은 "이커머스 시장은 여러 가지로 환경이 특별하고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한국에서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김범석 대표와 쿠팡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특히 고객들에게 최고의 쇼핑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엄선된 상품을 소싱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고객 만족 서비스, 혁신적인 기술력 등 쿠팡의 모든 부분과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집중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며 이번 투자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블랙록의 3300억 원 투자 소식을 발표하면서 뉘앙스가 바뀝니다. 제품관리->배송으로 핵심 키워드를 갈아치우죠. 마찬가지로 보도자료의 일부.


블랙록의 주요 임원인 제이 박(Jay Park)은 “쿠팡은 한국에서 가장 크고 빠른 성장성을 기록하고 있는 이커머스 회사 중 하나”라며 “쿠팡이 직접하는 당일배송 서비스와 풍부한 모바일 서비스 경험 등의 차별점들이 쿠팡을 한국은 물론 나아가 세계의 이커머스 리더로 만들 것이란 판단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도자료에 담긴 VC들의 멘트에는 홍보하는 입장의 뉘앙스가 반영되기 일쑤입니다. 없는 말을 써내지는 않으나, 각 투자 시점마다 핵심 키워드를 담아내고자 하죠.


마지막으로 올해 6월 발표된 소프트뱅크의 1조1000억 원 투자 소식에 대한 보도자료까지 한 번 보겠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이번 투자를 결정한 배경으로는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 전담직원 쿠팡맨을 통한 자체배송 시스템 완성, 판매 대행 및 상품 매입하여, 판매부터 배송까지 직접 책임지는 새로운 다이렉트 커머스(Direct commerce) 모델의 실현, 거래액 중 최대 81%, 평균 75%로 높은 모바일 거래 비중을 달성하는 등 국내 독보적인 모바일 커머스 리더쉽,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가 2500만으로 전국민 2명 중 1명 꼴의 사용자 보유, 실리콘밸리, 상하이, 시애틀 등 해외 R&D센터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IT기술력을 보유 등을 꼽았다는 게 쿠팡 측의 설명이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쿠팡맨'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쿠팡은 제품의 매입부터 출고까지 일원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쿠팡맨!


최근 쿠팡이 오픈마켓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 역시 배송에 있단 이야기가 들립니다. 제품군을 확대해 판매량이 모이는 제품을 로켓배송 대상으로 선정해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죠.


과거에는 쿠팡에 올라오는 모든 제품은 제품관리자(MD)에 의해 선정되는 구조였습니다. MD가 판매자와 직접 접촉해 '이 제품을 쿠팡 페이지에 올려서 팔고 싶다' 식으로 영업을 했죠. 엄선된 제품을 파는 차별점으로 오픈마켓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력이 많이 필요하죠.


직원수로 볼까요? 쿠팡 2000명, 티몬 1200명, 위메프 1200명입니다. 오픈마켓을 보죠. 이베이코리아 전체 직원 숫자는 950여명입니다. 옥션(350여명)과 지마켓(600여명)을 합쳐봤자 소셜커머스 한 업체보다 적죠. 실적은 정반대입니다. - 소셜커머스의 오픈마켓화, 이유는?


핵심은 인력 문제 해소가 아닙니다. 쿠팡 앱을 다운받은 숫자가 2500만 건을 넘어선 시점입니다. 어떤 제품을 고객이 선호하는지 주먹구구 식으로 파악해 MD가 판매자와 계약하고, 페이지에 올리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합니다.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올리고, 잘 팔리는 제품에 한해 로켓배송 시스템 도입을 하면 해결할 수 있죠.


다만


쿠팡이 로켓배송 체계는 물류센터 혁신보다 우선적으로 진행됐다는 측면에서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의문의 눈초리를 받기도 합니다.



쿠팡에도 남은 과제가 있습니다. 육아, 아동, 생활용품 중심으로 로켓 배송을 실시하고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10%, 전체 제품 숫자 대비로는 한자리수(%) 비중에 머물러 있습니다. 더 많은 제품을 로켓 배송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에 쌓여있는 제품을 수요에 맞춰 배송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즉, 직접 매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마존닷컴이나 징동닷컴 같이 물류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재고 문제가 발생하니까 블랙프라이데이나 사이버먼데이, 솔로데이 같은 재고 떨이 행사가 진행되는 거겠죠. -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쿠팡 1조1000억 규모 투자 유치에 담긴 의미


쿠팡의 로켓배송은 직접 매입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직접 물품을 보낼 경우에는 알아서 택배사를 선정해 배송을 진행하죠. 이 과정을 축소해 예측 수요에 맞춰 직접 물건을 사고, 쿠팡맨을 통해 배송을 합니다. 이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한자리수 비중이죠. 이마저도 재고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블랙프라이데이나 솔로데이를 여는 이유 역시 직접 매입에 따른 재고 떨이가 목적이죠. 쿠팡은 로켓배송을 도입해 직접 매입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그러한 행보를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의 재고 관리가 가능한 것인지, 수요 예측이 되는 제품만 매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비법이 있는지 궁금한 부분입니다.


쿠팡이 계속해서 광주, 대전 등의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이유 역시, 배송은 성공했으니 밑단의 물류 인프라로 수요를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프라를 다 만든 뒤에 시장에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부터 시작하고 수요에 맞춰 린(Lean)하게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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