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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Sep 19. 2015

IoT? 답은 소비자에게

가우스전자로 본 혁신 기술과 흥행의 관계

어제(9월 18일) 곽백수 작가의 웹툰 '가우스전자'에 사물인터넷(IoT)이 등장했습니다. IT인들이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였는데요. 1인 가정용 밥솥 '큐브 330'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큐브 330의 키워드는 두 가지였습니다.


1. 10분 내로 취사 완료
2. IoT를 이용한 원격 제어


어쩌면 IoT 분야의 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이 웹툰을 보자마자 욕(?)부터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oT = 원격 제어라니...


IoT란 무엇일까요. 위키백과에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약어로 IoT)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여기서 사물이란 가전제품, 모바일 장비, 웨어러블 컴퓨터 등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이 된다. 사물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들은 자신을 구별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피를 가지고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데이터 취득을 위해 센서를 내장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이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물 인터넷의 발달과 보안의 발달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각 사물에 스마트폰과 같이 특정 종류의 통신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이게 생각만큼 쉬운 개념은 아닙니다. '표준'이라는 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개발 환경, 운영체제(OS), 통신 규약 등의 표준이 필요하죠. 특정 기업이 주도한 IoT는 자사의 기기나 OS에 종속되기 때문에 타사와 기기나 서비스와 호환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삼성은 올해 초 타이젠을 기반으로 한 자체 IoT 플랫폼을 발표했고, 구글 역시 같은 해 5월 IoT 플랫폼 브릴로와 기기별 언어를 통일해주는 위브를 발표했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IoT는 아직까지(?) '미래 기술'에 머물고 있습니다. 거대 기업의 합의가 이뤄진 다음에야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단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


다시 가우스전자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출처: 가우스전자


큐브 330의 강점은 앞서 언급했듯 10분만에 취사를 완료하는 속도, 원격 제어 두 가지입니다. 누구에게 맞는 서비스인지 생각하자마자 답이 나올 겁니다. 바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입니다. 이른 출근 시간, 기약 없는 퇴근 시간이라는 악순환에서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깃 고객이 명확한 제품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2009년 스마트폰 폭풍이 불어왔을 때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3GS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아이폰 3GS 화이트


아이폰 3GS가 '대박'이 났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앱 생태계?

인터넷 연결?

디자인?

애플 제품?

아이팟+휴대폰?


물론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휴대폰은 PDA로도 있었고, mp3가 되는 휴대폰도 많았죠.


시장을 관통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터치'와 '화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은 정전기를 인식하는 '정전식 터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당시 대부분의 터치폰은 압력을 인식하는 '감압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터치의 반응은 정전식이 훨씬 뛰어났죠.


아이폰 3GS 화면의 크기는 3.5인치입니다. 지금 아이폰 6플러스의 5.5인치와 비교하면 유아용 스마트폰 정도 되는 크기인데요. 당시만 하더라도 3.5인치나 되는 터치식 휴대폰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오바마 폰으로 더 유명한 블랙베리 볼드 9700만 봐도 2.44인치에 터치 인식이 되지 않았죠.


이러한 1차원적인 요소들이 소비자들을 끌었던 건 아닐까요. 가장 핵심인 앱생태계나 인터넷 연결은 정작 소비자들에겐 부가적인 콘텐츠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IoT라고 하는 개념 역시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닙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비쿼터스'라고 해서 모든 사물을 연결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지만 통신망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뜬구름처럼 사라졌죠. 뒷받침하는 기술이 없었기에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지금은 10~15년 전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고주파를 인식해 고객의 실내 위치를 확인 후 음료를 주문하는 서비스, 집에 홀로 있는 반려동물이 공을 갖다 넣기만 하면 이를 인식해 간식을 주는 서비스 등 작은 범위의 IoT 서비스 등 하나둘 등장하고 있죠.


IoT의 표준과 같은 큰 개념을 논하는 것은 생태계와 관련이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안에 소비자가 빠진다면 뜬구름 잡기식 논의로 그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가우스전자가 선보인 큐브 330은 소비자의 니즈가 뭔지 생각해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게 아닐까요?


아이폰이 어떻게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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